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로 풀어놓은 경전도 어려운데 한문 원본 경전을 어떻게 읽어?”
한문 경전에 대한 얘기만 꺼내도 손사래를 치며 지레 겁을 먹고 물러앉은 것이 일반적인 불자들의 모습이다. 불경원전에 대한 두려움과 장벽이 그만큼 높다는 말이다.
15년 동안 불경을 읽고 번역 연구해온 불교전공자들이 모여 개원한 현대불교연구원(원장 김용환)이 ‘불교경전 강독 모임’을 개설한 이유도 ‘한문본 불경은 어렵다’는 고정관념의 벽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다.
12월 1일부터 6개월 과정으로 현대불교연구원(부산시 장전동)진행되는 강독 모임은 그동안 불교 경전에 대한 공부가 유명 법사의 일방적인 강의식으로 전달돼 왔던 것에서 과감히 탈피하자고 제안한다. 소규모 공부 모임으로 진행될 강독 모임은 스스로 불경 한문본을 읽고 뜻을 새기고 음미함으로써 경전 읽기 능력을 키우도록 하기 위해 개설됐다. 한글로 풀어놓은 경전을 술술 읽어 내려갈 때와는 다르게 한자 한자 속에 담긴 뜻을 새기다보면 경전에 담긴 부처님의 생생한 가르침을 음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공부 모임에서 강독할 경전은 한역 <장아함경> 중 ‘유행경(遊行經)’ 상, 하권. 부처님이 열반하시기전 마지막 여행길에 올라 쿠시나가라에서 위대한 죽음을 맞이하기까지의 여정을 담은 내용의 경전이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서 다양하게 교화하시는 모습을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의 핵심이 드러나고 있는 경전으로 한문의 기초가 없어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내용이라는 점 때문에 ‘유행경’을 택했다.
또한 이 내용과 대응되는 팔리본 남전 대반열반경을 비교, 대조하면서 함께 읽는다. 이는 같은 장면을 설명하는 방식이나 내용이 한역권과 팔리어권에서 달리 표현되고 있음을 살펴 경전이 나타내고자 하는 보다 깊은 뜻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다.
이번 강독은 부산대불전강독회에서 오랫동안 불경 강독과 번역에 참여해왔던 김준호 현대불교연구원 상임연구원이 진행 책임을 맡아 불교 한문의 기초를 다지고 원전의 문맥을 따라 가며 불교의 교의, 사상을 스스로 새기며 뜻을 음미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강의는 현대불교연구원 강의실에서 열리며 매주 금요일 낮 2~4시, 밤 7~9시 주 야간반으로 나눠 진행된다.
김준호 상임연구원은 “누군가 풀어놓은 한글 경전을 읽을 때와는 달리, 스스로 뜻을 새기며 불경의 가르침을 곱씹어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강독 모임은 부처님의 가르침이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불경을 더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016-9663-29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