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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주지 스님이 뭘까요?” “abbot.”
“법복은요?” “buddhist custom.”
강화 연등국제선원(선원장 원유)에서 1월 8~12일 4박 5일간의 일정으로 개최한 ‘청소년 다도 및 참선 체험 영어캠프’ 첫날. 영어캠프에 참가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22명의 남녀 초ㆍ중등생들이 영어 지도를 맡은 릴리(미국, 26)선생님의 질문에 유창하게 대답한다.
연등선원은 미래 한국불교의 주역인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불교문화를 영어로 체험하게 하는 기회 제공은 물론 자립정신과 협동심 배양을 위해 2002년부터 매년 ‘청소년 영어캠프’를 개최해 오고 있다. 4박 5일(2차 1월 15~19일, 3차 22~26일, 4차 27~31일 )간의 일정으로 진행된 이번 영어캠프는 참선 및 다도 체험, 향공(香功, 베트남 불가 기공술), 발우공양, 전통예절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영어캠프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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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캠프로 출발하기 전 ‘걱정 반 기대 반’
1월 8일 오전 11시 조계사 앞. 영어캠프에 참가하기 위해 모인 십 수 명의 초ㆍ중등생들이 연등국제선원 영어캠프 행 버스 안에 서먹서먹하게 앉아 있다. 영어지도를 맡은 릴리 선생님이 버스 안에서 22명의 참가자들에게 4박 5일 간의 일정을 영어로 간략히 설명한다. 어떤 아이들은 걱정이 역력한 눈빛이고 또 어떤 아이들은 산사에서의 영어캠프가 기대되는지 릴리 선생님에게 “외국인 선생님은 몇 명인지?” “어떤 프로그램이 재밌을지?” 등 이런저런 질문공세를 퍼붓기도 했다.
# “어디서 왔느냐?” “I don’t know.”
연등국제선원에 도착한 아이들은 점심공양을 한 후 오후 2시부터 오리엔테이션에 들어갔다. 오리엔테이션은 아이들의 수준별 반편성을 위한 것. 영어지도 자원봉사자 크리스(독일, 26), 조(케나다, 27), 로라(스웨덴, 25)선생님들이 아이들의 영어실력을 체크하기 위해 “어디서 왔느냐?” “이름이 뭐냐?” “취미는?” 등의 질문을 영어로 물어 본다. 정지만(역삼초교6)군은 쑥스러운지 고개를 연신 저으며 “I don’t know.(잘 몰라요)”를 연발한다. 박서희(야탑초교3)양은 ‘취미는 독서고 장래희망은 선생님’이라는 내용의 자기소개를 원어민 수준의 영어 실력으로 발표해 참가한 어린이들에게 갈채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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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편성이 끝나자 4박 5일간의 영어캠프의 프로그램 일정이 구체적으로 소개됐다. “새벽 3시에 기상해서 예불 드리고 아침 6시에 발우 공양을 합니다”라고 조혜문 선생님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이들의 불평어린 함성이 쏟아진다. “어휴~~새벽 3시에 어떻게 일어나요?” “발우공양하면 물 많이 먹어서 배터질 것 같단 말에요.” 등등.
# 가부좌 틀고 힘들지만 꾹 참고 참선
“참선은 깨달음에 이르는 수행의 하나이며 세상을 밝히는 마음공부입니다. 자! 이제 눈을 지그시 감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보세요. 숨은 천천히 배로 들이 마시세요. 어때요? 마음이 편안해 지는 게 느껴지나요?” 러시아 출신이 일조 스님이 아이들에게 참선을 지도하는 모습은 부드러운 가운데도 엄중함이 느껴진다. 마냥 장난꾸러기만 같았던 아이들의 얼굴에서도 사뭇 진지함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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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가부좌를 틀고 참선에 들어 간지 10분이 지났을까. 그새를 못 참아 다리가 저려오고 숨쉬기가 답답하다며 “그만 하면 안되요?”라며 이번 영어캠프의 막내 최소영(당현초교2)양이 울먹인다. 일조 스님은 “가부좌가 힘들면 양반다리를 하라”며 20분만 더 견뎌볼 걸을 권유한다. 30분간의 참선이 끝난 후 “어땠느냐?”의 기자의 질문에 강민수(우신중3)군은 “힘들지만 할만 하던데요 뭘. 옆에 있는 친구가 저 보다 더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지지 않으려고 더 꾹 참고 했어요”라며 해냈다는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 베트남 기공술 향공(香功) ‘인기 짱’
이번 영어캠프의 ‘인기 짱’ 프로그램은 단연 ‘향공’이었다. 향공은 베트남과 중국의 불가비전 기공술로 연꽃이 피는 것을 형상화한 일종의 심신 수련법으로 방법은 요가의 기본 동작과 비슷하다. ‘연꽃잎 흔들기’ ‘용꼬리 흔들기’ 등 총 16개 동작으로 구성돼 있다. 향공을 연마하면 마음을 안정시켜 주고 집중력 강화와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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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공 지도를 맡은 베트남 출신인 운풍 스님은 “기공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부터 충실히 배우려는 자세다”며 “이러한 마음가짐을 비단 향공을 배우는 것에만 적용하지 말고 4박 5일간의 영어캠프를 마친 후 학교 공부 등에도 반드시 적용해야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장난기가 발동한 김태현(명진초교6)군은 “장풍 쏘는 법과 축지법을 알려 달라”며 운풍 스님을 조르기도 해 강의는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