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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년동안 ‘현대불교신문’이 이룩한 문화적 업적은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운 정도로 지대하다. 제호(題號)처럼, 정법(正法) 불교의 정착과 불교의 현대화를 향한 값진 발자취였음을 이천만 불자들은 공감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의 폐간조처는 비이성적일뿐 아니라,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몰상식적 처사라고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폐간선언의 과정을 우리는 납득 할 수 없다. 단 3주 동안이라는 유예기간도 어불성설이다. 또 ‘자산부채보고서’도 자의적 해석만 있을뿐 객관성을 상실한 내용이다. 적어도 책임감있는 경영진이라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내가 만들었기 때문에 내가 없앤다는 논리는 공인(公人)의 태도가 아니다. 세속법으로도 맞지 않을뿐더러 불교적으로는 더욱 가당찮은 희론(戱論)이다.
둘째, 재정적자에 대한 운영자측의 강변이다. 만약 신문사의 부채가 경영에 부담을 준다면, 그에 대한 대안으로서 구조조정, 긴축재정, 경영 합리화 등의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순리이며, 또 다른 후원 주체를 물색하는 것도 차선책일수 있지 않은가. 그러나 무조건 폐간을 고집하는 것은 보다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셋째, 불교문화의 입지를 축소시키는 일임이 자명하다. 현대는 명백히 다종교(多宗敎)적 상황이다. 주간신문은 물론, 일간지, 공중파방송까지 자신의 홍보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새로운 신문을 창간해도 시원찮을 판에 이 시대 지식인들의 기대를 받고 있는 불교 전문지를 없애려 하는 행위는 불조(佛祖)의 혜명(慧命)을 잇는 불자의 자세일 수 없다.
따라서 한마음선원의 폐간 결정은 철회되어야 한다. ‘현대불교신문’의 폐간이 가져다 줄 우리 불교의 상처는 현대 한국 불교의 수치로 기록될 따름이다. 무릇 모든 일은 처음보다 마무리가 중요한 법이다. 시작이 화려해도 끝마무리가 올바르지 못하면, 그일의 정당성은 보증되지 않는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회향(廻向)을 매우 중요한 보살행의 실천 덕목으로 삼는다. 우리는 지금이라도 정도를 걷는 자세, 내일을 기약하는 마음으로 이번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기대한다. 불교의 자존심을 스스로 짓밟는 행위는 더 이상 자행 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