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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보조개가 있으면 예쁘죠. 그래서 ‘예쁘다’는 말은 오른손 검지를 얼굴 볼에 대고 살짝 돌려주는 거예요”
장성 북이면 원덕사(주지 지암) 법당에서 한 무리의 아이들이 수화배우기에 여념이 없다. 새해들어 둘째날, 겨울방학을 맞아 호남에서 유일하게 ‘어린이 불교학교’가 개설됐기 때문이다.
원덕사 불교학교는 몇가지 특별함이 있다. 불교학교가 21일간 진행될 뿐 아니라 아이들이 스님과 함께 먹고 자며 공동생활을 한다는 것이다. 또한 불교학교에 참가한 어린이 대부분이 결손가정 아이들이다. 그래서 여름, 겨울 방학 때마다 열리는 원덕사 불교학교는 국내에서 하나뿐인 결손가정 아이들을 위한 어린이불교학교이다.
원덕사 불교학교는 2000년부터 시작됐다. 오직 어린이포교만을 위해 정진하겠다고 발원한 주지 지암 스님과 특수교육전문가 애안 선생님의 원력이 만나 12회째 진행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6시 아침예불과 함께 시끌벅적한 하루가 열린다. 한창 개구쟁이인 아이들이 모여 있기에 게임과 만들기 등의 놀이가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학업을 소홀하게 하지는 않는다. 스님의 지도로 ‘<부모은중경>으로 배우는 한문’은 물론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영어, 일어, 수학과 방학숙제 지도도 빠지지 않는다.
“아이들이 정서적 안정을 바라고 있어 눈을 자주 마주치고, 많이 칭찬하고, 많이 안아주고 있습니다. 이것보다 더 좋은 교육은 없거든요”
대학에서 특수교육과 교수를 역임한 애안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항상 자애로운 어머니가 되어준다.
주지 지암 스님은 말문이 늦게 트였다. 말을 하지 못한 탓에 어려서부터 주위의 놀림에 시달려야했다. 그때 장차 커서 소외된 어린이들과 함께 살 것을 발원했다. 그런 연유로 이곳에서는 수화교육이 필수이다. 어려서부터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몸으로 하는 언어를 하나 더 알아야한다는 것이다.
원덕사는 일년 내내 흔히 있을법한 재가 없다. 일요법회와 가정방문법회를 통해 신도들의 신행을 도와줄 뿐이다. 신도들의 정성과 사월초파일, 칠석 때 모여진 보시금은 전액 불교학교를 위해 쓰여 진다. 이렇듯 시골의 작은 사찰 원덕사는 여름, 겨울 어린이불교학교를 위해 존재하고 있다.
원덕사를 나서면서 불교학교가 21일간 진행되는 이유를 물었다.
“일주일은 잘못된 습을 버리고, 일주일은 새로운 습을 받아들이고, 나머지 일주일은 새로운 습을 다듬는 기간입니다”(061)394-48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