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4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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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선할 때나 일할 때나 한결같이 화두 들리나?
일상 속에서 무위진인 찾는 동중선(動中禪) 공부 지도

2월 24일 토요일 저녁, 서울 성북동 언덕에 자리잡은 법천사 운문선원. 아담한 정원을 가로질러 불전에 참배하고 선원장 일수(一守) 스님을 뵌 후, 곧바로 철야정진에 동참했다. 8시부터 시작된 정진은 좌선에 앞서 경직된 심신을 이완시켜주는 요가로부터 시작되었다. 입승인 혜오 스님과 함께 20여 불자들이 온 몸 구석구석을 차근차근 풀어준다. 동작 하나하나를 따라해 보니 예전에 비해 유연성을 잃어 뻣뻣해진 몸이 느껴진다. 땀이 흐를듯 말듯 할 정도의 요가수련을 마치자 본격적인 좌선이 시작된다.

“딱! 딱! 딱!”
입정을 하자마자, 선원장 스님의 장군죽비가 살벌한 소리를 내며 춤을 춘다. 필자 역시 양 어깨에 세 방씩, 여섯 방의 경책을 받고 나서 본격적인 정진에 들어갔다. 양 어깨에 짊어졌던 천 근의 짐이 부서지면서 홀가분해진 느낌이었다. 경책은 자정을 넘기면서 졸음이 쏟아질만 하면 계속 이어졌다. 2년만에 철야정진에 나서면서 체력이 달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의외로 졸음이나 망상은 적었다. 다리와 허리의 통증 역시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가끔 집에서 1~2시간의 좌선을 했건만, 이렇게 철야정진이 수월한 것은 장군죽비를 세 번, 모두 18방이나 맞은 효과 때문이라 여겨졌다. 혼침에 떨어지기 전에 예방차원에서 맞는 장군죽비는 그야말로 천둥과 번개와 같은 위력을 지닌 호법신장이나 다름없었다.

이튿날 오전 2시 30분부터 선원장 스님의 소참법문과 故 서옹 스님의 <벽암록> 강의 테이프를 들으며 무사히 철야정진을 회향했다. 당시 84세의 고령에도 <벽암록>을 제창하는 서옹 스님의 벽력같은 목소리가 가슴을 울린다. 새벽 예불을 끝으로 법회가 끝났것만, 대부분의 불자들이 아침까지 정진을 이어간다. 어느 절에서도 보기드문 용맹정진의 모습이다.


법천사는 고불총림 백양사 운문선원장을 역임한 일수 스님이 2005년 11월 시민선원을 연지 1년이 조금 넘은 기간에 1백여 재가자들이 정진하는 수행도량으로 자리잡은 곳이다. 법랍 36년 가운데 20년이 넘게 제방 선원에서 정진해 온 선원장 스님이 재가자들을 위해 ‘철야 참선 정진회’를 결성, 매월 첫째ㆍ셋째 주 토요일마다 직접 참선을 지도하고 있다. 이번에 처음 실시한 재가자 동안거 결제에는 무려 53명이나 동참해 바쁜 일상 가운데서도 잠을 줄여가며 자율적인 정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안거기간 동안 매 주말 실시한 철야정진에는 평균 20여명의 신도들이 동참할 정도로 수행열기가 뜨겁다.

운문선원이 불과 1년만에 이처럼 재가자 용맹정진 도량으로 자리잡은 것은 정중선(靜中禪)인 좌선과 일상생활 속에서 공부하는 동중선(動中禪)을 함께 가르치기 때문이다. 본래 조사선은 노동(운력)과 법문듣기, 좌선이 하나로 이어지는 마음공부여서 행주좌와(行住坐臥) 어묵동정(語黙動靜)이 선(禪) 아닌 때가 없다. 하루 24시간이 그대로 수행이 되어 일행삼매(一行三昧)에 이르는 동정일여의 공부에 대해 일수 스님은 이렇게 설명한다.

“원래 간화선은 정중, 동중 공부를 구분한 적이 없습니다. ‘자나 깨나 일여해야 한다[寤寐一如]’는 것이죠. 일속에서 화두 드는 습관을 들이면 운전할 때도 화두가 또렷하지만, 운전에 방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것이 더욱 무르익어 돌과 나무처럼 무심해지면, 거기서 다시 끊어짐 없이 지어가면 타성일편(打成一片)이 됩니다. 이것은 천만 갈래의 마음을 화두에 다 모아 버린다는 말입니다. 타성일편이 되어야만 무의식에 가까워져 아무 생각이 일어나지 않으면서도 성성적적(惺惺寂寂: 또렷하고 고요함)한 공부가 이어집니다. 이 무의식에서도 더 열심히 정진해 이를 넘어서면 견성(見性)이라고 조사 스님들은 말씀합니다.”

차도 오래 마셔봐야 차 맛을 알듯이, 화두 공부는 하면 할수록 힘이 생기고 자신감이 생기며, 더욱 간절해진다. 화두 드는 힘이 생겨 탄력을 받게 되면 화두가 저절로 들리는데, 이를 득력(得力)이라고 한다. 사실상 이때가 선의 입문이라고 할 수 있다. 고봉 스님은 득력해서 3ㆍ7일(21일)이면 화두를 타파할 수 있다고 했다. 결국 동중 공부에서 힘을 얻으면, 정중 공부는 오히려 쉽게 이뤄짐을 알 수 있다.

좌선과 함께 동중선을 함께 배운 덕분에 운문선원 재가 수행자들은 수행에 상당한 진보를 이루고 있었다. 10년 동안 ‘무자(無字)’ 화두를 들고 있는 여래행(55ㆍ서울 둔촌동) 보살은 “오랫동안 스승을 찾다가 선원장스님을 뵙고부터 수시로 지도ㆍ점검을 통해 경책과 격려를 받으며 공부하다 보니, 집과 선원을 오가며 환희심 나게 정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신도들의 공부를 때로는 엄하게, 때로는 자상하게 일일이 점검해 주는 일수 스님의 지도법은 당대의 선지식들을 가까이서 모시고 공부한 경험에서 비롯됐다. 해인사의 성철, 혜암, 법전 스님과 불국사의 월산 스님, 통도사의 월하 스님, 봉암사의 서암 스님, 동화사의 진제 스님, 태안사의 청화 스님, 백양사의 서옹 스님 등 큰스님들로부터 독참(獨參)도 받고 법문도 많이 들어서 공부에 큰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서옹 스님이 생전에 펼친 ‘참사람(無位眞人: 본래면목) 운동’을 계승해 시민들에게 생활선을 전하고 있는 일수 스님은 앞으로 선불교센터를 건립해 종단의 선풍 진작에도 일조할 계획이다. 한편 운문선원은 매월 둘ㆍ넷째주 일요일 2시에 청년법회를 열어 참선과 함께 금강경(미황사 금강 스님 법문), 초발심자경문 강좌를 열고 있다. (02)745-6939
김성우 객원기자 | buddhapia5@hanmail.net
2007-03-27 오후 2: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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