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가 이렇게 재밌는 줄 몰랐어요.”
6월 19일 과천시민회관. 저녁 8시가 넘었는데 아이들이 아직 작은 공연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아이들은 사뭇 진지하다. 어떤 아이는 무대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그런데 잠깐, 발레가 재밌다고? 발레는 예술이다. 예술은 어렵다. 어려운 것은 지루하다. 그러니까 발레는 지루하지 않을까.
발레는 주로 클래식 음악을 배경으로 하고, 우아한 의상과 토슈즈(발레용 신발) 때문에 늘 어렵고 높아만 보였다. 그런 발레의 세계가 어린이들에게 몸을 낮췄다. 바로 과천시민회관이 마련한 ‘2007 해브 펀(Have Fun)!'' 프로그램의 ‘재미있는 발레’를 통해서다.
19일 공연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였다. 널리 알려진 대로 루이스 캐롤이 쓴 동화가 원작이다. 그리고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으로도 유명하다. 금발머리 소녀 앨리스가 흰 토끼를 따라 이상한 나라에서 이상한 사건들을 겪는 이야기. 과연 이 이야기는 어떻게 발레로 옮겨지는 것일까.
‘재미있는 발레’는 ‘발레로 보는 동화이야기’로 아이들에게 동화구연을 하듯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알려준다. 그러면서 관련 영상과 춤이 어우러져 되어 어린이들도 쉽게 공연 관람을 할 수 있도록 이끈다. 철저히 아이들이 이해와 호기심 유발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또 일반 발레 공연과는 달리 무대가 조금 더 아기자기하고 알록달록하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색깔을 통해 시각적 자극을 받고 좀 더 즐거운 무대 연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너무 부담스러운 기술 대신 작고 앙증맞은 표현 위주로 공연을 진행하는 것도 어린이를 위한 발레 무대의 특징이다.
너무 춤과 설명만 곁들여졌다 싶을 때쯤에는 서울발레시어터 강사 선생님의 지도로 직접 발레 동작을 배워보는 시간이 마련된다.
“여러분,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를 발레로 표현해볼까요? 오른손을 들어서 내 가슴에 대면 ‘나는’, 상대편을 향해 뻗으면 ‘당신을’이에요. 두 손을 모아 심장이 두근두근대는 곳으로 가져가면 ‘사랑합니다’에요.”
다음, ‘아름답습니다’의 발레 표현은 이렇게 해보자. 손등으로 얼굴선을 전체적으로 훑어주면 된다. 또 오른손으로 왼손 넷째 손가락을 가리키면 ‘결혼해요’라는 표현이다.
이렇게 동작을 배우고 나면 진짜 무용수를 꿈꾸는 어린이들도 늘어나게 마련이다. 그런 어린이들은 공연 15일전부터 인터넷홈페이지(www.ballet.or.kr)를 통해 이벤트 신청을 해보자. 선착순 10명을 선정하여 예쁜 발레복과 토슈즈를 신고 사진촬영을 할 수 있다.
이날 발레 공연을 보고 난 후 아름이(7ㆍ과천시 막계동)는 집에 돌아가는 내내 공연 시간에 봤던 발레 동작을 따라하며 “다음에 또 발레 보고 싶다”면서 즐거워했다.
이밖에도 과천시민회관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공연과 놀이마당이 준비되어 있다. ‘해브 펀’ 프로그램에는 발레 외에도 ‘재미있는 마술’, ‘해설이 있는 연극’도 있어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예술을 접하게 만든다. 즉 매월 둘째 주 화요일마다 어린이들이 과천시민회관을 이용하면서 감수성을 키우게 되는 것이다.
또한 매주 토요일 열리는 ‘토요예술무대’에서는 엄마 아빠와 함께 천연비누만들기, 종이접기 등도 함께 즐길 수 있다.
과천시민회관의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어린이 ‘맞춤형’이다. 사실 여기서 주목해 볼 것은 이러한 공연들이 열리는 장소다. 과천시민회관은 결코 대형 극장이 아니다. 지금까지 예술 무대는 무조건 큰 공연장에서밖에 보지 못한다고 생각했다면 소도시의 작은 극장도 충분히 지역 어린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이들이기에 공연 도중 좌석 밑으로 들어간다던지, 화장실에 간다던지, 또 산만하게 이야기를 하는 일들이 일어난다. 하지만 좋은 공연 속에서 조금 더 아이들이 감수성을 가지고 자라난다면, 이런 프로그램, 꼭 한 번 보여줘도 좋지 않을까. 공연문의 (02)500-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