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씨는 4년 전 대학을 졸업한 후 지난해까지 대경지부 간사로 활동했고, 2006년 간사로 활동했던 현욱씨와 무연씨는 내년 봄 졸업을 앞두고 있다. 이미 대학을 떠났거나 곧 대학을 떠날 이들이 대경지부의 미래를 걱정하며 추운 겨울밤 산사에 모여든 것은 왜일까? 그것은 바로 대경지부 해체만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 ||||
법륜회로 출발했던 대불련 대경지부는 내년이면 창립 50주년을 맞는다. 이 같은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대경지부에는 현재 지회 감소로 인해 위기감이 팽배해있다. 대경지부 지회는 현재 경북, 영남, 계명대학 등 겨우 8개 대학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3~4년 전 15개였던 것에 비하면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셈이다. 회원 수를 보면 더 초라하다. 가장 회원이 많다는 경북대 불교학생회 회원이 20여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머지않아 모든 지회가 문을 닫을 지도 모른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보현사에 모인 5명의 젊은 불자들은 “‘대불련 대경지부가 창립 50주년을 맞는 해에 막을 내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대학에 지회가 없어지더라도 불교에 관심 있는 대학생들이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의 이름아래 모여 신행활동을 하며 신심을 키워갈 수 있어야한다”며 “대불련 대경지부가 최소한의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대경지부를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50년 전 불교에 관심 갖고 있던 선배들이 학교를 초월해 법륜회(대불련 대경지부의 모태)를 창립해 활동하다가 지회를 설립한 것처럼, 기존의 지회중심 대불련 활동을 대경지부 이름으로 통합운영하다 다시 지회의 활성화방안을 찾아보겠다는 것이 이들의 복안이다. 물론 한 두 해 만에 쉽게 이뤄질 일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이를테면 3년 결사. 3년이란 기간 동안 대경지부 간사로 활동하며, 대경지부가 안고 있던 문제점을 파악해 대경지부가 나아갈 방향을 바로잡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서두르지는 않을 생각이다. 밖으로 보이는 그럴듯한 모습을 좇지도 않을 작정이다. 모래성을 쌓듯 흩어져 버리고 만 대경지부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다. 이제는 한걸음을 옮기더라도 비전과 목적에 맞는 걸음을 옮김으로써 공허하지 않은, 의미 있는 움직임으로 만들어 나가고 싶은 바람이다. 그래서 이들은 우선 시대에 부합하는 대경지부의 비전과 목적을 찾는데 모든 전력을 쏟을 예정이다. 그리고 50주년을 맞는 2007년 2월 그 첫 수행과제로 예비대학생과 함께하는 템플스테이를 개최해 예비대학생들에게 불교의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주고 대불련을 알려 대경지부를 다시 살리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디딜 계획이다.
박민지씨는 “대불련대경지부를 살리기 위해서는 지역교계 스님과 불자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격려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했다.
“대불련 활동을 하면서 스스로를 볼 줄 아는 지혜와 힘이 생겼다”는 김현욱씨는 “인연법을 아는 자와 모르는 자의 행동은 확연히 다른 법”이라며 “많은 대학생들이 대불련 활동을 통해 인연법을 알고 이를 바탕으로 세상을 보는 눈과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불련 대경지부의 미래를 생각하며 두고두고 우려먹을 수 있는 내면의 알맹이를 찾아 나선 길. 막막하고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지만 원력을 세운 것만으로도 한국불교의 희망이 보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