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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두시간동안 법문 들으니까 다리가 저리고 아프지 않습니까?”
“예 아픕니다.”
“아프다, 아프지 않다’로 구별하지 마세요. 아픈 다리를 주의깊게 관찰하다보면 아픈 다리와 내 몸이 별개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것을 느낌과 동시에 다리의 아픔은 사라집니다.”
1월 3일 노후 7시 충남 천안시 광덕면 만복계곡에 자리한 ‘호두마을(041-567-2841)’ 대법당. 2000년에 세워진 이곳은 국내에서 위파사나를 대중화시킨 대표적인 수행처로 손꼽힌다.
위파사나는 약 2600년 전 부처님께서 진리를 깨달은 수행법이다. 이것은 지금 이 순간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을 있는 그대로 관찰해 알아차려 ‘무상’ ‘고’ ‘무아’의 지혜를 스스로 증득해 해탈에 이르는 수행법이다.
국내에는 1990년대 초 보급되기 시작했다. 이날은 미얀마의 큰 스님인 우 또다나 사야도(미얀마 마하시센터)를 초청해 15일간 진행되는 특별집중 수행프로그램으로 30명의 수련생이 15일간 일정으로 수련하고 있었다.
입제식에서 초청 법사인 우 또다나 스님은 비구니 스님인 범라 스님의 통역을 통해 위파사나의 개념과 수행법에 대한 설명을 했다. “위빠사나 수행은 모든 현상을 아무런 집착 없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것입니다. 순수한 관찰과 알아차림을 통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비롯한 일체 대상이 한 순간도 고정됨이 없이 변하고 생멸하는 실체가 없는 것을 스스로 통찰하여 알아차리게 됩니다. 지금 이순간 있는 것을 사실 그대로 관찰하고 알아차림 하면 허망한 마음이 만든 모든 집착과 고통이 사라져 몸과 마음이 조화롭고 평화로운 최상의 행복을 성취하게 됩니다.”
처음 듣는 설명에 이해가 안간 일부 수련생들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스님은 예를 들어 설명했다. “눈앞에 귤이 있다고 합시다. 귤을 먹으면 처음에는 시큼하거나 달다가 계속 씹으면 밋밋해지고 나중엔 아무맛도 없어집니다. 맛을 관찰하면 분명 변화가 있습니다. 이처럼 변화하는 것은 실체가 없습니다. 그 변화를 보는 마음도 실체가 없지요. 주객을 떠나 대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마음’이 진짜 ‘나’입니다. 맛있다고만 느끼면 귤을 더 먹고 싶다는 욕망이 생길 뿐이고 맛없다고만 느끼면 먹기 싫다는 체념이 생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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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생들은 오전 4시에 일어나 오후 9시까지, 예불과 행선(行禪ㆍ걸으면서 참선하는 것) 및 좌선, 인터뷰 등을 한다. 식사는 오전 6시와 오전 11시 두 번. 오후에는 간단한 음료 정도만 입에 댈 뿐 불식(不食)을 한다. 오후 수행 중 자유롭게 법사와 만나 수행을 점검한다.
위파사나 수행에선 호흡에 대한 관찰이 기본이다. 호흡하면서 느껴지는 숨의 흐름, 배가 나오고 들어갈 때의 느낌 등을 관찰하는 것이다. 우선 숨을 들이마실 때 아랫배를 내민다. 숨을 ‘토’ 소리가 나도록 급격하게 내뱉으면서 배를 안으로 들이민다. 이를 20여 차례 반복하고 잠시 쉰 뒤 다시 한다. 이 과정에서 숨이 나가고 들어오는 것과 배의 움직임을 자세히 느낀다. 이 호흡법은 잡념과 졸음을 막고 집중력을 키우기 위한 것으로 보통 1시간 동안 계속한다. 호흡은 24시간 하는 것이므로 이를 관찰하면 차츰 몸, 마음, 무의식으로 관찰 대상을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초심자들을 지도하고 있는 양홍규 법사(49)는 위파사나 수행을 열심히 하면 집착과 번뇌를 없앨 수 있다고 강조한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우리 인간들은 화를 자주내게 됩니다. 그런 화내는 자신을 관찰해 보세요. 화를 내는 나와 화를 내게 한 대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진짜 나’는 이것을 관찰합니다. 그러다보면 ‘진짜 나’는 화내기 전에 왜 화를 내는지에 대해 알게 됩니다. 화를 내는 원인과 그 뒤에 생겨나는 결과를 보게 되면 화내기 힘들어지게 되죠.”
이번 수행에 참가한 김주영씨(37ㆍ서울 성동구 마장동)는 “위파사나는 아침에 눈을 뜨고, 세수하고, 식사하고, 잠드는 것 모두를 수행의 일부분으로 보기 때문에 일상생활속에서도 수행력을 높여줘 마음이 고요해지고 평안해 짐을 느낄 수 있어 좋다”고 수행담을 말했다.
위파사나의 장점은 기본수행법만 익히면 일상생활에서 언제든지 수행할 수 있다는 것과 지도자가 인터뷰(면담)을 통해 언제든지 수련생의 자세를 고쳐주고 조언해 준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제대로 된 수행을 위해서는 지도자의 몫도 중요하다.
호두마을은 수행 경험이 많은 국내외 위파사나 지도자들을 초빙해 한달에 서너 차례 수련회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