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어려운(?) 간화선을 대중화하는 방법을 찾아보고, 또 문제점을 개선해보자는 자리가 마련됐다. 10월 26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제2회 간화선 대중화 세미나’에서는 출가는 물론이고 재가의 반성과 노력도 절실하다는 요구가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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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세미나는 월암 스님(전국선원수좌회 학술위원장)이 ''''간화선 수행의 성찰과 전망'''' 을 주제로, 서재영 교수(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가 ''''간화선 대중화의 문제와 과제''''를 주제로 각각 발제하고 미산 스님(중앙승가대 교수), 서화동 기자(한국경제신문사), 김병주씨(조계종 포교원 신도팀장)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주제발제 내용과 토론 내용을 요약한다.
▶‘간화선 수행의 성찰과 전망’(월암 스님)
현재 간화선 수행의 문제점은 간화선 수행자가 철저한 간화정신에 토대하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간화선만이 최상승 수행법이라는 일방적 주장은 다원주의에 길들여진 이 시대 대중들에게 설득력이 약하다. 역대 간화의 대종장들이 경전의 정형화된 언어를 뛰어넘어 일상의 평상화로써 진리를 일깨웠듯이, 오늘의 간화 수행자도 다시 이 시대와 사회대중이 요구하는 살아있는 언어와 보편적 개념으로 최상승의 수행과 깨달음(간화선)을 설명해야 한다.
따라서 간화선 정신을 정립하기 우해서는 정견의 안목이라 말하는 중도정관(中道正觀)을 확립하고, 계정혜 삼학을 닦아나가야 하며, 인과법을 깊이 믿어 삶의 바탕이 되어야 한다. 또 오로지 실참을 통해 깨쳐야만 일대사를 이룰 것이라는 깨달음 절대주의에서 벗어나 이론과 실참을 바탕으로 삼아야 한다.
이와 함께 간화선 수행의 문제점도 개선해야 한다. 철저한 발심이 있어야 하며, 선지식의 지도도 필수적이다. 또 물질과 쾌락적 풍토에서 벗어나 승풍을 진작하고, 단지 오래 앉아있는 좌선형식주의에서 탈피해 동중수행(動中修行)이 강화돼야 한다.
한국불교의 재가자 대부분은 선에 대한 관심이 희박하고 더더욱 간화선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있다. 재가불자들의 불교적 인생관 확립이 필요하다.
▶‘간화선 대중화의 문제와 과제’(서재영 교수)
간화선이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대중들의 근기에 맞게 보다 친절하게 변화되어야 한다. 수행을 대중화하겠다는 것은 선을 위한 선이 아니라 대중을 위한 선이 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수행에 있어 세간과 출세간을 구분하는 이분법적 사고와 간화선 수행을 어렵게 여기는 대중의 인식이 변해야 한다. 수행이 대중화된다는 것은 끊임없이 불교의 궁극적 목표에 대한 확인과 대중적 공감을 전제로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인식전환과 함께 몇 가지 바람직하지 않은 수행풍토도 극복해야 한다. 우선친절하지 못한 수행풍토를 바꾸어야 한다. 화두 참구가 간화선 수행의 핵심이고 화두를 참구하기 위해서는 화두를 먼저 타야한다. 하지만 화두를 누구에게 타야 하는지를 결정하고 선지식을 찾아가 화두를 타는 것은 만만치 않은 문제다. 초심자의 경우 누가 선지식인가를 아는 것도 난감한 문제다. 바꿔 말하면 선지식으로부터 화두를 간택 받아야 하는 과정 자체가 수행의 대중화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화두를 타도 그 이후 수행에 대한 지도와 점검이 중요한데, 이것이 없다. 수행으로 다가가는 과정이 너무도 불친절한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간화선을 대중을 위한 수행법으로 삼고자 한다면 수행자들의 수준에 맞게 친절해져야 한다.
현재와 같이 화두 참구가 출발이요 종착점이라는 경직된 수행 풍토의 변화도 필요하다. 간화선이 보다 광범위한 대중에게 다가서기 위해서는 간화선 이외의 다른 수행법에 대해서도 관용적이며, 때로는 적극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을 필요가 있다. 무조건 화두만 들면 된다거나, 간화선은 그 자체로 완전무결한 최고의 수행법이라는 경직된 수행관은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수행과 선학의 유기적 접목이 필요한 요소다.
간화선 대중화를 위해 종단차원에서는 재가자 전용 수행관을 건립해 운영하고, 단위 사찰이나 소규모수행모임에 활용될 수 있는 표준 수행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또 간화선 수행은 스승의 지도와 점검이 필수적인 만큼 지도자 양성과정의 제도적 틀을 갖추거나 기존의 전문 교육기관과 연대하는 것도 필요하다.
▶토론
미산 스님: 철저한 발심이 중요한데, 그것이 안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월암 스님: 출가 차제가 세속화되는 측면이 없지 않으며, 출가 후에도 재발심을 유도하는 수행풍토가 진작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서화동 기자: 대중화를 위해서는 재가불자가 대각성운동을 해야 하며, 간화선 대중화에 앞서 수행의 대중화가 필요하다. 다양한 수행을 할 수 있는 풍토 속에서 간화선 대중화도 도모해야 한다.
김병주 팀장: 기도와 불공에서 수행과 사회회향으로 전환돼야 한다. 그래야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사찰이 수행을 할 수 있는 기능을 해야 한다.
서재영 교수: 불교사상과 수행이 분리돼 있는 것도 문제다. 재가자들의 각성도 필요하지만 환경을 갖춰주지 못한 출가자들도 반성해야 한다.
월암 스님: 중도연기관이 투철하지 못한 것이 큰 문제다. 불자들 개개인과 사찰, 그리고 종단이 연기적 중도관이 인생관 철학관 수행관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
현종 스님(조계종 불학연구소장): 간화선 대중화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월암 스님: 노력해야 한다. 간화선만이 최고라는 고집을 버리고 이 시대 대중들이 무엇을 원하고 행복해질 수 있는지 ‘행복선’을 고민해야 한다.
미산 스님: 대중화한다고 해서 간화선 정체성 훼손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간화선 역시 잘못된 수행방식에 대항해 주창된 것이다. 이 시대에 맞는 방법이 창조돼야 한다. 중도정관을 담아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