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전이면 부모님이 사찰에 데려가지 않아도 혼자 버스를 타고 법당을 찾아오는 아이들이 있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 법회에 참석하는 어린이 사이에 유기적인 결속력이 이뤄져 아이들이 빠지는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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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정각사 어린이법회의 결속력이 유난히 큰 이유는 독특한 ‘합반제’ 때문이다. 어린이법회 지도법사 금선 스님은 3~4개월 된 신생아부터 초등학교 6학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아이들이 격의 없이 어울리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고심한 끝에, 기존 사찰들처럼 연령ㆍ학년별로 어린이반 교실을 나누는 대신 유치부 아이들부터 저학년, 고학년 어린이를 모두 고르게 섞어 한 반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연령을 초월한 ‘합반’이 정각사어린이법회에는 세 개나 있다. 문수반, 보현반, 선재반이 그것이다.
금선 스님은 “요즘 아이들은 외동아들, 외동딸인 경우가 많아 동생이나 언니, 오빠 등 동년배 아이들과의 친교관계를 맺기 힘들어한다는 점에 착안했다”며 “(다양한 연령대로 이루어진 반을 운영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화합과 형제애, 우애를 익힐 기회를 주고, 자연스러운 협동심을 계발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각사가 짧은 시간 안에 유난히 어린이포교에 성공한 이유는 이 뿐만이 아니다. 정각사는 지리적 특성을 포교의 이점으로 재빨리 살려냈다. 금선 스님이 “신도시 포교당 어린이법회에 맞는 전략은 따로 있다”고 말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정각사가 위치한 경기도 군포시는 서울로 출퇴근하는 유동인구가 많고, 인구의 대다수가 젊은 맞벌이 부부인 전형적인 신도시다. 특히 주변에 초ㆍ증ㆍ고등학교가 20여곳 정도 밀집해있다.
이곳에 위치한 정각사는 우선 지리적 접근이 쉽다는 점을 이용해 ‘어린이들이 언제나 찾을 수 있는 열린도량’을 지향했다. 정각사에는 어린이용 도서가 빼곡히 비치돼있고, 컴퓨터와 오락기, 만화책 노래방기계를 갖춘 놀이방도 있다.
뿐만 아니라 사찰이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지리적 특성을 어린이법회 운영 프로그램에도 반영했다. 정각사 어린이법회는 첫째주에 고정적으로 ‘참회법회’라 불리는 신행법회를 진행하고 마지막주에 생일잔치 등을 진행하는 것 외에도 둘째주와 셋째주에는 자유로운 야외활동을 통해 법회를 운영한다. ‘법회는 사찰에서만 보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해 인근 미술관에서 열리는 무료관람회를 보러 가거나 인근의 산으로 소풍을 떠난다.
무엇보다도 어린이법회가 탄력받을 수 있는 것은 정각사 어린이법회를 지원하는 ‘자모회’가 이들을 든든하게 지원하기 때문이다. 약 20명으로 이루어진 자모회 어머니들은 차량지원 등을 통해 법회가 원활히 열리도록 돕고, 매월 초 어린이법회 회의가 열릴 때 지도법사스님, 지도교사와 함께 회의에 참석해 법회 프로그램과 식단을 함께 정한다.
빠른 시간 안에 지역 어린이포교의 핵심으로 자리잡은 정각사. 향후 방과후 공부방 등 지역정서에 맞는 어린이복지시설도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는 정각사 주지 정엄 스님은 “사찰이 어린이들에게 재미있고도 편안하게 놀다 갈 수 있는 장소로 거듭나는 것이 어린이포교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031)398-8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