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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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교사들이 말하는 어린이 법회의 ‘오늘과 내일’
교사 전문성·사찰의 투자가 성공요건
‘어린이포교’에 대한 장밋빛 희망이 불교계에 가득하다. 그러나 포교의 최일선에 선 어린이법회 지도교사들은 아직도 열악한 대우와 낮은 보수를 받으며 ‘자원봉사’ 수준으로 법회를 지도하고 있다. 한 달 내내 법회를 지도해도 10만원 남짓의 보수를 받을 뿐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어린이법회 지도교사들은 법회지도를 생업으로 삼을 수 없다. 대신 주중에 직장을 다닌다. 어린이법회를 위해 주말을 포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주중에도 직장 일을 끝마치고도 시간을 쪼개 어린이법회 운영 노하우를 공부하는 이들이 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스스로 어린이법회를 더 잘 이끌기 위해 자신을 탁마하는 것이다.
11월 22일 저녁 9시, 대한불교교사대학 서울캠퍼스의 ‘불교어린이지도사 과정’ 교육이 한창인 서울 조계사교육관 강의실은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열기로 가득했다. 수강생 중 8명이 현재 어린이법회를 이끌고 있는 지도교사들이다. 이들이 어린이법회의 현실과 미래, 개선점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대한불교교사대학 서울캠퍼스의 불교어린이지도사 과정 수업시간. 현장에서 뛰는 지도사들은 전문화된 교육과정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어린이법회를 지도하게 된 인연과 경력
박정미=부산 여여정사에서 2년여 간 어린이법회를 진행했다. 부산은 어린이법회 연합조직 활동이 활발해서 법회를 하고자 하는 사람이 자원할 수 있는 여건이 잘 조성돼있다. 이후 직장이 서울로 옮겨지면서 조계사 법회 지도교사로 자원했다. 맡은 지 6개월 정도 됐다.
김지선=대학교 여름방학 때 사찰 여름불교학교 간사로 참가했다가 함께 참가한 불자들과 계속 연락을 주고받으며 자연스럽게 사찰 청년회가 만들어졌다. 이후 청년회에 어린이법회를 도와달라는 요청이 접수되면서 지도교사로 자원했다. 지도교사가 된지는 3개월째다.
최용훈=어릴 때부터 어린이법회에 참석했다가, 이후 청소년법회로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어린이법회 보조간사로 투입됐다. 그래서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어린이법회 보조간사 활동을 거쳐 현재는 지도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시간을 쪼개 공부하는 이유
전소영=오늘날 어린이법회 지도교사는 한나절동안 아이를 맡는 베이비시터가 아니라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는 불교 심리치료사의 역할을 요구받는다. 과거와는 달리 부모의 이혼이나 학우들 사이의 따돌림으로 마음에 상처 입은 아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기술적이고 전문적인 분야를 가르치는 곳이 아무데도 없다. 그래서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대한불교교사대학에 수강신청을 했다.
최용훈=오래도록 어린이법회와 청소년법회를 다녔지만 막상 아이들을 가르치려고 하니 기초교리가 너무도 부족했다. 아이들을 지도할 교리적 바탕이 필요했다.
최지영=준비 없이 어린이법회 지도교사로 투입됐는데, 법회를 거듭할수록 아이들과 대화하는 방법에 훈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또 캠프파이어 같은 다양한 어린이법회 프로그램을 운영할 실무적 기술도 배우고 싶었다.
이시영=요새 아이들은 공부하느라 노는 방법을 잊어버렸다. 그래서 전통놀이를 접목한 다양한 불교놀이를 익히고 새로운 놀이방법을 개발할 필요성이 있었다.

#어린이법회가 새로워지려면?
김지선=법회 활성화를 위한 과감한 투자와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 이번 교사대학 커리큘럼도, 옥천암 주지스님이 ‘새로운 교육 방법을 많이 배워오라’고 격려하며 학비를 전액 지원한 덕택에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성은지=요새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공부에 쫓겨 놀 시간이 없다. 우리 사찰에는, 7살인데 학원을 10군데나 다니는 아이도 있을 정도다. 이런 아이들에게 숨통을 틔워주고 ‘오고 싶은 사찰’로 만들기 위해서는 놀 공간을 마련해 줘야 한다. 또, 아이들이 사찰에서 떠들고 장난쳐도 눈감아 줄 수 있는 협조와 ‘열린 마음’이 필수적이다.

#사찰에 바라는 점
최용훈=사찰에서조차 어린이법회 지도교사를 ‘잡부’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여기저기 불려 다니며 짐 나르기와 사소한 자원봉사부터 시작해 끊임없이 대소사에 동원되다보면 정작 법회에 집중할 수 없다.
홍수연=지도교사가 예산안과 기획안을 짜서 올리면 매번 주지스님, 지도법사스님, 종무소, 학부모들이 원하는 것과 다르다며 충돌이 일어난다. 스님과 종무원들은 예산을 어떻게든 적게 잡고 싶어하고,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사찰에서도 공부만 하기를 원한다. 이렇게 교사가 세운 애초의 뜻이 교육현장에 반영되지 않는 것을 보면 허탈하다.
박정미=사찰에는 사중행사가 무척 많다. 그런데 사중행사가 어린이법회 프로그램과 겹칠 경우, 예정돼있던 어린이법회 일정부터 먼저 취소되곤 한다. 사찰의 배려가 아쉽다.
성은지=다른 무엇보다도, 어린이법회 지도교사가 ‘어린이법회 전문가’라는 사실을 인정해 주었으면 한다.
글·사진=이은비 기자 | renvy@buddhapia.com
2006-11-25 오후 8: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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