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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시절, “노래 좀 한다” 소리를 들으면 누구나 한번쯤 꿈꿔왔던 무대가 있다. 바로 어린이 동요대회다. 그 시절을 돌아보면 두 손을 곱게 모으고 온몸을 좌우로 흔들며 리듬을 타는 모습이 조금 우습기도 하다. 하지만 순수한 목소리로 다른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노래 부르는 모습, 그 순간이 참 아름다웠다.
부처님께서 오신지 2551년이 된 올해, 부처님 생신을 맞이해서 불교를 사랑하는 어린이들의 축제가 5월 13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공연장에서 열렸다. ‘전국 어린이 연꽃노래잔치’라는 이름처럼 1년에 딱 1번 열리는 어린이들의 노래 솜씨 경연장이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 같은 것은 없었다. 그 동안 어린이들이 절에 다니며 배운 찬불동요를 여러 사람 앞에서 부르는 것, 그것이 목적인 무대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어린이들은 이미 예선을 거쳤다. 역시 본선 참가자들이어서일까. ‘삼귀의’를 부르는 목소리부터 남다르다. 그 어느 법당에서 들었던 삼귀의가 이렇게 맑았을까.
노래잔치는 송묵 스님과 어린이들이 함께 부처님을 향한 마음을 외치며 시작됐다.
“나는 부처님의 제자로서 모든 사람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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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저학년 친구들의 노래 자랑 시간. 유치부가 깜찍했다면 이제 점점 화려한 의상을 입은 공주님들이 무대 위로 나설 차례다. 하늘색 드레스, 땡땡이 치마, 깔끔한 올림머리는 공주님들의 특권. 공주님들 틈새에 왕자님 우중이(10)가 끼었다. 남자 아이지만 깨끗한 목소리로 여자 아이들과 충분히 솜씨를 겨룰만하다.
얼핏 아이들이 너무 치열하면 어쩌나 걱정스러웠는데 쉬는 시간, 서로 손을 붙잡고 까르르 웃는 모습을 보면 그런 근심은 멀리 사라졌다. 노래잔치의 본뜻이 경쟁하고, 이기는 것에 있지 않다는 것을 그 누가 설명해주지 않아도 아이들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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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시작된 단체합창과 고학년 무대. 단체는 능인선원이 역시 눈길을 끈다. 지휘자도 있는데다 25명이라는 숫자, 그리고 꾸준한 연습을 통한 실력 때문이다.
고학년 무대는 정연이, 지은이, 혜정이, 태연이, 소희 등이 다들 각자의 음역에 맞게 곡을 잘 살려냈다. 그나저나 큰일이다! 심사위원들이 너무 힘들게 생겼다. 보는 사람들까지 누구에게 더 큰 상을 줘야 할지 모를 정도로 실력이 다들 뛰어나기 때문이다. 심사위원 황학현 선생님(찬불가 작곡가)이 참여한 어린이들에게 심사평을 남긴다.
“정말 잘 불러줬어요. 그런데 여러분들이 더 즐겁게, 웃으면서 노래를 부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선생님은 여러분의 음색에 맞는 곡이 다양하지 않은 것 같아 그게 참 아쉬워요.”
심사위원 선생님 말대로 이날 참가자들의 대부분이 ‘부처님을 사랑해’, ‘하얀 연꽃’, ‘웃으면서 살아갈래요’ 등 비교적 유명한 찬불동요에 집중되는 모습이 보였다. 심사위원들도 느꼈지만 객석에서도 학부형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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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들이 이제 누구에게 무슨 상을 줄지 열심히 고민하는 동안 대한불교소년소녀합창단의 멋진 공연, 사회자 이진 선생님(불교레크리에이션협회)의 레크리에이션 시간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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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수상자를 발표하는 시간. 모두 나와 상장을 하나씩 받아들고 만족하는 모습이다. 그저 노래가 좋아서 무대에 섰기에 후회는 없다. 하지만 대상만큼은 누구에게 돌아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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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음악을 듣는 것을 너무너무 좋아해요. 이번엔 주지 스님께서 좋은 대회를 알려주셔서 큰 상을 타게 된 것 같아요. 오늘은 제가 이 상을 탔지만 다음에 또 대회가 있다면 친구들과 다시 한 번 노래를 불러보고 싶어요.”
소희를 흐뭇한 마음으로 지켜보던 불교레크리에이션협회 회장 송묵 스님은 “소희처럼 재능 있는 어린 불자들을 찾아 각 신행단체와 사찰에서 키워주는 것이 어린이 포교의 과제”라며 한 가지 제안한다.
“요즘은 ‘놀토’가 있잖아요. 각 사찰을 이용해 예체능분야를 지원, 인재를 육성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 중입니다. 많이 동참해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