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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념으로 기도하고 싶은데, 망상이 쉬지 않습니다. 어찌해야 할까요?”
“기도에 조금 더 집중하고 열심히 하려는 의지에 나머지 망상은 저절로 밀려납니다. 기도 자체를 즐기며 하고 싶어 해야 싫증이 나지 않고 깊이 들어 갈수 있습니다. 망상으로 망상을 치료하는 것이니 순일하게 터득하면 기도하는 마음이나 망상이 동일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한마음(一心)이란 것을 알기 위하여 방편으로 구분하여 찾아보는 것입니다.”
4월 16일 경북 김천시 남면 부상리, 금오산 동쪽의 수려한 계곡(일명 ‘금오동천’)에 자리 잡은 인적사(주지 혜철) 주지실. 혜철 스님과 한 신도와의 수행상담 및 점검이 진지하게 진행 중이다. 정기법회가 열리는 일요일은 물론이고, 평일에도 대구, 부산 등지에서 온 신도들이 주지실 방문을 노크한다. 점검을 받는 신도들도 기쁘게 상담에 임하고, 주지스님 역시 한 잔의 녹차를 마시며 격식 없이 참선, 진언, 기도 등 수행관련은 물론이요 일상의 고민까지 들어주고 해법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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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5월 27일 개원한 인적사가 불과 10개월 만에 300여 원력불자들이 모인 수행도량으로 자리 잡은 것은 주지스님이 처음부터 수행도량을 표방하고, 신도들로 구성된 사찰운영위원회(위원장 이기호)가 절 살림을 직접 운영하는 체제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팔공산 은해사 중암암에서 혜철 스님을 따르던 신도들이 사찰창건기금을 만들고 은적사 카페(cafe.daum.net/Injuksa)를 만들어 인터넷 신행상담을 곁들인 것도 한적한 시골 사찰을 알리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적사의 강점은 참선, 간경, 주력, 참회 등의 전통수행을 종합해 근기와 성향에 맞게 수행하도록 한 점이다. 특히 매주 정진주간을 정해 한 수행방편을 집중적으로 공부하게 한 것도 주효했다. 이를테면, 첫째 주는 다라니 주간으로 정해 ‘신묘장구대다라니’ 주력수행을 20편 이상 하도록 권장하고 있으며, 둘째 주는 금강경 주간으로 삼아 <금강경>을 3회 이상 독송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셋째 주는 참회주간으로 108참회로 절 수행을 하도록 하고, 마지막 주는 상담주간으로 정하고 주말철야 참선정진으로 한 달을 회향하는 등 일상적인 수행과 점검이 이어지도록 한 것이 불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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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철 스님은 “기복불교가 만연해 성인(聖人)의 가르침이 숭고해서 자신도 조금이나마 배워보겠다는 간절한 자세로 절을 찾는 경우는 드물다”며, “종교가 무엇이며, 왜 수행해야 하는지를 알고 발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발심만 제대로 되면 바쁜 일상 속에서 적합한 수행을 하고, 스님에게 인터넷 점검을 받는 것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절에 자주 가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종교의 목적을 제대로 알고 수행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는 말이다.
“종교란 더 이상 가르칠 것과 배울 것 없는 완전한 상태에 이르는 것입니다. 진리를 터득하여 중생에게 이로움을 주고 길잡이가 되어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데 종교의 목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수행자에게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고 그 바탕위에 성인의 가르침을 받들고 터득하여, 고정관념과 고통에 휩싸인 삶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열어가는 거죠.”
스님은 수행이란 것이 그 방법보다는 간절함과 지속성, 그리고 실천에 있다고 생각한다. 늘 바깥의 대상에 의존하지 않고 자성불(自性佛)에 기도하는 마음으로 정진하면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대자유인으로 당당하게 걸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부처님 법을 신심으로 실천하고 기도하는 사람은 남의 말에 끄달리거나 꾸며서 말하지 않습니다. 이기고 지는 것에도 마음 쓰지 않고, 온화하여 말없이 행합니다. 생명의 아픔을 함께 느끼고, 무엇이든 평등하게 보며 늘 미소를 머금고 상대를 포근하게 합니다. 모든 일에 긍정적이어서 건강하고 심성이 맑아 정신적 차원이 높아집니다. 나아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기에 늘 행복하고 대 자유인이 되어 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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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오신날이 다가온 요즘, 인적사에는 평일에도 신도들이 하나 둘씩 자발적으로 찾아와 연등을 만들거나 점심공양을 만들기도 한다. 사찰의 주인이 따로 없어서 모두가 주인이기에, 정진과 바라밀행 역시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저절로 하게 된다. 그야말로 일과 수행, 세간과 출세간이 둘이 아닌 흐뭇한 모습이다.
혜철 스님은 좋은 절을 구분하는 여섯 가지를 일러주었는데, 상당히 일리가 있었다. 그것은 부처님 가르침을 바르게 전하는가? 수행이 바탕이 되는 절인가? 스님이 재물이나 명예에 연연하는가? 사회 현실의 고통을 동참해 같이 헤쳐 나가는가? 공부하는 도량으로 가꾸어 신도들의 수행 생활에 불편이 없는 장소를 만드는가? 신도들 간에 편견 없이 화합하여 정법을 받들고 실천하려고 노력하는가 등이다.
이 기준을 참고하면 훌륭한 스승, 좋은 도량, 뛰어난 도반을 만나 여법하게 수행할 수 있을 것 같다. 진묘행(40ㆍ대구 봉덕동) 보살은 “정진주간에 맞춰 수행과 봉사를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불심이 강해짐을 느낀다”며 “절에 오는 것이 마음이 편해서 ‘좋은 우리 절’이라는 자랑을 절로 하게 된다”고 말한다.
절에 오래 다니면 다닐수록 기복화 되는 신도들, 불교를 공부하면 할수록 나도 안다는 분별심만 키우고 실천할 줄은 모르는 불자들, 수행을 지도하기보다는 천도재 하라고 부추기는 사찰이 적지 않은 요즘, 금오산 아래에서 부는 조용한 변화의 바람은 시사 하는 점이 많았다. ‘부처님(能仁)의 고요한 침묵(寂默)’이란 뜻을 지닌 인적사(仁寂寺)가 부처를 선발하는 선불장(選佛場)이 될 것을 기대해 본다.
인적사는 매월 둘째 일요일 오전 10시 30분에 금강경 법회를, 매월 넷째 토요일 오후 8시에 철야참선법회를 연다. (054)431-11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