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개의 그릇이 있지만 우리는 늘 쓰는 그릇을 쓴다. 귀가 떨어져 나간 그릇이라 하더라도 그게 익숙하고 편하다. 마음그릇도 그렇다. 새 그릇을 꺼내 쓰기 보다는 늘 쓰던 그대로를 고집한다. 절이나 수련회에서는 잘 되는데, 일상으로 돌아오면 수행이 쉽지 않은 것은 잘못된 수행패턴이 그대로 유지되지 때문이다.
수행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수행은 ‘나’를 바꾸는 훈련이자,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반복해야 하는 일상과도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생활 속에서 수행을 제대로 하기 위해 어떤 실천이 필요할까.
참선ㆍ염불ㆍ절ㆍ위빠사나 등 각 분야별 수행 지도자들에게 물어 그 내용을 2회에 걸쳐 정리한다.
●자기수행에 확신을 갖자
재가불자의 생활 수행에 있어서 빠뜨려서는 안 될 항목으로 모든 수행 지도자들은 ‘믿음’을 꼽았다. 믿음이란 모든 것이 부처님 진리 안에 있다는 확신을 갖는 것이다. 불자라면 당연히 이런 믿음을 가져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다.
어떤 수행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수행에 대한 확신이며, 이것이 바로 신심이다. 신심은 자기 마음을 믿기 시작하는 데서부터 생긴다. 자기 마음을 믿기 위해서는 정견을 확립해야 한다. 정견 확립은 사성제와 팔정도를 확실히 이해해야만 가능하다. 따라서 수행과 이론을 겸비한 스님이나 재가지도자의 올바른 지도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정목 스님(정토원 원장)은 “믿음이 성취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수행을 하는데 큰 차이를 보인다”며 “믿음 없는 수행은 껍데기에 불과할 뿐”이라고 말했다.
●지도자의 점검을 받는다
효과적으로 운동을 하려면 운동복을 입고 운동화를 신어야 한다.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춰야 하다는 의미다. 수행도 막연히 할 것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도자의 점검은 필수적이다.
특히 수행을 하면서 이런 저런 현상이 일어날 때 혼자서 판단하거나 단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위험한 일이다.
대효 스님(제주 원명선원장)은 “참선을 하면서 스스로 화두를 만드는 불자들이 있는데, 이것은 환자가 스스로 처방을 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화두는 반드시 지도자에게 받아야 하며, 수행 과정에서 겪게 되는 체험도 수시로 점검을 받는 것이 올바르게 수행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된다”고 조언했다.
●선(禪)을 이해한다
선에 대한 이해 없이는 어떤 수행도 제대로 할 수 없다. 선은 부처님 마음이다. 어떤 수행이든 그 방식은 달라도 목적은 한 길이다. 바로 부처님 마음을 깨닫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선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상당수 불자들은 그저 막연히 수행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실제로도 그런 불자들이 많다. 하지만 이것은 수행을 하면서도 수행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불교는 본래 자리로 돌아가는 가르침의 종교다. 본래 자리로 돌아간다는 것은 내 마음을 안다는 것이고, 이것은 선을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불가능하다.
참선수행을 하지 않는 불자라고 하더라도 틈틈이 참선에 대한 이해를 넓혀야 한다. 그래야만 자신이 하고 있는 수행을 제대로 할 수 있다.
덕산 스님(혜은사 주지)은 “참선수행이 아닌 다른 수행을 하고 있다 하더라도 틈틈이 참선을 하면서 교리적으로도 참선에 대해 공부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기초를 다지자
생활 속에서 수행을 지속적이면서도 효과적으로 하려면 기초를 탄탄히 다져야 한다. 무엇이든 몸에 익어야 제대로 할 수 있듯이 수행도 마찬가지다. 수행은 정신적인 자세도 중요하지만 수행기법을 터득하는 것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자세가 불안정하다거나 호흡이 좋지 않으면 어떤 수행이든 오래 할 수 없다. 즉, 기본적인 자세와 기초지식을 충분히 갖춘 상태에서 수행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행은 습관이다. 수행은 꾸준한 반복이기 때문에 올바른 습관을 가져야만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 기초가 튼튼하면 하루 20~30분을 하더라도 집중이 잘되고 진척이 빠르다.
청견 스님(법왕정사 주지)은 “기초가 튼튼하지 못한 불자들의 경우 수행을 중도에 포기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며 “지도자에게 배운 자세와 호흡법 등 기본자세를 생활하면서 자꾸 반복해 몸에 익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활습관 잘 절제해야 효과
항상 정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수시로 좌선을 하는 것은 많은 도움이 된다. 이것은 어떤 수행을 하든 마찬가지다. 절 수행을 한다고 해서, 사경수행을 한다고 해서 좌선이 필요없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수시로 좌선을 하라는 것은 항상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수행을 하던 좌선으로 시작을 하거나 끝을 맺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생활 속에서 수행이 쉽지 않은 것은 수행할 준비가 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음식을 배불리 먹거나 지나치게 잠을 많이 자거나 하는 등의 나쁜 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더더욱 수행이 쉽지 않다. 좌선은 이렇게 나쁜 습관을 제어하는데 훌륭한 방편이다.
대효 스님은 “일상에서의 수행은 생활습관을 얼마나 절제하느냐에 성패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고, 법인 스님(공덕사 주지)은 “수행의 마음집중이며, 그런 의미에서 어떤 수행을 하든 좌선은 반드시 하는 것이 좋다”는 견해를 밝혔다.
**도움말씀 주신 분들
대효 스님(제주 원명선원장) 법현 스님(임제선원장) 혜거 스님(금강선원장) 효란 스님(오봉사 주지) 정목 스님(정토원장) 청견 스님(법왕정사 주지) 덕산 스님(혜은사 주지) 법인 스님(공덕사 주지) 김열권(위빠사나 지도법사) 김경호(전통사경연구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