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4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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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 치우치면 반쪽 신도 아닌가요?”
참선ㆍ교리공부 병행하는 안산 보문선원
“참선수행을 하는 불자들은 그저 자리를 틀고 앉아있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하죠. 교리를 공부하는 불자들은 글자에 매여 바른 느낌을 갖지 못합니다. 수행이란 행(行)과 해(解)가 어우러져야 제대로 되는 것입니다. 불교는 마음을 닦는 공부라서 마음을 닦지 않으면 교리를 많이 알아도 분간을 못하고, 마음을 닦는다 하더라도 교리를 알지 못하면 바른 길을 모르게 되고, 바른 닦음도 되기 어렵습니다.”(안산 보문선원 주지 보림 스님)
참선수행을 하고 있는 보문선원 불자들

▶참선ㆍ교리공부ㆍ봉사는 하나의 수행
11월 14일 오전 안산 보문선원 시민선방.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선방 안에서는 30여명의 불자들이 참선수행을 하고 있다. 여느 선방과 비교해 조금도 다름없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곳 선방에서 참선수행을 하는 불자들은 모두가 교리공부를 병행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선방은 누구에게나 문은 열려 있지만, 어느 새인가 신도들 사이에서는 ‘자격’이 있어야 참선수행을 할 수 있다는 말이 오갈 정도다. 자격이란 다름 아닌 ‘교리공부’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림 스님이 지도하는 참선수행은 매주 목요일 새벽과 오전 두 개 반으로 나뉘어 각각 2시간 동안 진행된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고 하지만 대부분의 신도들은 3~4차례 선방에 나와 수행을 한다. 새벽반에 나오는 불자들 대부분은 새벽예불을 올린 뒤 참선수행을 하고 또 108배 정진이나 기도정진을 하고, 오전 반 불자들 역시 참선을 마친 뒤 공양을 하고 다시 자리를 틀고 앉는 경우가 많다.
결제철이 되면 신도들은 수행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 매일같이 절에 나와 보림 스님과 이곳의 외국인 스님들과 함께 수행을 한다. 집에 돌아가서도 수행을 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교리 강좌는 매주 금요일 저녁 2시간에 걸쳐 진행된다. 신도들은 금강경 화엄경 육조단경 등의 강좌를 통해 기초교리를 배우고, 정기적으로 열리는 외부인사 초청강의도 듣는다. 특별한 경우에는 아예 일주일동안 매일 같이 초청강의를 열기도 한다. 그동안 무진장 스님 등 많은 스님들과 동국대 최봉수 교수, 중앙승가대 유승무 교수 등이 강의를 맡았다.
그리고 더 심도깊은 교리공부를 원하는 신도들은 일정액의 수업료까지 지원해서 동산불교대학에 보낸다.
보문선원 신도들의 또 다른 특징 하나는 참선이나 교리강좌가 끝나고 나면 신도들끼리 스스럼없이 어울려 자신의 공부에 대해 토론을 한다는 점이다. 매일 새벽기도가 끝난 뒤에는 스님과 함께 차담을 나누며 자신의 공부에 대해 점검을 받는다.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다보니 공부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보문선원 신도들의 공부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들은 공부한 것을 회향하는 차원에서 모두가 봉사활동에 참여한다. 보문선원이 오랫동안 전개해오고 있는 ‘안경보시운동’은 물론이고, 인근 복지관을 포함한 각 복지관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한다. 원래 목요일(16일)에 진행되는 참선수행이 화요일(14일)로 앞당겨진 것도, 16일 안산의 복지단체들이 연합해 진행하는 ‘불우이웃돕기 김장 담그기’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보문선원 불자들은 주지 보림스님의 지도로 매주 목요일 참선수행을 한다

▶‘우리 이렇게 공부해요’
새벽예불과 목요일 참선을 한 지 6개월 정도 됐어요. 기초수준이지만 교리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교리를 공부하면서 수행을 하니까 체계가 잡힌다는 느낌이 들어요. 불교를 제대로 알고 싶습니다. (신행화ㆍ45)

지금 육조단경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육조단경에 ‘스스로 행하고 스스로 이른다’는 말이 있는데, 이 가르침을 새기면서 참선수행도 하고 있습니다. 수행하고 공부하면 깨달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수행과 교리공부를 병행해야 한다는 스님의 말씀을 이제는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자안ㆍ50)

아들 입시를 앞두고 기도만 3년 했어요. 그러다가 참선과 교리공부를 함께 시작했는데, 글쎄 뭐랄까요 수행이라는 게, 공부라는 게 이런 거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요. 새로운 인생을 사는 기분이에요. 기복으로 시작한 신행이지만 지금은 정법을 알게 됐죠. (반야지ㆍ48)

2년제 대학인 ‘안산1대학’에 개설돼 있는 ‘노인대학’엘 다닙니다. 젊게 살려고 노력합니다. 제게 진짜 젊음을 주는 것은 봉사활동이에요. 스님 모시고 7년간 공부했어요. 나이가 많아 잘 되지는 않지만 스님을 믿고 따라가다 보니 긍정적이고 건전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습니다. (원만행ㆍ72)

남편과 함께 수행하고 교리공부해요. 아마도 어느 한쪽에만 매달렸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예요. 몸으로 부딪히고, 머리로 생각하면서 자신감이 생기더군요. 내성적이라서 혼자서는 어떤 일도 잘 해내지 못했는데, 지금은 달라졌어요. 남편과 같이 집에서 사경을 한 지도 10년이 됐네요. (수월심ㆍ48)

‘초파일 신도’였던 저를 변화시킨 것은 주지스님이세요. 기도에만 매달렸었는데, 참선수행과 교리공부를 병행하라는 가르침을 받고 그대로 했습니다. 교리를 공부하면서 부처님 말씀을 알게 됐고, 참선수행을 하면서 나를 돌아보게 됐죠. 어느 한 쪽에 치우쳤더라면 아마도 ‘반쪽 신도’에 머물렀을 거예요. (연화심ㆍ47)


한명우 기자 | mwhan@buddhapia.com
2006-11-24 오후 3: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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