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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병원을 찾는 외래환자의 70~80%가 스트레스로 인해 고통 받고 있다는 통계는 우리 ‘마음’이 그만큼 병들었고, 그 마음의 고통이 몸의 고통으로 번지고 있음을 반증한다. 그렇다면 만병의 근원이자 행복의 지름길이기도 한 이 ‘마음’을 어찌해야할까?
우리나라 심신(心身)의학의 선구자로 인정받고 있는 장현갑 교수(영남대 심리학과)는 “‘마음의 근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반복적인 명상을 통해 단련하면, 마치 몸의 근력이 늘듯 마음의 집중력이 증가하고 비로소 ‘무상(無常)의 도리’를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생명의 근원자리로 돌아간 그곳에서 고통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장 교수는 말한다.
명상을 심리치료의 한 방편으로 활용하는 것이 새로운 일은 아니다. 이미 불교계 내외에서 명상의 치유효과에 주목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관련 학회들도 속속 창립되고 있다. 장 교수는 이러한 ‘명상치유’를 “새로운 방식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내면에 있는 자연적인 치유의 힘을 불러내 잘못된 행동과 관념을 바꾸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그 역시 처음에는 ‘마음의 힘’을 과소평가했다.
“젊었을 때는 마음을 알기 위해서는 ‘뇌’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매일 실험실에서 먹고 자며 뇌 구조를 연구했어요. 그런데 ‘뇌의 기억구조’를 밝혀냈다고 해서 과연 내 마음을 알 수 있을까? 내가 행복해지는 길을 알 수 있을까 하는 궁극적인 의문이 들었어요.”
당시 장 교수는 하버드 의대의 허버트 벤슨 교수의 <이완반응> 카밧진 교수의 <명상과 자기치유> 등의 책을 읽으며 ‘마음치료’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마음수련에 대한 갈증으로 목말라하던 그에게 때마침 기회가 주어졌다. 영남대학교가 심리학과를 신설하고 그에게 교수직을 제의한 것이다. 영남대로 자리를 옮긴 그는 국선도와 태극권 등을 수련하며 ‘마음과 몸’의 관계에 천착하기 시작했다. 벤슨 교수의 이완반응과 카밧진의 마음챙김명상을 심리치료에 응용한 프로그램을 연구했고, 여기에 불교의 마음공부를 접목한 명상치료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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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치료 연구의 초석을 쌓아가던 그에게 크나큰 시련이 닥친 것은 1997년. 안식년을 맞아 명상수행과 심신의학을 연구하기 위해 1년간 미국 애리조나대학으로 떠났던 그는 그곳에서 아내와 딸을 교통사고로 잃는다. 그 자신도 6개월간 병상에 누워있었다.
“‘고통’이야말로 참된 삶의 ‘의미’라는 것을 그때 깨달았습니다. 부서졌던 두 다리로 휠체어만 탈 수 있어도 좋겠다고, 그 다음엔 목발 짚고 걸을 수 있게 되기를 또 다음엔 두 발로 걸을 수만 있게 되기를 바랐고 그렇게 이뤄졌습니다. 그때 비로소 긍정의 힘, 마음이 지닌 치유의 힘을 찾아낸 것이지요. 슬픔과 고통을 딛고 일어선 후에야 얻어지는 삶의 도약 말입니다.”
건강을 되찾고 복직한 장 교수는 지난 10년간 불교 수행법과 명상치료 연구에 ‘미친 듯이’ 매달렸다. 10여 권이 넘는 책을 번역했고, ‘마음챙김 명상에 근거한 명상을 통한 스트레스 감소-이완 프로그램(MBSR, Mindfullness-Based Stress Reduction)’을 국내에 처음 선보이기도 했다. 2005년에는 가톨릭 의대에서 국내 최초로 통합의학교실을 개설하고 이 프로그램을 통해 환자들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장 교수의 이러한 노력은 외국에서 먼저 빛을 발했다. 2001년부터 7년 연속 세계인명사전인 미국 마르퀴즈 <후즈후>에 이름을 올렸고, 미국인명협회의 ‘500인의 영향력 있는 인물’과 영국 케임브리지 국제인명센터(IBC)의 ‘100대 교육자’에 선정되는 등 학자로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하지만 8월 말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는 장 교수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그간의 대학 강의에서 벗어나 좀 더 대중 속으로 파고 들어가고 싶다는 바람에서다.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와 서울여대, 조선대, 가톨릭 의대 등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한편, 지난해부터는 대구 시내에 ‘마인드플러스 스트레스 대처연구소’를 통해 환자들을 직접 만나며 명상치유를 전파하고 있다.
“명상이라고 하면 언어유희나 신비한 현상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8주간의 과정으로 어떻게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느냐는 의구심도 당연히 들 것입니다. 하지만 진리의 ‘비법’은 숨겨진 것이 아니라 누구나 알고 있는 쉬운 것입니다. 다만 그것을 믿고 실천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차이일 뿐이지요.”
‘마음챙김’이나 ‘명상치료’는 복잡한 이론과 실기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의 실천이라고 강조하는 장 교수는 “지금 이 순간 이곳에서 전개되는 모든 것을 몸으로, 느낌으로, 마음으로 알아차리고 그것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바로 마음챙김 명상”이라고 말한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에게 앞으로의 목표를 물었다.
“제 목표는 존재 자체가 행복해지는 것입니다. 이 순간의 소중함을 알아차리는 것, 지금 내가 존재하는 이곳에 또렷하게 알아차림으로써 존재의 주인공이 되는 것. 이것이 바로 작은 의미의 해탈이고 모든 사람들의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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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출생. 서울대 심리학과와 동대학원 심리학과 졸업. 서울대 의대 및 가톨릭 의대 뇌과학 연구 외래교수, 뉴욕주립 발달장애연구소 객원연구원, 애리조나대 건강심리학 객원교수,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한국심리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1979년부터 영남대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 1960년대 생리심리학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으며, 80년대 명상과 의학의 접목을 시도한 ‘통합의학’에 주목해 연구했다. 세계인명사전인 미국 마르퀴즈 <후즈후>에 7년 연속 이름을 올렸고, 지난 5월에는 영국 케임브리지 국제인명센터 IBC의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에 영구 헌정됐다. 펴낸 책으로는 <몸을 고치려면 마음을 먼저 다스려라> <삶의 질을 높이는 이완명상법> <마음챙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