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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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서 칼럼] 기독교 의식개혁 앞장 류상태 목사
“모든 걸 던져 제자의 종교적 고민 함께해”
대광고 목사직을 그만두고 길거리 행상을 하고 있는 류상태 목사
2004년 대광고 강의석 군 사건의 본질은 종교 강요로 인한 인간의 행복추구권, 특히 종교의 자유라는 기본적인 인권을 심각히 침해하는 교육현장을 고발한 것으로, 수십 년 동안 시한폭탄 같이 잠재해 있었을 뿐 언제든 터질 것으로 예견된 사건이었다. 한 고등학생의 엄청난 희생에 의해 그동안 숨겨져 왔던 학교 내 종교인권이 사회 이슈화되기는 했지만, 자신의 직장과 신분까지 내던지면서까지 제자를 감싸 안고 보호하려 했던 스승이 없었다면 과연 가능했을까 생각되는 한 분을 잊을 수 없다. 바로 사건 당시의 대광고 교목실장 류상태 목사다.

류 목사는 개인의 이익보다 기독교와 사회 전체를 먼저 생각하는 양심적인 지성인이요, 용기 있는 실천가였다. 성실한 교사이자 성직자였던 그가 99 마리의 양보다 한 마리의 길 잃은 양을 찾아 돌보기로 하면서 거대한 종교권력과 맞서서 개혁에 나서는 험난한 길을 택한 이유가 무엇일까. 기독교에 대한 애정과 대광고에 대한 신뢰가 누구보다 깊었던 그였기에 보수 종교집단의 잘못된 방향을 안타까워했고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강 군 사건의 전 과정을 현장에서 함께 겪어내며 ‘의식개혁 없이 기독교가 과연 예수님의 근본정신을 이 사회에 펼쳐낼 수 있을 것인가’ 깊은 고민을 했던 것이다.

예배 선택권에 대해서 류 목사는 “선교의 적극성을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교단과 교회전체의 이해와 양해 없이는 학교장 단독으로 결정을 내릴 수 없을 것”이라며 학교의 입장을 설명하면서도, 일관성 있게 기독교계가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였다. 강 군이 퇴학 처리되었을 때도 그는 “명백히 헌법 정신을 위배한 것이며 대광고의 설립 이념과 목적을 오히려 정면으로 거스르는 비교육적ㆍ반종교적 처사로서 예수님을 다시 한 번 십자가에 못 박는 일”이라고까지 개탄하였다.

한편 강 군이 한참 단식 중이던 2004년 10월 대광학원 이철신 이사장과 류상태 목사 간 주고받은 공방은 상황에 대한 인식의 차가 얼마나 큰지 확인할 수 있는, 그 자체로 기억될 만한 유명한 사건이었다. 학교 법인 측은 류 목사에게 보낸 ‘경고의 말씀’에서 ‘목사이며 종교교사로서 직무 수행에의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엄중히 시정을 권고하였다. 이에 대해 류 목사는 “교육의 기반을 흔드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 생각되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며 다음과 같이 답을 하였다.

첫째, 학생들을 ‘선교의 대상’으로 보는 관점에 대해,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중대한 문제로 교육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다. 아무리 기독교 학교라도 학교는 학생의 전인격적 성장을 돕는 교육기관이지 교회가 아니다. 학생을 특정종교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화해서는 안 된다”며 반박했다.

둘째, ‘기독교 선교활동에 해를 끼쳤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제가 선교활동에 해를 끼쳤는지, 대광고의 완고한 교리적 신앙이 기독교의 참다운 선교활동을 방해하고 있는 것인지” 되묻고, “서구 신학에서는 이미 논의가 끝난 낡은 교리적 신앙관으로, 어찌 21세기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겠는가? 정말로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 인류 사랑의 정신이 그토록 배타적인 것인지, 인류 문화의 찬란한 금자탑을 쌓은 다른 훌륭한 종교 전통들을 모조리 배격하고 오로지 기독교라는 종교를 통해서만 구원을 받는다는 교리가 정말로 예수님의 정신에 부합하는 것인지 진지하게 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

셋째, ‘쓸데없는 분란을 일으켰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한국 개신교는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 목사로서, 잘못 가고 있다고 판단되는 한국 주류 개신교의 행태에 대해서 침묵한다면, 그것은 하나님께 죄를 짓는 것이고 천만 성도들을 속이는 것이며 어린 영혼을 죽이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류 목사는 학교 방침과 정반대의 입장에 섰다는 이유로 교목실장직에서 직위해제 되었음은 물론, 스스로 1985년 자신이 목사 안수를 받았던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교단에 목사직을 반납하였을 뿐만 아니라, 10월 27일 아예 교사직마저 그만둬 14년간의 교목생활을 정리함으로써 학교 내 종교자유의 문제를 전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장본이기도 하다. 교단을 떠난 그는 학교 앞에서 노점상도 해보고 평신도 법인인 ‘새길기독문화원’에서 사무국장직을 지내기도 했지만, ‘종교’라는 울타리마저 류상태라는 ‘자유인’을 가둘 수 없었는지 최근에는 내면의 세계를 정리하며 글 쓰는 일에만 몰두하며 지낸다고 한다.

어느 시대나 선각자는 자신을 던져 양심의 소리에 따라 행동할 수밖에 없고, 아직 각성되지 않은 당시에는 항상 오해와 저항이 따르게 되어 있다. 흐린 물을 맑히는 데는 맑은 물이 넘치게 하는 도리밖에 없다.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데 ‘종교자유인들’이 함께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용기를 내어 그대가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머지않아 그대는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되리라”는 프랑스 폴 발레리의 말이 새삼스럽게 귓가에서 맴돈다.
박광서(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
2007-05-23 오후 3:16:00
 
한마디
참 용기있는 목사입니다. 이혼란스런 사회의 한줌의 소금이되고있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2007-06-14 오후 1: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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