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요즘 어린이 청소년들의 정서가 심상치 않다.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틀에 박힌 생활 속에서 점점 고립되어 가고 있다. 예전의 어린이청소년들은 ‘사람부터 되라’는 가르침을 받고 자랐지만 요즘은 ‘좋은 대학에 가라’는 주문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공부’라는 짐을 지고 무거운 나날을 보내다 보니 “우리는 공부하는 기계”라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상실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요즘 떠오르는 것이 ‘인성교육’ 프로그램이다. 어린이청소년들의 의존성과, 폭력성이 눈에 띄게 높아가고 그들만의 또래문화 마저 파괴돼, 이들의 위기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마음공부’를 강조하는 불교는 교리 자체가 ‘인성교육’에 딱 맞아떨어지는 종교다. 어린이청소년들이 불교의 좋은 가르침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고, 자신을 이길 수 있는(克己) 방법을 찾아간다면, 이보다 더 좋은 어린이청소년 포교도 없을 것이다.
앞으로 4주 동안 현재 어린이청소년 인성교육 프로그램이 어느 정도 시행되고 있는지 짚어보고 실제 사례를 통해 불교 인성교육의 가능성을 짚어본다.
#1
성목이(10ㆍ가명) 어머니는 오늘도 다른 학부모에게 항의전화를 받았다. 성목이가 또 친구를 때렸기 때문이다. 친구에게만이 아니라 부모나 친척들에게도 심심찮게 주먹을 휘둘러대는 성목이 때문에 어머니는 근심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
#2
현정이(15ㆍ가명)는 항상 포기가 빨랐다. 수학 문제를 풀다 조금만 어려워도 ‘내가 그렇지, 뭐’ 라며 체념했던 것. 그래서 현정이의 부모는 아이를 학원에 보냈다. 모르는 것이 있을 때 마다 즉시 해결되기 때문이다. 학원에 다니지 않는다는 것? 현정이는 상상도 할 수 없다. 혼자 공부할 자신도 없고 학원 수업만 잘 들어도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
어린이청소년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아동복지연구가들의 발표에서도 나타나듯, 성목이 같은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성목이와 같은 아이들이 극소수고 눈에 잘 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아이들에게는 ‘특별한’ 방법이 필요하다는 처방을 내리기 쉽다.
현재 아이들이 부딪친 더 큰 문제는 아이들이 점점 주체성 없는 사람으로 커간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의논할 대상도 없이 혼자서 모든 짐을 지고 간다. 두 번째 사례의 현정이는 사실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지만 외형적으로 봤을 때는 누구도 문제 학생이라 판단하지 않는다. 아이가 성적만 잘 받아오면 학교도 부모도 마음을 놓기 때문이다. 자신감 없이 그저 끌려 다니면서 공부만 하는 학생, 과연 괜찮을까.
현재 아이들이 가장 스트레스 받는 문제는 입시 위주의 교육일 것이다. ‘좋은 대학’과 ‘좋은 직장’에 대한 강박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어 아이들 역시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다.
여기서 바로 ‘인성교육’의 개념이 등장한다. 인성교육은 사실 아주 예전부터 해왔지만 그것이 가정에서, 학교에서 자연스럽게 몸에 배는 것이었다. 아이와 부모, 학생과 선생님, 친구와 친구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었던 예절 및 관계에 대한 인식이 바로 인성교육의 출발이었다.
| ||||
흔히 예의 없고 특별한 문제가 있는 학생들만 인성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현재 가정과 학교에서 인성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어린이청소년들일수록 지속적이고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고립된 아이들의 마음속을 어루 만져주면서도 좀 더 평화롭고 자유롭게 자라나는 것이 바로 이 시대에 필요한 인성교육이다.
요즘 다큐멘터리 등의 방송을 살펴보면 사람들이 ‘내면’에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마음’ 또는 ‘집중력’ 등의 단어들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사람의 마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임이 점차 밝혀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어린이청소년문제 역시도 이런 ‘마음’을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마음’은 인성교육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아이들이 근본적으로 자기 마음의 힘을 믿고, 자신이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인성교육은 다양한 형태로 시행되고 있다. 특별교육 형태와 학교교육 형태가 그것이다. 특별교육은 복지관, 청소년수련관, 예의범절교육기관 등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예로 들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유교형 인성교육인 서당교육이며, 이들 대부분은 사설교육기관에서 하고 있다. 비교적 비용이 많이 들지만 아이들에게 개별적인 교육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 다른 형태는 학교를 통한 인성교육이다. 아직 시행하고 있는 학교 수는 적으나 학교에서 일상적으로 인성교육을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기대된다. 또 학교 본래 기능이 인성교육에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훨씬 성장 가능성이 크다. 학교를 통해 교육하기 때문에 더 많은 아이들에게 널리 혜택을 줄 수 있다는 것도 학교 인성교육 프로그램의 장점이다.
인성교육의 방식도 여러 가지다. 감각교육 방식, 역사문화 탐방 등의 체험학습 방식, 봉사활동 방식, 동ㆍ식물 기르기 방식, 마음공부 방식 등이 시행되고 있다.
현재 인성교육에 성공하고 있는 강화고등학교의 경우, 농촌 환경을 그대로 살려 아이들을 자연체험학습으로 자연스럽게 이끌어냈다. 또한 봉사활동을 통한 인성교육도 함께 실시했다. 학교폭력이 줄고 아이들의 학습 능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종교계에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가장 주목할 만한 사례는 가톨릭재단의 논산 대건고등학교다. 올 3월 포스코 청암상을 수상하기도 한 대건고등학교는 ‘인성계발’과 ‘학력신장’의 조화를 통해 공교육의 새로운 성공사례로 평가받았다. 특히 강석준 신부에 의해 고안된 PESS 프로그램으로 신체적(Physical), 정서적(Emotional), 영적(Spiritual), 지적/봉사적(Study/Service) 측면의 균형을 이루는 학습방법을 제안하고 있어 그 효과가 크다. 가톨릭의 영적 이념을 끌어들여 학교를 단순한 지식 정보 제공 장소가 아니라 학생들의 마음교육까지 함께 수행하는 장소로 만든 것이다.
| ||||
불교계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마음선원 부설 한마음과학원에서 활발한 인성교육프로그램 개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미 2004년부터 초등학생을 위한 인성교육프로그램인 ‘한나무 인성교육프로그램(이하 한나무)’을 개발해 온 한마음과학원은 현재 일선 초등학교 17곳과 중학교 20곳의 선생님들과 함께 이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한나무는 아이들이 한나무 사이트와 교재를 활용해 마음일기를 쓰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를 통해 아이들 고민에 대해 선생님과 학생들이 서로 공유할 수 있다. 자연, 생명, 인간이 어우러진 공생의 열린 세계관을 바탕에 깔고 있어 불교적 메시지가 강하지만 결코 과도하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한마음과학원 김용환 실장은 “현재 한나무 프로그램의 연수를 마친 선생님들을 위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교재개발 및 출판을 통해 프로그램을 널리 보급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고려대 교육문제연구소 김영래 박사는 “불교 교육 프로그램의 경우, 기본이 사람의 마음에서부터 출발하고 있어 잘 개발하면 불교를 넘어서는 교육 콘텐츠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즉 불교 인성교육프로그램이 ‘어린이청소년 포교’라는 지엽적인 부분을 넘어서 보다 사회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실제 한나무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학교 선생님들이 어떤 형태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아이들의 반응이 어떤지 궁금해진다. 다음에는 한나무 인성교육프로그램을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한 초등학교를 탐방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