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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함, 그 이상의 강의시간
11월 27일 동국대 일산병원. 오후 3시 30분이 되자 제1기 불교대학 강의 시간을 안내하는 방송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한 시간 뒤. 이석현 일산병원장과 이원철 한방병원장을 비롯해 의사, 간호사, 행정직원 등 50여 명이 불교대학 강의가 열리는 지하 1층 세미나실에 자리 잡았다.
지난 11월 8일 시작돼 매주 수요일 강의가 열렸으니, 이날이 네 번째다.
병원에서 업무시간에 불교대학을 진행한다는 것은 아무리 종립학교 병원이라 하더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더 의미있는 것은 강의 내용이 병원이라는 환경을 고려해 불교와 생명의료윤리, 생명복제와 불교, 뇌사·장기이식·안락사와 불교, 낙태 및 사형제도와 불교 등의 강좌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이석현 병원장과 함께 나란히 앉아 강의를 듣고 있는 김응중 교수(49·융부외과 과장)는 청강생이다. 연우회 구도부장을 맡고 있는 김 교수는 “불교공부를 한다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의학적 문제를 불교적으로 접근하는 강의라서 많은 관심과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불교대학 회장을 맡고 있는 노미경 수간호사(45·신생아 중환자실)와 총무를 맡고 있는 우종필 계장(38·재경팀)도 “병원에서 이런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복”이라며 흐뭇해했다. 특히 노 수간호사는 “12차례 강의가 모두 끝나면 1기생 모임을 만들어 활동을 하고 싶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양한 동아리활동 신심 UP
이들은 매주 월요일마다 병원 5층에 마련돼 있는 법당에서 예불을 올린다. 그리고 매월 한 차례 정기법회를 갖는다. 또 분기별로 초청법회도 연다.
지금까지 현해 스님(前 동국대 이사장), 혜국 스님(충주 석종사 금봉선원장), 종범 스님(중앙승가대 총장)을 차례로 모신 가운데 법회를 열었고, 오는 12월 말에도 초청법회를 계획하고 있다.
불교동아리인 ‘차연회’는 얼마 전인 11월 20일 첫 모임을 갖고 활동을 시작했다. 앞으로 매월 1회 정기모임을 갖는 한편, 법사실에서 수시로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면서 유대관계를 다지게 된다. 또한 차 문화가 불교문화인 만큼 이를 통해 병원 내에 차 문화를 알리면서 불교문화를 고양하는 역할도 할 계획이다.
일산병원 불자들의 봉사활동은 매우 활발하다. 연우회 봉사부에서는 인근 소외계층과 독거노인을 위해 생필품을 지원하고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또 교수(전문의)들은 중앙신도회와 함께하는 불교의료지원단 ‘반갑다 연우야’를 통해 의료봉사를 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어르신 개안수술도 계획하고 있다.
이와 함께 50여명으로 구성된 종교봉사단은 환자 위문 및 도서대여 봉사활동을 하고 있으며, 법공양 단체인 연지회(회장 이양희)는 매월 신간 20권을 마련하면서 불서 보급운동을 펼치고, 병실을 돌며 환자들에게 염주와 법요집도 나눠주고 있다.
▶서로 믿고 의지하는 분위기가 ‘힘’
이렇게 활발한 신행이 이뤄질 수 있기까지는 일산병원 지도법사 중제 스님의 역할이 절대적. 지난해 1월 연우회를 구성한 중제 스님은 예불과 직원상담, 환자 방문 등을 통해 신행분위기를 만들어나갔다. 불교대학 운영도 스님의 의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처음에는 무반응이었던 불자들이 하나 둘 나서기 시작했고, 이제는 스님과 불자들이 하나가 돼 서로 믿고 의지하며 신행분위기를 확산시켜 나가고 있다. 중제 스님은 “모든 활동을 불교적 소양과 마인드를 갖추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이를 신행으로 연결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