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4 (음)
> 신행 > 수행
수행은 ‘삼계유심ㆍ만법유식’ 깨닫는 것
동현학림의 유식 공부 현장

3월 5일 저녁, 서울 종로구 낙원동 건국1호빌딩 407호에 자리잡은 경전연구소 동현학림(東玄學林). 장명수(54) 스포츠한국 편집위원이 죽비 세 번을 치면서 시작된 송찬우(56) 중앙승가대 교수의 유식(唯識) 특강 첫 시간. 유식 입문서인 <백법명문론(百法明門論)>을 교재로 경전 공부와 마음 공부를 함께 하는 이번 강의는 <백법명문론>의 서론격인 ‘백법논의(百法論義)’ 첫 구절에서 감산덕청(憨山德淸ㆍ1546-1623) 선사가 유식의 핵심을 드러낸 법문으로 문을 열었다.

“부처님이 대장경의 가르침을 설하신 것은 단지 ‘삼계가 오직 마음(三界唯心)’일 뿐이며, ‘만법이 오직 인식(萬法唯識)’일 뿐임을 설파하신 것이다.”

불교의 종지를 ‘삼계유심과 만법유식’으로 설파한 감산 대사의 이 한 마디로 첫 강의는 이미 종강을 한 것이나 진배 없었다. 그 어렵다는 유식은 물론이요 참선을 비롯한 모든 수행법의 시작과 끝이 오직 이 도리를 깨닫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천안 등지에서 올라 온 다섯 명의 스님을 비롯한 20여 수강생들은 감산 대사의 명쾌한 법문과 송 교수의 안목으로 다시 드러난 강의에 환희심을 내며 법문 한 마디 한 마디에 집중하며 일심(一心)의 도리를 참구했다. 선어록을 중심으로 한 경전 강의의 권위자인 송 교수의 강의는 한자 원문을 하나하나 새겨가면서 숨은 뜻을 드러내어, 매순간 공부인들이 자기를 되돌아보는 계기를 주고 있었다. 단순히 교학적인 지식만을 전하는 곳이 아님을 단번에 느낄 수 있다.

공부인들이 첫 구절에서 깨닫지 못했기에 계속 이어진 감산 대사의 법문은 유식과 선종을 관통하는 일심의 도리를 더욱 극명하게 드러낸다.

“지금 생멸(生滅)하는 감정을 잊고 성인과 범부를 세우지 않으며 일심의 근원을 극진하게 안다면 상대적인 두 가지가 모두 없어질 것이다. 이것이 참으로 ‘현상(相)에 나아가지만 본성을 회복(卽相歸性)’하는 최고의 법칙이다.”

감산 대사는 본체 또는 본성인 성(性)과 현상 또는 형상인 상(相)이라는 대립적 존재를 하나의 근원(일심)으로 회통하고 있는 것이다. 송 교수는 “감산 대사가 유심(唯心)에 의거해서 본성의 공(空)을 주장하는 성종(性宗)과 유식(唯識)에 의거해서 현상세계의 여실한 모습을 주장하는 상종(相宗)의 분쟁을 해소했다”고 설명했다. 명대의 대표적인 선사인 감산 대사가 유식을 해설한 것은 유심사상이 단지 교학의 틀에 갇혀서도 안되며, 그렇다고 맹목적 수행만을 강조해서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감산 대사는 <백법논의>에서 교(敎)와 선(禪)을 회통해 깨달음의 길에 이르도록 이렇게 지시하고 있다. “그 마지막 단계에서 꽃을 들어 ‘가르침 밖에 따로 전하는(敎外別傳)’ 뜻으로 삼으니 곧바로 일심을 가리켜 본래는 미혹과 깨달음이 있지도 않았고, 성인과 범부에 귀속되지도 않는다는 말이다. 지금 달마대사가 전수한 선종이 이것이다. 그것은 가르침 가운데서 수행하고 일심에 의지해서 그 깨달아 들어간 경지를 열어보이는 것으로부터, 생멸문(生滅門)에 의지해 깨달아 진여문(眞如門)에 이르기까지를 궁극의 법칙으로 삼는 것이다.”


유식에 대한 감산 대사의 깨달음 역시, 선과 교의 서로 다른 길을 걷는 수행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분별하면 인식(識)이고 분별하지 않으면 지혜이며, 식(識)은 더러움에 의지하고 지혜는 깨끗함에 의지하며, 더러우면 생사가 있고 깨끗하면 모든 부처도 없어진다. 나는 이로부터 유식의 종지를 깨달았다”는 고백이 그것이다.

유식에서는 ‘하나이면서 참다운 진리의 세계(一眞法界)’에서 원만하고 밝은 ‘오묘한 마음(妙心)’은 본래 한 물건도 없기에, 몸과 마음과 세계의 형상도 전혀 없는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어떻게 감각기관(根)과 대상(境)이 상대해서 있겠으며, 망상과 분별이라는 인연의 그림자가 있겠는가? 원래 이 마음과 대상은 모두 ‘밝지 못하고 깨닫지 못함(無明不覺)’으로 말미암아 한 마음에 미혹해서 식(識)이 있게 된 것으로 본다. 유식(唯識)이 변화해서 견분(見分: 주관의 인식 기능)과 상분(相分: 주관의 대상)의 두 종류를 일으킴으로써 견분은 마음이 되고, 상분은 대상이 된다. 따라서 인연과 대상을 분별하고, 좋은 것과 추한 것을 ‘취하거나 버림(取捨)’하는 것이 모두 허망한 인식(妄識)일 뿐이다.

결국 마음과 대상이 ‘오직 인식(唯識)’임을 안다면 분별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분별이 발생하지 않으면 한 마음이 원만하고 밝아져서 모든 형상을 떠나게 된다는 것이 유식의 수행관이다. 이는 시비ㆍ분별하고 취사ㆍ선택하는 분별ㆍ망상을 떠나 ‘일체처에 무심(一切處無心)한 것이 해탈’이라고 보는 선의 도리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송 교수는 “‘삼계유심과 만법유식’의 도리를 일깨우기 위해 그 무수한 교리와 수행방편이 등장하고, 그 많은 이름과 모양으로 인해 오히려 일심을 증득하는 것이 어렵게 되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면서, “그 어떤 교학을 공부하고 수행을 하더라도 본성과 일심으로 돌아가야 한다(會相歸性, 會歸一心)”고 첫 강의를 마무리지었다.

매주 월 오후 7시에 ‘유식 특강’을 진행중인 동현학림은 매주 토 오후 4시 명대(明代) 내지덕(來知德) 선생이 저술한 <주역집주(周易集註)>를 교재로 ‘주역 강좌’도 열고 있다. 동현학림에서는 송 교수의 강의를 듣지 못하는 이들에게 <벽암록><능가경><장자해(莊子解)><능엄경><대승기신론><화엄경십지품><법화경><천태소지관><조론> 등의 강의 테이프를 제공한다. (02)732-3038
김성우 객원기자 | buddhapia5@hanmail.net
2007-04-04 오전 10:43:00
 
한마디
닉네임  
보안문자   보안문자입력   
  (보안문자를 입력하셔야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내용입력
  0Byte / 200Byte (한글100자, 영문 200자)  

 
   
   
   
2024. 11.24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