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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자는 어떠한 느낌(受)이 일어나든 그 일어남(生)과 사라짐(滅)을 알아차려서 느낌에서 갈애(渴愛)로 연결되지 않도록 해야만 합니다. 느낌을 무상(無常)으로 알아차릴 때 갈애가 일어나지 않으며, 갈애의 소멸이 곧 도(道)입니다”
2월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청호불교문화원 1층에 자리잡은 한국위빠사나선원에서는 선원장 묘원 법사의 ‘수행자를 위한 12연기(緣起) 강좌’가 9개월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회향되었다.
묘원 법사는 ‘범부와 아라한에게 미치는 느낌이 미치는 영향’이란 주제의 마지막 강의에서, 느낌이 일어나고 사라질 때의 알아차림(念, sati)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미얀마의 전설적인 고승 모곡 사야도의 말을 인용하며 “붓다께서 최고의 깨달음을 얻은 곳은 고결한 황금좌(黃金座)가 아니라, 갈애가 느낌으로부터 잘려나가는 바로 그 지점에서 최승의불(最勝義佛)이 되는 깨달음을 성취했다”고 말했다. ‘12연기(윤회)의 고리를 끊는 것은 바로 느낌의 ‘일어남과 사라짐’(無常)을 알아차려 갈애가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라는 말을 하기 위해 오랫동안 연기법에 대한 강의와 실참을 해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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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연기는 흔히 부처님이 깨달은 내용의 핵심으로 일컬어진다. 그럼에도 그 중요성에 비해 그저 교리적인 이해가 있을 뿐 이것이 구체적으로 수행과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묘원 법사가 실참과 면담을 곁들여 지도한 이번 12연기 강좌는 사념처(四念處), 즉 몸(身, 몸의 움직임)ㆍ느낌(受, 감각)ㆍ마음(心, 마음의 움직임)ㆍ법(法, 생각의 대상)이라는 네 가지 대상을 알아차리는 구체적인 수행법을 12연기라는 이론적 토대 위에서 확고히 해가는 선교일치(禪敎一致)의 수행과정이었다. 묘원 법사는 “역대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은 수행법은 모두 사념처와 12연기였다”며 “많은 분들이 12연기를 통한 위빠사나 수행을 통해 사견(邪見)을 제거하고 빠르게 공부의 진척을 이루었다”고 평가했다.
마침, 이날 강좌에서는 30여년이나 간화선 수행을 해온 재가 수행자가 처음 강의를 듣고 묘원 법사와 1대1 면담을 가졌는데, 서로가 좋은 느낌을 가졌다. 칠순의 그 수행자는 처음 위빠사나 강의를 들었지만 큰 거부반응을 느끼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동안 품었던 의문점들이 해소되는 경험을 한 것이다.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대부분의 국내 위빠사다 단체들이 몸과 호흡관찰을 위주로 한 순수 위빠사나를 수행하는 반면, 한국위빠사나선원에서는 마음을 보는(알아차리는) 심념처(心念處) 수행을 가르치는 곳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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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심념처란 어떤 수행법일까. 마음을 알아차린다는 것은 마음이 마음을 대상으로 알아차린다는 것이다. 알아차린 마음이 순간적으로 빠르게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을 아는 것이다. 이런 마음을 찰나생(刹那生) 찰나멸(刹那滅)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마음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을 일상중에 계속해서 알아차리는 것이 심념처 수행이다. 물론 수행시에는 몸, 느낌, 마음, 법 등 사념처의 대상 중에서 하나만 따로 존재하지 않고 모두 함께 작용한다. 마음은 미세한 것이기에, 먼저 몸을 알아차리는 수행을 충분히 한 뒤에 집중력이 생기면 마음을 알아차리기가 쉽다.
묘원 법사는 심념처의 특징을 이렇게 설명했다. “마음은 순간적으로 일어났다가 순간적으로 사라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어떤 하나의 마음이 길게 지속되는 것이 아니고 순간 순간 서로 다른 마음이 계속해서 일어났다가 사라지는데 항상 뒤에 일어난 마음은 새로 일어난 마음입니다. 순간 순간의 마음이 사라지고 그것을 일어나게 하는 마음은 ‘조건’이지 ‘나’라고 하는 어떤 의식이 그것을 주도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것이 무아(無我)를 말하는 것입니다. 집착은 무상과 괴로움(苦)과 무아를 보아야 사라지며 그중에서도 무아를 보면 더 확실하게 집착이 끊어지고 더 높은 의식수준을 얻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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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원 법사는 1988년 국내에 위빠사나를 처음 소개한 거해 스님으로부터 근본불교를 접한 1세대 남방 선(禪) 수행자이다. 96년부터 미얀마의 마하시 센터와 쉐우민 센터에서 7년여간 집중적인 수행을 통해 ‘마음 보는 법’을 알게 됐다는 그는 선(禪)과 심념처의 유사성에 주목하며 깨달음에 목마른 수행자를 인도하고 있다. 그는 오랜 간화선 수행으로도 성취를 얻지 못한 수행자들이 ‘마음 보는 법’에 대해 한번쯤 알아볼 것을 권하고 있다.
한편, 한국위빠사나선원은 3월 6일부터 6개월간 매주 화 오후 2~5시 ‘12연기 법문과 위빠사나 수행반’을 모집한다. 동참금 15만원. (02)512-5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