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찾아오기 쉬운 도심에 사찰이 자리 잡고 있다고 해서 어린이법회가 잘될까? 아니다.
12월 1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서울ㆍ경인지역 어린이법회 지도자(지도법사, 지도교사) 모임을 위한 준비모임. 이날 준비모임 참석한 100여명의 참석자들은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운 점을 생생하게 토로했다. 그간 수도권 어린이법회 지도자들이 한 자리에 모인 적이 없어 한 번도 얼굴을 마주한 적 없지만, 현장을 통해 공유하는 생각들이 오가면서 분위기는 금세 뜨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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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명 어린이가 10명으로
서울 기원사 어린이법회 지도법사 법연 스님은 “200명씩이던 법회 참석자가 10명 정도로 줄었다”고 말한다. 서울 청량사도 1995년 이후 갑자기 아이들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300명씩 찾아오던 시절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지도법사 성법 스님은 “예전에 나오던 아이들도 이제는 학원에 가느라 못 온다”며 “IMF이후 인원은 줄었지만 어린이법회 운영과 유지를 위해 들여야 하는 기본투자비는 늘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달라진 현실에 적응하느라 법회운영 방식을 바꾼 사찰도 많았다. 서울 향촌선원은 1년 중 절반에 해당하는 3~8월에만 어린이법회를 운영하고 있다. 참여인원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족한 서울ㆍ경인지역 어린이법회 지도자 모임은 이처럼 현장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각 사찰의 사례를 공유하고 네트워크 조직을 구성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그간 (사)동련이 부산지역에 구성한 부산지역 어린이법회 지도자 모임은 있었지만 정작 수도권에서 어린이법회 지도자들이 경험을 공유할 조직은 없었다. 그러던 중 올해 처음으로 대한불교교사대학 서울캠퍼스 운영을 시작한 불교레크리에이션협회(회장 송묵)가 조계종 포교원의 지원으로 서울ㆍ경인지역 어린이법회 지도자 모임을 발족한 것이다.
이번 모임을 준비하면서 수도권 내에서 어린이법회를 운영하는 사찰의 전모도 완전하게 파악됐다. 조사 결과 어린이법회를 운영 중인 사찰은 서울 지역 48곳, 경기 26곳, 인천 7곳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한 자리에 모인 지도자들은 향후 어린이법회 활성화를 위해 지속적인 만남을 갖기로 결의하고, 법회 활성화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논의했다.
이 중 특히 많은 공감을 얻은 것은 ‘연합 불교학교 개최’ 방안이었다. 각 사찰에서 개별적으로 실시하는 어린이 겨울ㆍ여름 불교학교를 연중 1회 지역별로 연합해 개최함으로써, 사찰 간 교류를 원활하게 하고 아이들에게 불교적 연대감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조계사 교육국장 석연 스님은 “기독교를 믿는 아이들이 드러내놓고 자신의 종교를 말하는 반면 불자아이들은 심리적 위축감을 느껴 자신의 종교를 숨기는 경우가 많다”며 “연합 불교학교를 개최하면 불교학교를 운영하기 힘든 개별사찰도 참여할 수 있고, 아이들이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애아 위한 특별법회 필요해요
법회를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인력풀 제도 운영방안도 구체적으로 논의됐다. 특히 인력 활용방안으로 수영 스님(서울 구룡사, 정혜선원 지도법사)이 자체 운영하는 ‘선아회(善兒會)’를 소개해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선아회는 수영 스님이 담당했던 어린이법회 출신 청소년들이 중ㆍ고등학교 및 대학교로 진학해도 꾸준히 지도법사스님과 연락을 교환하면서 청소년기에는 어린이법회 보조교사로, 대학교 이후에는 지도교사로 투입돼 활동하는 모임. 수영 스님이 이같은 활용방안을 소개하자 타사찰 지도자들 역시 인력양성 제도를 운영하는 비결을 묻기도 했다.
한성포교원 원장 법농 스님은 “이웃 교회에서는 어린이주일학교를 18부까지 운영해 운영비결을 알아보니 아이들을 20명씩 나눠 소그룹으로 운영하고 있었다”며 “각 사찰 신도들도 투입해 전부 지도교사로 나서서 유치원까지 단계별로 아이들을 나눈 소그룹 운영제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날 모임에서는 또 ‘장애아동을 위한 특별법회 운영방안’도 논의됐다. 이는 현재까지 수도권에서 장애아동을 위해 특별법회를 운영하는 사찰이 없다는 자성에서 출발해, 앞으로 장애아동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법회를 이끌어야 할지 등을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모임을 주관한 송묵 스님은 “예전에 한 학부모가 ‘우리 아이는 장애인인데 어떤 유치원에서도 받아주지 않아 종교유치원에 연락하게 됐다’며 호소해와 장애아동을 받았는데, 수준을 고려해 반을 배치하고, 그 아동만을 위한 보조교사를 투입했다”며 사례를 소개한 뒤, “현재 불교계는 장애아동을 위한 관심이 적지만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도 방향을 정립하고 세미나 등을 개최해야 할 것”이라고 정리했다.
이날 첫 모임을 가진 서울ㆍ경인지역 어린이법회 지도자들은 12월 10일 봉은사 보우당에서 정식으로 발대식을 가졌다. 앞으로 월 1회씩 지도자 모임을 갖는 한편 각 법회 프로그램과 자료를 공유하는 ‘포교은행’을 설립해 운영할 계획이다. 지도자 모임 지도법사로는 석연 스님과 법농 스님이 추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