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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느질 해 본 기억이 있으세요? 기껏해야 떨어진 단추나 양말의 구멍을 기우는 정도가 현대인들이 하는 바느질의 전부가 아닐까 싶습니다. 2월 13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에 위치한 누비문화원에서는 누비장 김해자씨(55, 중요무형문화재 제107호)와 함께하는 누비체험 강좌가 열렸습니다. 그 현장으로 찾아가 봅니다.
“손누비는 기술이 아닙니다. 너무도 단순한 바느질의 연속입니다. 고요히 앉아 바느질을 하다보면 온갖 번뇌가 다 생겨납니다. 번뇌가 일어나면 내려놓는 과정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고 끈기와 인욕을 배우게 되는 것이지요. 그것이 손누비의 참 정신일 것입니다.”
차분하지만 단호한 김해자씨의 설명이다. 학창시절 자수나 퀼트를 하며 나름 손재주가 있다고 느꼈던 참가자들도 모든 과정을 직접 손으로 해야 하는 누비 앞에선 걱정이 앞선다. ‘혼자만 삐뚤삐뚤하게 바느질하면 어떻게 하나’ 고민하는 마음이 들렸을까? 김씨는 바느질솜씨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옳다 그르다, 잘 한다 못한다 하는 생각을 내려놓으세요. 그저 한마음으로, 진솔한 마음으로 나 자신으로 되돌아가 바느질에만 전념하세요. 처음 바느질 하는 사람은 최고의 작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두 번, 세 번 하다보면 ‘더 잘 해야지’ ‘더 빨리 해야지’하는 마음이 앞서 바느질을 망치게 됩니다.”
아직 바늘도 잡아보지 못한 참가자들에겐 알듯 모를 듯 한 가르침이다. 역시나 백문이 불여일견. 솜을 넣어 누비는 볼록누비와 손을 넣지 않고 누비는 평누비(납작누비), 바느질 간격에 따라 이름 붙여진 세누비ㆍ중누비ㆍ드문 누비 등 기본 용어부터 익힌 후 본격적인 실습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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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비 목도리를 만드는데 필요한 재료는 천과 솜, 골무, 실과 바늘 그리고 천을 고정시킬 집게 등이 전부.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은 실을 다루는 법이다. 무명실을 필요한 길이대로 잘라 초를 칠해 다림질해 실이 서로 엉키지 않도록 한다. 이때 실은 목도리 길이에서 두 뺨 정도 여유를 두고 자른다. 초칠한 실은 빵끈 등으로 중간을 묶어 사용하기 좋게 준비해둔다.
다음으로는 천 재단. 준비한 천을 목도리 길이에 따라 디자인해 마름질 한 후 두 장을 겹쳐 그 사이에 솜을 넣는다. 초보자에게는 선이 그려진 천이 바느질하기 쉽다. 기본 모양이 만들어지면 천의 가운데를 먼저 홈질로 바느질하고, 다시 나누어진 각각의 가운데를 바느질해 네 부분으로 나누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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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바느질을 위해서는 보조천을 양쪽 끝에 바느질해 매단다. 보조천은 수예의 수틀 역할을 해주는 것으로, 집게로 천을 바느질대에 고정할 때 사용된다. 실은 한쪽만 매듭을 짓는다. 바느질이 시작되는 첫 세 땀 정도는 뒤로 홈질을 하는 뒤땀을 뜬다. 이는 세탁 시 올이 풀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제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홈질을 해 나가는 일만 남았다. 어느 정도 시간을 투자하는지 또 얼마나 집중해서 바느질을 하는지에 따라 소요되는 시간은 천차만별이다.
참가자 박명자씨는 “가벼운 마음으로 참가했는데, 바느질을 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며 “차근차근 바느질을 해서 꼭 완성하고 싶다”고 밝혔다.
두 시간 동안 진행된 강의를 마친 김해자씨는 “욕심 내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다는 마음으로 하다 보면 마음도 차분해지고 바느질도 정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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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누비 대중화 나설 터”
“지난 1월 13일, 청도 운문사에서 스님들을 대상으로 손누비 강좌를 했습니다. 학장 스님부터 막 강원에 입학한 스님까지 한데 모여 앉아 바느질을 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나 황홀했습니다.”
누비장 김해자씨는 당시의 상황을 전하며 다시금 들뜬 마음이 됐다. 누비 인생 30년. 그동안 경주에 위치한 공방에서 작품 활동을 하며 제자들도 키웠지만, 가슴 한 곳은 늘 허전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손누비를 전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2003년 서울에 전시관을 겸한 누비문화원을 개원했던 것도 대중들에게 한 번이라도 더 손누비를 보여주고 싶어서다.
어떻게 하면 누비문화를 전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김씨는 어렵사리 대중강좌를 열기로 결심했다. 작품 활동 시간을 아끼려 바깥출입을 거의 하지 않았던 그로써는 큰 결심이 아닐 수 없다.
운영이 어려워 한동안 개방하지 않았던 누비문화원을 상시 개방하고, 목도리나 조끼, 배냇저고리 등의 기본 재료를 구입해 직접 누비를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했다. 4월에는 문화원 내에 ‘명품관’도 개관해 그간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작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곳에서 누비와 인연을 맺은 불자들이 하루 10분 만이라도 차분히 앉아 누비바느질을 하며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그것이 쌓이고 쌓이면 내 안의 부처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요?” (02)723-0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