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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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가자들이 이끄는 수행처 부산 여래선원
수행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주인!
이름난 산에 이름난 절이 있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부처님 가르침은 산에만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다. 불법은 역동하는 삶의 현장에서 살아 꿈틀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시 북구 화명동의 여래선원(원장 황갑규)은 ‘수행이 밥 먹고 잠자는 일상처럼 생활이 되게 해야 한다’는 재가불자들의 원력이 모여 문을 열었다. 개원후 불과 1년 만에 누구나 쉽게 찾아와 참선과 경전 공부로 스스로 삶의 지표를 세워나가고 있는 도심 속 수행도량으로 자리 잡았다. 여래선원은 ‘명산명찰’이라는 말 대신 ‘이름난 도심 가운데 이름난 도심수행도량이 있다’는 새로운 명제를 만들어가는 선구자로 오늘도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
금강경오가해를 공부중인 재가불자들. 여래선원 불자들은 참선 경전공부 염불 등의 수행법으로 공부하고 있다.

▶사랑방 같은 도심 수행도량
여래선원은 2005년 8월 문을 열었다. 북구 모라동의 운수사에서 10여 년간 참선과 경전 공부를 이어오던 도반들이 주축이 됐다. ‘도심 속에서 수행하며 불법을 펴보자’는 원력으로 마음을 냈지만 스님들도 실패를 거듭하는 도심포교당을 재가자들만의 힘으로 여법하게 꾸려나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걱정과 우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포교당 개원을 결심하고 나니 봄이 오면 꽃이 피듯 주위 여건이 따라 주었다. 여러 도반들의 보시와 참여로 수정역 1번 출구 바로 옆 금강빌딩 4층에 50평 규모의 선원이 마련됐다. 일과 후 쉽게 찾아 정진할 수 있는 사랑방 같은 수행처가 문을 연 것이다.
여래선원엔 여느 도심 포교당처럼 상주하는 스님은 없다. 오랫동안 참선과 경전공부를 이어온 재가 선객들이 선원 대중을 이끌어간다. 원당암 달마선원, 해운정사 선방 등에서 10년 이상을 한해도 거르지 않고 정진해 온 황갑규(55·현담) 거사와 대학시절부터 경전 강독과 수행에 진력해 오며 경전 공부를 지도해온 한의사 김진일(47·정명) 거사가 공동 선원장을 맡고 있다.
이 밖에도 오랫동안 수행해온 교수, 교사, 한의사 등의 도반들이 도량의 든든한 울타리다.
여래선원은 운영방식도 독특하다. 도반들이 내는 회비와 보시금으로 운영되며 격월로 보시금과 지출내역을 정리해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게시해 투명하게 관리된다. 또한 열쇠를 100여개 복사해 하나씩 가질 수 있게 한다. 수행하고자 하는 이는 누구나 주인이 되는 공간이다.
황갑규(55·현담) 선원장은 “하늘 아래 이런 수행처가 있을까 싶다”며 “조심스럽게 시작한 시도였는데 막상 이 곳을 찾는 분들 모두가 주인의 마음으로 스스로 수행하고 다른 이들이 수행을 편안하게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어 도심포교당의 희망이 보인다”고 자랑했다.

▶선교쌍수(禪敎雙修) 원칙 확고
11월 27일 월요일. 여래선원 경전 공부가 있는 날이다. 8시부터 시작되는 공부 시간에 맞추기 위해 일과를 마친 도반들이 서둘러 선원에 들어선다. 매주 월요일마다 열리는 경전 공부는 법화경에 이어 금강경오가해(金剛經五家解)를 시작했다.
경전 공부는 불법을 공부하는 이유, 참선을 하는 이유에 대한 답을 준다. 경전 공부는 불법에 대해, 내 인생에 대해, 연기법에 대해 정견을 갖추게 해 주므로 소홀히 할 수 없다. 정견과 서원에서 참선의 힘이 나오기 때문에 여래서원 입문자들은 반드시 경전 공부를 병행해야 한다.
김진일 거사는 “경을 바로 보면 그 것 자체가 선이며, 선을 잘 하면 그것 자체가 경이 된다”며 “바른 견해를 갖추어야 바른 정진을 할 수 있으므로 경전 공부로 바른 지견을 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로 서로 스승이요 도반
여래선원에는 스승이 따로 없다. 모두가 스승이고 도반이기 때문이다.
“불교집안의 공부인은 ‘오직 모를뿐’ 이므로 묻고 답할 것조차 없다. 그러나 점잖은 선비처럼 입을 다물어 버리면 불교가 망한다. 누구든지 몽둥이를 먼저 맞아야 부처님한테 입은 은혜를 갚는 것 아니겠느냐?”
경전공부 중인 재가불자들

황 선원장은 선원장 소임을 ‘몽둥이 맞는 짓’이라고 한다. 몽둥이를 하루에도 수 십 번씩 맞는다는 황 선원장의 말에서 치열한 수행 열기가 묻어난다.
황 선원장은 일대일 대화를 통해 각자가 얽매여 있는 잘못된 관념을 바로 잡아 주고 올바른 참선법을 지도해준다. 앞서간 선배들은 스스로 몽둥이를 각오하고 입을 열어 후배들을 이끌어주며 도반들은 서로 묻고 답하는 가운데 그릇된 견해에서 벗어나 정견을 갖추게 된다.
실제로 여래선원에 온 초심자들도 직접 참선 공부를 경험한 선배들의 자상한 지도 덕분에 공부에 큰 도움을 받는다. 15명으로 시작됐던 도반이 어느덧 60여명으로 늘어난 것도 서로가 서로를 이끌어주는 분위기 덕분이다. 오랫동안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불법을 공부해온 도반들의 수행열기가 서로의 공부를 탁마해주는 좋은 스승이 되고 있다.
“무작정 앉아 있는 것이 참선인줄 알면 더욱 더 참선에서 멀어질 뿐”이라고 지적한 황갑규 선원장은 “‘도’는 곧 ‘씀’이므로 가정이나 직장 생활 곳곳에서 어떻게 마음을 쓰느냐가 중요하다”며 생활선(生活禪)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여래선원은 매주 월요일에는 경전 공부, 매주 수요일에는 법담, 매주 목요일에는 참선 및 염불선, 매주 토요일에는 철야 참선 정진, 일요일 예불 및 법담을 진행하며 도심에 불법의 튼실한 뿌리를 내리고 있다. (051)362-0339
천미희 기자 | mhcheon@buddhapia.com
2006-12-06 오후 12: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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