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4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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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 공부는 간절함이 전부다”
봉화 축서사 철야정진법회…무여 스님'노파심절'로 지도
중앙고속도로에서 풍기IC나 영주IC로 나와서 지방도로를 따라 가다가 경북 봉화군 물야면에서 시골길로 다시 8km를 더 들어간 오지. 해발 1206m의 문수산 정상 바로 아래 언덕을 연화대로 삼아 웅장하게 자리 잡은 축서사. 이런 풍광 좋은 외진 곳에, 게다가 해가 저무는 저녁시간에 재가 수행자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도심에서도 모이기 힘든 300여 불자들이 주말 휴가를 반납하고 산사를 찾은 이유는 뭘까. 그것은 마치 잉어가 청정수를 찾아 물길을 따라 오르듯 훌륭한 선지식과 편안한 도량, 좋은 도반을 만나기 위한 본능적인 몸짓이 아닐까.

4월 21일은 매달 셋째 주말에 열리는 축서사 철야참선정진의 네 번째 법회 날이다. 서울 봉은사 신도 33명을 포함한 300여 수행자 가운데 거사들도 50여명이나 눈에 띈다. 지난 1월 등록한 260여 불자 외에 40여 명이 늘 추가로 참석할 정도로 호응이 좋다. 저녁 9시부터 대웅전에서 열린 축서사 선원장 무여 스님의 참선법문이 시작되자 이 곳 수행 분위기가 감지된다. 참선 초보자에서부터 구참자에 이르기까지 꼭 필요한 법문들을 자상하면서도 간곡하게 일러주는 모습에 환희심이 절로 난다.

“인간사의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습니다. 화두도 진의(眞疑)를 일으키느냐, 못 일으키느냐, 깨치느냐, 못 깨치느냐는 참선자의 뜻과 정성, 믿음과 발심에 달렸습니다.”

무여 스님은 ‘화두 공부는 간절 절(切)자 한 자면 족하다’고 거듭 강조한다. 며칠 굶은 사람이 밥 생각하듯이, 심하게 목마른 사람이 물 생각하듯이, 칠ㆍ팔십 된 노파가 전쟁터에 나간 외아들 생각하듯이 앉으나 서나 가나오나 간절하게 의심을 일으키라는 것.

“화두가 간절히 들리면 선악(善惡)의 망상을 떠나게 되고, 해태와 방일이 있을 수 없으며 무기(無記)에도 떨어지지 않으며 마(魔)가 들어올 틈도 없으며, 분별심이 나지 않아서 외도에도 떨어지지 않습니다. 화두가 간절하지 못하면 화두 참구가 아니고, 화두의 간절함을 모르면 공부인이 아닙니다.”


스님의 노파심절(老婆心切)한 법문은 대중들이 한 사람이라도 못 알아들을까봐 조용하면서도 느리게 이어진다. 한 마디, 한 마디에 당신의 체험을 담아 확신과 자신감을 심어주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화두가 깊은 잠에서도 없어지지 아니하고 은산철벽(銀山鐵壁)과 같을 때도 있습니다. 이때가 되면 ‘아아! 생사(生死)가 둘이 아니구나, 인간의 본성은 죽거나 없어지지 않고 불생불멸(不生不滅)이라고 하더니 정말 그렇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 정도만 되면 죽음을 두려워하고 괴로워하던 사람도 담담해지고 자신만만해집니다.”

화두가 점점 깊어지고 순숙(純熟)해지면 크고 뚜렷하게 되어 하나의 의심뭉치, 의단(疑團)이 된다. 나와 화두가 타성일편(打成一片)이 되는 이 시절에는 화두가 모든 생활 속에서도 조금도 어둡지 않고, 하루 종일 화두가 간단없이 여여(如如)하며, 깊은 꿈속에서도 한결 같이 들린다는 경험담이다. 옛 어른들이 “타성일편을 못 깨칠까 걱정하지 말고 타성일편이 안 되는 것을 걱정하라”고 한 법문이 이것이다. 그러고 보면, 무여 스님의 가르침은 성철 스님이 강조한 몽중일여, 숙면일여를 통한 구경각의 증득이란 수행관과 맥을 같이 한다.

“깨달음, 확철대오는 반드시 오매일여(寤寐一如)의 선정에는 들어야 하고, 오매일여가 되어도 은산철벽을 투과해서 백척간두(百尺竿頭)에서 진일보(進一步) 해야 드디어 진정한 깨달음에 이르게 됩니다. 진정한 깨달음에 도달해야 생사자재(生死自在), 생사해탈(生死解脫)을 할 수 있습니다.”

스님은 불교의 이상은 생사 없는 도리를 깨달아서 생사의 굴레에서 벗어난 대자유인(大自由人)이 되는 것임을 분명히 한다. 조금 지혜가 생겼다 하더라도 ‘내가 깨쳤다’, ‘내가 해마쳤다’는 생각을 절대 말고, 그럴수록 더 지극하게 밀고 나가야 참으로 깊은 경계를 체험할 수 있다는 당부는 착각도인들이 난무하는 오늘날의 수행풍토에 경책이 되는 소중한 법문이다.

헛기침 소리도 나지 않는 가운데 이어진 1시간여의 설법은 그야말로 마음 땅에 잔잔하게 내리는 이슬비와 같은 심지법문(心地法門)이었다.

불자들은 스님의 법문으로 더욱 각오를 다지며 선열당과 심검당 선방에 나눠 앉아 주리를 튼다. ‘탁! 탁! 탁’ 죽비 삼성이 울리자 축서사는 돌연 깊은 정적에 휩싸인다. 입정(入定)한 재가 선객들은 새벽예불 전까지 선정에 든 채 화두삼매의 법열을 즐겼으리라.

축서사가 이처럼 재가 선객의 총림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무여 스님의 10여 년 간의 중창불사가 오로지 출ㆍ재가를 위한 수행 및 교육공간의 조성을 목적으로 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동안 틈틈이 진행한 재가자 대상의 참선교육은 입소문을 타고 수행자를 모이게 한 실제적인 원인이 됐다. 선지식의 선법문과 실참, 선병(禪病) 치유, 문답 및 지도점검 등이 동시에 이뤄지는 보기 드문 참선도량이란 인식이 소리 소문 없이 확고히 자리 잡은 것이다. 24년 참선경력의 달마 김준영(48ㆍ서울 석촌동) 거사는 “10여 년 전부터 무여 큰스님을 스승으로 모시고 지도점검을 받으며 조주 ‘무자’ 화두를 들고 있다”면서 “큰스님의 자상한 가르침으로 내생에도 ‘무자’ 화두로 정진하고 싶을 정도로 신심이 난다”고 말했다.

중창불사 회향을 목전에 둔 축서사는 올해 상반기까지 철야참선법회를 통해 간화선 기초과정을 교육하고, 이후 무여 스님의 조사어록 강의를 중심으로 참선교육을 지속할 계획이다. (054)672-7579
봉화 축서사=김성우 객원기자 | buddhapia5@hanmail.net
2007-05-01 오전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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