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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삶 자체가 수행''이요, ''전쟁터가 바로 법당''임을 일깨운 지구촌 스승의 위대한 가르침은 사람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을 가능케 한 자비명상과 보살행, ‘지금 여기’에서의 깨달음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비행의 원천인 천진무구(天眞無垢)의 경지는 도저히 헤아릴 수 없겠지만, 국내에 유일하게 번역된 스님의 법문집 <한 걸음 한 걸음(Step by Step)>(무한 刊)과 <과연 누가 적인가(Who is the Enemy)><평화는 우리 모두의 목표(Peace is our common goal)> 등을 중심으로 스님의 수행과 깨달음을 되새겨 본다.
△ 마음의 주인이 되라
스님은 “마음의 주인이 되어 보게. 그렇게만 된다면 모든 것에 통달할 것일세”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중요한 법문’으로 강조한다. “마음의 주인이 되는 순간, 우리는 모든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여기에는 다른 어떤 가르침도 소용이 없다”고 말할 정도다. 이는 임제 선사의 ‘머무는 곳마다 주인공이 되면, 지금 서 있는 그곳이 바로 진리의 세계다(隨處作主 立處皆眞)’는 가르침과 상통한다.
△ 깨달음은 있는 그대로 보는 것
스님에 따르면 ‘보리(菩提)는 깨어남, 곧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볼 줄 아는 것(如實知見)’을 말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화에 대해 알아차릴 때 화는 모든 힘을 상실하며, 화는 곧 자비심으로 거듭난다. “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거다’라고 할 만한 알맹이 따위는 없다. 화는 언제나 사소한 것들에 의해 촉발된다. 화를 내는 나는 어디에도 없다. 불법의 진리만이 있을 뿐이다. 가끔씩 화가 나 온몸이 달아오르면 바로 자비를 떠올리라. 금방 열기가 식을 것이다.”
△ 진리는 항상 눈앞에 있다
스님은 “불법은 지금 코앞에 있다. 그것은 언제나 없지 아니 한 곳이 없다. 불법은 시간을 초월한다. 그 결과는 단박에 드러난다”고 말한다. 이는 선종에서 말하는 흔히 말하는 ‘도무소부재(道無所不在: 도가 없는 곳이 없다)’나 ‘촉사이진(觸事而眞: 손에 닫는 것 그대로가 진실)’, ‘촉목보리(觸目菩提: 보이는 그대로가 깨달음)’와 똑같은 의미이다. 때문에 스님은 “행복의 비밀은 눈앞의 현실에 온통 최선을 다하는 것, 그 순간을 충만하게 사는 것이다”고 말한다.
△ 양변을 초월한 중도의 평정
“평화에 이르는 길의 이름은 중도(中道)이다. 그것은 모든 종류의 대립과 극단을 초월한다. 그것은 간혹 평정(平靜)이라는 말로 불리기도 한다. 평정은 어떤 극단과도 조화를 이룬다. 평정이란 모든 다툼이 가라앉은 것을 뜻한다.” 스님은 ‘중도는 평화에 이르는 길인 동시에 평화 그 자체’라고 말한다.
△ 내려놓기
마음 가운데 집착이 있는 한, 고통은 필연적이다. 고요한 마음에 자유와 평화가 깃든다. 집착의 이름은 탐욕, 분노, 질투, 갈망 등 108가지나 된다. 어떻게 하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떠나가도록 놓아두기만 하면 그만이다.” 이른바 ‘고통스럽게 잡고 있다가 행복하게 떠나보낸다’는 그것이다. 선(禪)에서 강조하는 방하착(放下着)과 같다.
△ 생각이나 감정에 물들지 않기
“감정을 먼저 다스리지 않는 한, 거기에 휘둘리고 만다. 지금 여기에 충실할 때, 사물의 실상은 절로 드러난다. 명상은 쾌락과 불쾌와 그 중립적인 감정을 지혜로 변화시켜 준다. 명상에서 멀어지면 좋으니 나쁘니 하는 분별로 치닫기 마련이다.” 취사선택하는 분별심을 내지 않으면 경계에 매몰되거나 오염되지 않는다는 선(禪)의 원리와 같다. 스님은 “생각이나 감정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난 것, 그것이 바로 열반이다. 그것은 가장 고귀하고 완벽한 행복이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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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반을 저 멀리 밖에서 찾는 이들을 향해, 스님은 “지금 여기가 열반이다”고 일깨운다. 열반은 바로 우리 마음속에 있으며, 그것은 오직 지금 이 순간에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열반은 고통의 소멸을 뜻한다. 그것은 일체의 분별을 초월하기에,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다. 그것은 최고의 행복이며, 원인과 결과와도 상관이 없다고 한다. 스님은 “열반에 이르면 모든 집착이 사라지며, 매 순간마다 새롭고 신선하고 순결하다. 업도 소멸된다”고 말한다. 스님은 “고통 없이 살기 위해서는 생각이나 감정에 집착하지 않고 언제나 ‘지금 여기’에 살라”고 당부한다.
△ 자비 명상
“말하기 전에 생각하라. 자신의 생각을 잘 살필지니, 만유에 대한 존경으로 빚은 사랑, 그로부터 피어나게 하십시오.” 스님은 다른 사람을 존경하고 섬기는 것은, 온 세상 아니 계신 데 없는 부처님을 받드는 것과 같다고 본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자비명상에서 적묵(寂黙: 고요한 침묵)은 모든 행동의 원칙이다. 나아가 평화 만들기에는 명상과 겸양, 지혜가 필요하다. 중도의 길, 대립을 벗어난 길, 집착을 벗어난 길인 평화의 성취는 지혜와 자비의 완전한 조화를 뜻한다.
△ 걸음 걸음이 명상이자 기도
“천천히 천천히 한 걸음 또 한 걸음, 걸음걸음이 그대로 명상이자 기도이다.” 스님에 따르면 명상수행은 ‘하나뿐인 길’이다. 언제나 지금, 어떤 상황에서든, 바로 이 순간에, 매 순간마다, 바로 이번 걸음에 해야 하는 가장 절실한 문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