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4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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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뭣고?’ 화두로 결제 재가 수행 붐
선풍(禪風) 일으키는 봉은사 봉은선원

“이와 같이 능히 소리를 듣고, 이와 같이 또렷이 보고 있으니, 이것이 어떤 물건인고?”

불기 2551년 하안거 결제일인 5월 31일, 서울 강남 봉은사 법왕루. 5백여 사부대중이 법당을 가득 메운 가운데, 봉은사 부지 명진 스님은 결제법어를 통해 “‘이 몸뚱어리 끌고 다니는 주인공이 어떤 놈인가?’를 묻는 것으로 결제하겠다”고 말했다. 스님은 “100일 후 해제 때는 분명히 보고 들을 줄 아는 이 ‘한 물건’에 대해 대답하는 대중이 한 분이라도 나오셔서 다시는 이 주지가 법석에 올라 이런 질문을 못하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날은 수좌 출신의 명진 스님이 봉은사 주지로 부임한 뒤 중창불사 1000일기도 정진에 들어간 지 178일째 되는 날. 그동안 봉은사는 서울 강북의 조계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강남의 불교문화포교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지만, ‘선종 수(首)사찰’이란 이름에 걸맞는 선풍(禪風)을 드날리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명진 스님이 주지 소임을 맡으면서 사찰 수행풍토가 크게 바뀌고 있다. 지난 해 3월 21일부터 석 달간 열린 월암(벽송사 선원장) 스님의 ‘간화정로(看話正路) - 간화선을 말한다’ 주제의 참선법회에 연인원 4000여 명이 동참하는 등 선(禪)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봉은사에서 첫 하안거를 맞는 명진 스님이 ‘이뭣고 화두’를 주제로 결제법문을 하면서 더욱 정진의 고삐를 당길 전망이다.

특히 이날 하안거 결제법회가 끝난 후 봉은사의 고요한 경내에 자리 잡은 봉은선원에서는 선감(禪監) 성묵(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스님과 선원 대중들이 현판식을 갖고 하안거 결제를 맞는 각오를 다졌다. 봉은사에 시민선원에 문을 연 것은 지난 2003년 11월, 지난 해 10월에는 시민선원을 확대한 수련원을 문을 열었지만 ‘봉은선원’이란 명칭아래 좀 더 체계적인 재가선원으로 운영하게 된 것은 지난해 11월부터 성묵 스님이 선원 대중을 지도ㆍ점검하면서부터다.

결제 첫날을 맞은 봉은선원은 새로 방부를 들이는 몇몇 불자들로 활기를 뛰고 있었다. 며칠 동안 6명의 불자가 새로 입방을 신청해서 결제 대중은 모두 58명이 되었다. 대부분의 대중은 이미 몇 달간의 정진을 이어온 불자들이기에, 이날 방부를 들인 회원들은 선감실에서 면접을 해야 했다.

“거사님, 법명은 무엇인지요?”
“무여(60)라고 합니다.”
“거사님, 들고 계신 화두는 있습니까?”“아직 마땅한 화두가 없습니다.”
“거사님께서는 연세도 많으시니, 오늘은 특별히 주지스님이 직접 화두 간택(簡擇)을 하시도록 따로 시간을 잡도록 하겠습니다.”
“참선의 기본교재로 어떤 책이 좋을까요?”
“<선관책진(禪關策進)>이 참선하는 이에게는 구체적인 도움이 됩니다.”

선감 스님은 새로 방부를 들인 한 거사를 면담하면서 봉은선원의 청규(淸規)도 자세히 일러준다. “하심과 묵언을 원칙으로 하며 큰방에 단 한명이라도 정진중이면 복도나 각 방에서 잡담을 해서는 안 됩니다. 소임자스님 외에는 타인의 장ㆍ단점을 지적해서는 안 됩니다. 첫째도 둘째도 화합임을 명심해 주십시오.”

신입 회원들이 면담을 끝내고 옷을 법복으로 갈아입은 후 선방으로 들어가자, 어느덧 시간은 오후 1시. 선방에는 결제 대중이 모두 참석, 선감 스님의 주재 하에 용상방(龍象榜: 절에서 불사 또는 안거 시에 각자의 맡은 일을 써서 붙이는 안내문)을 짜기 시작했다. 회주 종범 스님, 주지 겸 선원장 명진 스님, 선감 성묵 스님 이하 청중(淸衆) 법원(60) 거사 등 재가 대중의 소임도 자발적으로 정해졌다. 성묵 스님은 “안거가 끝날 때까지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자는 목적에서 만드는 용상방은 중국에서 백장(百丈) 스님이 처음 실시했고, 우리나라에는 선종이 들어오면서 함께 전래되었다”면서, 선원 청소나 잡초 뽑기와 같은 울력도 모두 수행의 연장임을 강조했다.

용상방을 짠 후 잠시 휴식 시간에 신입 수행자들은 구참 선배들과 함께 장려자각 선사의 <좌선의(坐禪儀)>를 함께 되새겨 본다.
“그대는 온갖 반연(攀緣)을 놓아버리고 모든 일을 쉬어버려서, 몸과 마음을 한결 같이 하고 움직이고 머무름에 끊어짐(間斷)이 없게 하라… 몸의 자세를 잡고 호흡을 고른 다음에는 배와 배꼽을 느긋하게 하여 일체의 선악을 생각하지 말되, 생각(망상)이 일어나면 곧 알아차릴 것이니, 알아차리면 바로 사라질 것이다. 이렇게 오래오래 반연을 잊고 닦아 나가면 저절로 한 덩어리를 이룰 것이다.”

좌선 시 앉는 법, 호흡법 등은 익히 알고 있던 터이지만, ‘좌선의 요긴한 비결’이란 대목에서는 반복해서 읽으면서 더욱 정진의 자세를 가다듬는다.

법수선원, 황대선원, 해동선원 등에서 수행했던 참선 경력 40 여년의 광덕행(84ㆍ강남구 대치동) 보살은 후배들의 사소한 질문에도 정성껏 대답하며 정진을 격려한다. 길상사 시민선방 등에서 정진해 온 덕산(76ㆍ양천구 목동) 거사는 오후 2~4시 정진 시간에 죽비를 쳐주는 소임을 맡기도 하는 등 구참 수행자들은 말없이 모범을 보이고 있다.

성묵 스님은 “도심 속의 고요한 숲속에서 새벽 4시부터 저녁 10시까지 개방하는 선방을 갖추고 정진한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나 자신도 신도들과 함께 정진하면서 포교(민족공동체추진본부 사무처장 소임)하니 더욱 힘이 난다”며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격려를 당부했다. 모처럼 수좌 출신 스님들이 주지 및 선원장, 선감을 맡은 봉은선원이 도심 선원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하리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여러 시민선방의 어려움을 목격했던 재가 수행자들은 사찰 재정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음에도 선방의 활성화에 원력을 쏟고 있는 봉은사의 신선한 실험을 관심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02)3218-4827
김성우 객원기자 | buddhapia5@hanmail.net
2007-06-22 오전 10: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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