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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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변화 스스로 느껴요”
인성교육3-한나무 인성교육 이렇게…
마음공부 중인 소하중학교 학생들

“마음공부는 한 번 경험하기가 힘들어요. 하지만 그 효과를 알면 누구나 하게 될 걸요? 이유요? 마음이 편안해지거든요.”

이는 어느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의 이야기다. 그것도 불교와 아무 상관없는. 사실 이런 말은 스님이나 신심 깊은 불자나 할 수 있다 생각하기 십상이다. 불자도 아닌 평범한 중학생이 마음공부를 하고, 다른 사람에게 권유도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본지가 준비한 불교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취재하면서 기자는 반신반의했다. 과연 불자도 아닌 어린이청소년에게 불교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적용시킨다는 것이 가능할까. 그저 선생님이 시키는 것이라 시늉만 하는 것은 아닐까. 그들에게 인성교육이라는 것이 와 닿기나 할까.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아이들은 오히려 자신에게 맞는 마음공부를 찾아가고 있었다. 성인보다 훨씬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소화시키는 아이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재 광명시 소하중학교 3학년인 보라와 민지는 아침마다 잠깐씩 명상을 한다. 깊게 호흡하고, 끊임없이 떠오르는 갖가지 생각들을 정리하고 부정적인 마음을 긍정적으로 다스린다. 그러면서 마음속 ‘참나’를 찾는다. 생각이 정리 되고 차분하게 가라앉았을 때 두 아이는 각자의 마음일기를 통해 자신의 변화된 마음을 기록해둔다.

청소년기 아이들은 사실 가만히 놓아두기만 해도 혼란상태에 빠져든다. 사춘기, 그 나이 때를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요즘 학생들은 더구나 걸핏하면 바뀌는 입시제도에 따라가랴, 가족ㆍ친구ㆍ이성문제 때문에 고민하랴 이래저래 마음이 바쁘다.

보라와 민지도 그랬다. 하지만 이들은 마음공부를 통해 자신에게 닥친 어려움들을 잘 헤쳐 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
마음일기를 쓰는 보라

“제 스스로 생각해도 긍정적으로 바뀐 것 같아요. 예전에는 어떤 일의 결과가 나쁠 땐 항상 그 결과만 봤어요. 그런데 이제는 원인을 찾게 됐어요. 그리고는 찬찬히 생각해봐요.”(보라)
“초등학교 때는 친구들에게 생각 없이 말을 한 것 같아요. 이젠 말할 때 한 번 더 생각해요. 자신을 조금 더 조절할 수 있게 됐고요. 그러다 보니 친구들하고 사이가 좋아졌어요.”(민지)

이제 친구들과 별다른 갈등이 없다는 두 아이 모두 얼굴이 참 맑다. 마음공부를 통해 한걸음씩 양보하다 보니 서로 싸울 일이 없어졌다며 까르르 웃는다.

아이들은 얼마 전 기말고사를 치렀다. 학생이다 보니 시험성적이 잘 나오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한시가 바쁜 시험 때도 과연 마음공부를 할까.

“1학년 땐 그냥 공부만 했어요. 마음공부가 무슨 도움이 될까, 의심스러웠기도 하고요. 한 번 해보고 결과가 잘 나오면 계속 해야겠다 생각했는데, 정말 다르더라고요. 시험 전 쉬는시간 10분마다 시간에 마음속의 ‘참나’에게 말을 해요. ‘참나야, 이제 모든 것을 너에게 맡긴다’라고 하면서 마음을 차분하게 가다듬어요.”(보라)
“저는 시험 치기 일주일 전에 집에서 조용히 앉아서 길게 마음을 들여다봐요. 그 때쯤 되면 꼭 불안하거든요. 저도 제 마음을 별로 믿지 않았어요. 그러다 한 번 시험치기 전에 혼자 공부하면서 ‘참나’에게 맡겼더니 불안감도 사라지고 공부가 더 잘 되더라고요.”(민지)

처음에는 이들도 마음공부가 썩 내키지 않았다고 한다. 나름대로 마음공부에 대한 확신이 생기기 전까지는 마음을 움직이지 않았다. 아이들은 그 시기를 중학교 2학년 중반, 즉 마음공부를 접한 지 1년 6개월 정도 지난 시점이라 한다.

“처음에는 반항했죠. ‘왜 이런 걸 해야 하나, 수업 시간에 진도나 나가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점차 해보니까 좋은 거에요.”(보라)
“저도 그랬어요. 그런데 선생님께서 들려주신 이야기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다 맞는 말씀이더라고요.”(민지)

마음공부의 위력(?)을 믿게 된 이후에는 식구들에게까지 마음공부의 결과가 뻗어갔다.
“언니한테 제가 시범을 보여줬어요. 저희 언니는 지금 회사원인데요, 가끔 저랑 같이 앉아서 마음공부해요. 언니도 좋다고 하더라고요.”(보라)
“전 식구들하고 대화를 많이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마음공부 하고나서는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자연스럽게 말하게 되고 3살 아래 동생한테도 마음을 열게 됐어요.”(민지)

마음일기를 쓰는 민지
마음공부를 하지 않는 친구들에게도 권할 수 있냐고 물어보니 둘 다 자신 있게 “그렇다”고 대답한다.
“선생님께서 똑같이 마음공부를 시키셔도 하지 않는 친구들도 있어요. 근데 신기한 것이, 잘 하는 애들끼리는 서로 그게 보여요. 그래서 하지 않는 친구들을 보면 안타까워요”(보라)
“같은 반에 친구들을 못살게 구는 애들이 있어요. 그런 애들 보면 함께 앉혀다 마음공부 하자고 말하고 싶어요.”(민지)

보라와 민지 외에도 소하중학교의 많은 아이들이 마음공부를 하고 있다. 또 그들이 마음일기를 통해 보여준 성과는 기대이상이다. 타종교인 아이들도 자신의 믿음 속에서 ‘참나’를 찾을 수 있어 만족한다는 반응이었다.

여기에는 도덕과 정여순 선생님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정 선생님은 불교 인성교육 프로그램인 ‘한나무 인성교육프로그램’을 연수한 후 수업시간 또는 조회시간을 이용해 3년 동안 인성교육을 시행해 왔다.

“진짜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싶었어요. 인간의 기본을 중시하는 ‘도덕’교과와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마음’이 잘 결합되어서 좀 더 성과가 있었던 것 같아요.”

마음공부가 물론 세상살이의 모든 것을 책임져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 마음의 중심’이 확실한 아이들이 세상에 훨씬 유연하게 다가설 수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는 지금까지 아이들이 겪어온 변화만 봐도 알 수 있다.

남은 것은 어른들의 몫이다. 아이들이 올바른 마음공부를 계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은 ‘마음공부’를 화두로 하는 불교계가 종교를 넘어, 어린이청소년들에게 풀어내야 할 당연한 과제다.
글ㆍ사진=김강진 객원기자 | jygang@buddhapia.com
2007-07-19 오후 1: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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