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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6일 서울 동국대학교부속여자중학교 종교수업 시간. 권진영 교법사는 지루한 법문을 하는 대신에 놀이도구를 집어 들었다. 전국교법사단이 최근 보드게임 형식으로 개발한 ‘新성불도 놀이’.
“얘들아, 마음 맞는 친구들이랑 모둠 짜라. 오늘은 이걸 갖고 노는 걸로 수업을 대신한다!” “와아!”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이들은 삼삼오오 처음 하는 놀이에 빠져들었다. “앗! 나 성범죄자에 걸렸어!”라고 외치자 다른 아이들이 데굴데굴 구르며 웃는다. “웃지 마, 넌 축생이잖아.” “어서 나처럼 반야용선타고 성불하라구.”
저마다 주사위를 굴리며 왁자지껄하게 외친다.
게임은 육도윤회 수레바퀴가 그려진 커다란 종이판 위에 각자 말을 올려놓고 주사위를 굴리며 진행한다. 인간계 1번에서 시작해 주사위를 굴릴 때마다 천상계로 가기도 하고 축생계나 지옥계로 떨어지기도 한다. 각 세계마다 연꽃칸이 몇 개씩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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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칸에 주어진 미션을 해결하면 수행점검에서 통과, 곧바로 성불에 이를 수 있다. 간단한 게임이지만 교육효과도 만만치 않다. ‘오계를 말하시오’ ‘삼보를 말하시오’ 등의 쉬운 과제도 있지만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같은 질문에는 대답하기 쉽지 않다.
반년 넘게 종교수업을 들으면서도 ‘성불’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아이들이 게임을 한번 하고서 ‘불교교리에 재미를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지옥은 케케묵은 얘기’라고 믿던 나경이(14)는 “육도윤회가 무엇인지 조금은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新성불도 놀이는 전국교법사단(단장 김남일) 소속 권진영, 김덕진, 김윤경 교법사가 종립학교관리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지난 6월부터 4개월에 걸쳐 개발한 불교교육용 교구교재다.
불교문화를 응용해 어린이·청소년 심성을 개발하고 쉽고 재미있는 불교교리를 익힐 수 있도록 돕는 교구교재가 날로 다양해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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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는 ‘만(卍)자퍼즐’과 ‘탑퍼즐’이 개발돼 전국교법사단 심성수련회에서 첫 선을 보이기도 했다. 이 퍼즐들은 종립 광동중 양승순 교사가 교법사단에 개발을 의뢰해 만들었다.
길이가 똑같은 면이 단 한 곳도 없도록 정교하게 만들어져, 연령대가 높은 청소년들에게 교육용으로 적합하다.
올해 파라미타 연합수련회에서 200여명의 청소년 4명이 한조를 이뤄 20분 안에 퍼즐을 맞추도록 실험해본 결과, 청소년들의 집중력과 인내심, 창의력 함양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판명됐다.
직접 불교문화 콘텐츠를 활용해 놀이도구 제작에 나선 사찰도 있다. 서울 영화사 어린이법회는 자체 제작한 ‘팔상성도 카드’를 놀이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전통적인 팔상도(부처님의 인생을 여덟 장면으로 압축한 그림)를 새롭게 해석, 카드에 만화로 그려 넣었다.
‘팔상성도 카드’는 카드 더미에서 한 장을 뽑아내 이 카드가 어떤 장면을 이야기하는지 설명하거나, 여러 벌의 카드로 그림 맞추기 놀이를 하는 등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
‘어디서 누가 어떻게 성불했나’를 맞추는 ‘불교응용 클루(Clue)’ 보드게임도 있다. 어느날 한 사미가 홀연히 성불했다. 게임 참가자들은 이 사건을 맡게 된 탐정이다. 대웅전, 비로전, 산신각 등의 사찰 전각이 그려진 종이판과 성불에 이르게 된 과정이 담긴 카드를 갖고 게임을 시작한다. 보드게임 열풍이 한창 불던 2000년대 초, 당시 어린이법회 지도교사였던 김종훈 씨가 ‘클루(Clue)’라는 보드게임에서 착안해 이 같은 응용게임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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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포교단체인 (사)동련(회장 지현)은 3~6세 아동들을 위한 ‘반야심경 퍼즐’을 개발했다.
뿐만 아니라 동국대학교 부설 동국유치원(원장 황옥자)의 경우 매년 동국대학교 불교아동학과 재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다양한 불교교구를 제작하고 있다.
이처럼 어린이·청소년 포교단체들이 저마다 불교교구를 개발하고 제작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포교효과’ 때문이다.
권진영 교법사는 “현장 지도자들은 교리중심의 강의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절감할 것”이라며 “때문에 아이들이 만지고 보고 느끼며 갖고 놀 수 있는 놀이도구와, 성취감을 줄 수 있는 다양한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구입문의:전국교법사단 (02)454-17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