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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한 원각의 깨달음에서 흘러나온 모든 법은 일체가 환(幻)인줄 알고 수행해야 합니다. 환인 줄 알면 곧 여읜지라 방편을 짓지 아니하고, 환을 여의면 곧 깨달음이라 점차도 없습니다(離幻卽覺 亦無漸次).”
4월 7일 저녁 8시, 원주 치악산 자락에 자리 잡은 도심포교당 도각사(주지 향수). 아담한 법당에 스님 10여명을 비롯한 20여 대중이 이각(理覺) 스님의 <원각경> 법문에 눈과 귀를 집중하고 있다.
원주 근교의 강원도 불자들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법회에 참석한 이들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가장 유명한 불교카페인 ‘혜안(cafe.naver.com/rafulra.cafe)의 회원들이다. 오프라인에서 신행이 이어지기 힘든 온라인 수행도량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스님들이 절반이나 경전강의에 동참한 것부터 예사롭지 않다. 아니나 다를까. 법문의 수준 역시 상당한 안목이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준이 높다. 더구나 최상승 돈교(頓敎)인 <원각경> 법문이다 보니, 법회가 이뤄지는 이 자리가 그대로 원각도량으로 느껴질 정도로 신심이 난다.
“중생의 무명은 본디 스스로 있는 어떤 것이 아닙니다. 무명과 윤회는 실로 있지 않은 ‘나고 죽음(生死)’을 실로 있는 것으로 보는 중생의 전도된 망상 때문에 일어납니다. <원각경>은 이러한 온갖 중생의 갖가지 허깨비의 변화가 모두 여래의 ‘뚜렷이 깨친 묘한 마음(圓覺妙心)’에서 나온다고 보기에, ‘일체 중생이 이미 뚜렷한 깨달음을 증득해 쓰고 있다(一切衆生 皆證圓覺)’고 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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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각 스님의 법문에 따르면 최상승 돈교는 번뇌를 끊고 열반을 얻는다는 기존의 수행관이 아닌, ‘닦음 없는 참된 닦음(無修之修)’이다. 그것은 중생의 생사와 무명이 실로 있지 않음을 바로 비춰내되, 생사 없음에 머물지 않고 생사를 해탈의 묘용으로 바로 드러내는 수행이다. 즉 그것은 온통 깨달음인 수행이고, 그 깨달음은 온통 닦음으로 드러나는 깨달음이다. 왜냐하면 <원각경>은 자신이 ‘원각’으로서 본래 부처라는 사실을 자각함을 수행의 출발점으로 삼기에, 방편과 차제의 이름을 세우되 실로 방편을 짓지 않고 차제가 없기(不作方便 亦無漸次) 때문이다. 근기가 둔한 사람은 환(幻)과 같은 방편으로써 환을 닦는 ‘허깨비 같은 삼매(如幻三昧)’로 끊임없이 환을 여의어야 원각에 들 수 있지만, 예리한 근기는 진실로 환을 여의고 다시 허망한 알음알이를 내지 않아서 원각이 저절로 스스로 앞에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현선수보살장(賢善首菩薩章)’을 끝으로 <원각경> 법회를 회향하는 이각 스님은 1년 동안 설해온 법문을 총정리 하듯이 자상하게 되풀이 한다.
“6근과 6진이 환상과 같아서 있다고는 하지만 그 실체는 없는 것들이니 당연히 그 둘에 의하여 드러나는 생각도 그 실체가 없어서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생각’이 없다면 6근이나 6진은 ‘없다는 것도 없는 것’이 되어 버리니 생각의 근본인 ‘깨달음(覺)’에 본래 갖추어진 세 가지(세상, 몸, 생각)가 어울려 드러나는 것이 현실 즉 ‘지금’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이러한 공공연한 비밀이 이 세계인 것이고 실상이며 현실이고 인생인 것이니, 비유하면 이 세상은 ‘꿈의 세상’이며 ‘환상의 세상’이며 ‘깨달음의 세상’이니 ‘오직 정신세계(三界唯心)’인 것입니다.”
이각 스님에 따르면, ‘깨달음(覺=佛)은 온갖 생각을 드러내는 근원적인 능력’이다. 또한 ‘생각’이란 객관세계와 불가분의 관계인 감각기관의 화합으로 이루어지는 정신 활동이다. 눈은 세상의 색깔이 모두 사라지면 무용지물이 되고, 색 또한 눈이 사라지면 그 실체가 증명될 수 없는 빛의 현상이지만, 이 둘이 화합되면 ‘보인다’라는 ‘작은 깨달음’이 이루어지며 그것을 바탕으로 생각을 전개하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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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근, 6진, 6식 이 셋은 모두 허상입니다. 이 셋은 셋이 아니고 하나인 ‘깨달음’이고 ‘지금’이며 ‘나’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삼라만상이고 삼라만상의 주인인 것입니다. 이러함을 깨닫는다면 이제 삼라만상에 의하여 속박 받을 ‘나’가 아니고 삼라만상을 끌어안고 있는 왕이므로 극치의 자유인이 되는 겁니다. 이것이 해탈의 경치입니다.”
저녁 8시부터 무려 4시간 동안, 휴식시간도 없이 펼쳐진 이각 스님의 열정적인 설법은 철저히 경전에 근거한 것으로, 뼈를 깎는 자내증(自內證: 스스로의 마음으로 진리를 깨달음)에서 나온 것으로 느껴졌다. 법회에 동참한 것만으로도 ‘지금 여기’의 깨달음을 확신토록 하는 힘과 진실을 담은 감동적인 ‘꽃자리’였다.
희각(53ㆍ원주) 보살은 “큰스님의 법문을 통해 자타(自他)와 생사가 본래 없음을 밝혀 자유의 불사조(不死鳥)가 되고, 스스로 만든 환상과 꿈인 이 세상의 실체를 명확히 깨달아 참나의 위대함을 이생에서 기필코 성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혜안 카페는 최근 이각 스님의 법문을 모아 <불멸>(지혜의눈 刊)이란 책을 펴냈다. 이 카페는 매달 넷째 주 토요일 오후 6시에 철야 참회정진법회를 열고 있다. 철야법회를 회향한 ‘지심(至心)’ 회원들을 대상으로 조만간 <열반경> 법회도 열 계획이다. (033)734-1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