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 도예마을 |
명산에 고찰이 많듯, 계룡산에도 네 개의 절이 있었다고 한다. 동에 동학사, 서에 갑사, 남에 신원사, 북에 구룡사가 그것이다. 하지만 다른 절과 달리 북쪽에 있었다는 구룡사는 흔적만 남아있을 뿐 절은 없다. 그러나 이곳에는 의미 있는 공동체가 있다. 10여명의 도예가들이 철화분청의 맥을 잇기 위해 마을을 이루어 살고 있는 것.
하얀 분청 위에 산화철(검은색)로 그림을 그리는 기법인 철화분청사기. 계룡산 일대는 철화 분청사기의 산지였다. 인근 온천리 학봉리 일대에 무려 120여개의 가마터가 발견된 것이다. 이들이 이렇게 마을을 이루게 된 데에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유약 연구 모임을 함께 하던 중 누군가의 제안으로 일이 벌어지게 된 것. 촌장을 맡고 있는 김용운(44)씨가 1993년 가장 먼저 입주하였고, 뒤이어 산발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하여 지금은 10여 곳의 공방이 마을을 이루고 있다. 학교도 다르고 고향도 다른 사람들이지만, 의견 충돌도 없다. “자생적 도예촌이 여기 말고는 없어요. 그래서 어떤 단체나 지자체 같은 데서 연구를 많이 해 가지요.” 이곳은 관광 명소가 되었다. 공주시에서 시티투어 코스로 넣어 일본인 관광객을 비롯하여 학생들의 체험 관광 코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문제 생기면 다 나와서 같이 해요. 저번 토요일에 모여 여자들은 밥 하고, 남자들은 개보수(집) 하고 그랬지요. 풀 깎기나 청소 같은 것은 다 공동으로 해요.” 방학이나 주말에는 도예 캠프를 열고, 누구나 자신의 작품을 만들어 가져갈 수도 있다. 도예가의 길을 걸으면서 대학에 출강을 나가기도 하는 김용운씨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 사학을 전공하였던 그는 박물관에서 발굴 유물 복원 작업을 하다가 도자기에 빠지게 된 것. 또한 함께 도자기를 공부하던 부인 팽정화씨를 만나 결혼까지 하였으니, 도자기는 그에게 천직인 셈. 도예마을에서는 해마다 계룡산 분청사기 축제를 열기도 하는데, 축제 기간에 2만여 명의 관광객이 다녀갈 정도이다. 한편 최근 완공한 도예촌 갤러리 개관 기념으로 ''魚文이 있는 면기 상차림전''을 2007년 7월 28일에서 8월 10일까지 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