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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척박한 환경 속에서 병원법당을 연달아 3개나 개원하기위해 바쁜 스님이 있다. 11년째 고대의료원에서 호스피스 활동 중인 지현 스님(한국호스피스ㆍ완화의료학회 부회장).
스님은 12월 4일 고대안산병원 법당개원을 시작으로, 12월 중 고대안암병원, 내년 1월 고대구로병원에 차례로 법당을 개원할 예정이다.
스님이 이처럼 짧은 시간 안에 큰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11월 22일 고대안암병원에서 만난 지현 스님은 그처럼 병원불사가 가능했던 이유를 말없이 보여줬다.
“스님, 마음공부가 마음처럼 안돼요. 환자들이 댓거리 할 때마다 마음속에서 천불이 나요.”
스님은 병원 직원의 하소연을 듣는 중이었다. 직원과 상담 나누기를 10분 여. 직원은 연신 등을 다독거려준 스님에게 합장 반배를 하고 다시 일터로 돌아갔다.
스님이 법당개원 원력을 실현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렇게 병원 내 의료진, 환자, 봉사자들과 마음을 합친 덕택이다.
스님은 11년 전 불자회조차 없는 병원에서 차근차근 밑그림을 그려왔다. 낱낱이 흩어진 불자를 수소문했고, 2005년 불자회 창립을 서원하던 안암병원 신생아실 김명화 수간호사와 구로병원 김우주 감염내과의를 만나 2005년 7월 7일 고대의료원 불자회도 결성했다.
그런데 법당건립을 요구하는 불자회 측에 병원은 건립불가 통보를 내렸다. ‘활동이 없어 공간을 내줄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스님은 눈앞이 깜깜했다.
그러나 곧바로 성지순례를 비롯해 해외근로자 봉사활동, 몽골의료봉사 등을 전개하며 의욕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어려운 부분은 지현 스님이 연을 맺고 있던 중대병원 불자회와의 연계활동으로 도움을 받았다.
요즘은 월ㆍ목요일 중대병원, 수요일 구로병원, 금요일 안암병원 봉사활동은 물론이고 틈틈이 안산병원을 찾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격주로 불자회 교리공부도 진행 중이다. 병원봉사 활동에 방해될까봐 따로 몸담은 절도 없다.
그런 스님에게 요즘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일시에 법당 3개를 불사하기에는 재정적인 부담이 너무도 큰 것이 문제다. 부처님도 모셔야 하고, 좌대와 탱화, 촛대 등은 물론이고 컴퓨터, 냉장고 등도 각 법당마다 필요하다. 지속적인 후원금도 확보해야 한다는 걱정으로 스님은 잠이 오지 않는다. “병원 측에서는 6평짜리 시멘트 바닥만 내줬어요. 이곳을 법당으로 탈바꿈시켜야 할 텐데, 개원을 앞두고 여러가지로 막막하네요.”
힘없이 말하던 스님에게 휠체어에 아이를 태우고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다가왔다. 아이 손을 잡고 쾌유기도를 한 스님에게 아주머니는 “고대병원에 불자회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도 불자다”라며 “그동안 불자들이 입원해도 마땅히 의지할 곳 하나 없었는데 어서 병원법당도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주머니가 간 후 스님은 빙그레 웃는다. “아무리 힘들어도 법당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 아셨죠?”011-305-66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