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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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순례 100배 잘 하려면
상세한 정보, 나만의 원칙을 가져라
한 번의 사찰순례는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 한 권의 책이 사람의 인생을 바꾸듯이.
일상에 파묻혀 있던 몸과 마음을 꺼내 들고 떠나는 사찰순례. 아름다운 자연, 오랜만에 만나는 부처님, 가보고 싶었던 사찰에 온 기쁨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한다면 의미는 반감된다. 사찰순례는 소풍이나 관광이 아니다. 불교를 공부하고 신심을 다지는 본래의 목적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 번쯤은 편안하게 마음먹고 발 길 닿는 사찰에 들르는 낭만과 휴식. 이것이 아니라면 사찰순례는 제대로 준비하고, 제대로 보고,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봉정암 순례에 나선 조계사 신도들이 탑 앞에서 절을 하며 발원을 하고 있다

◈‘우리는 이렇게 했어요’
기업은행 구로서지점 안재운(52ㆍ청봉) 거사와 불광출판사 남동화(47) 국장 부부는 요즘 절에 가서 108배를 할 때마다 머리맡에 108개의 사찰 이름이 적혀 있는 도표를 놓는다. 한 배 한 배 할 때마다 도표를 보며 절 이름 하나씩을 외면서, 그 절에서 본 부처님 얼굴을 떠올린다.
이 부부는 삶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신심을 높이기 위해 108사찰순례를 결심하고 지난 2004년 1년 동안 매주 주말, 연휴, 휴가 때마다 108사찰을 순례했다. 꼬박 1년을 이렇게 다니다보니 불교에 대한 지식은 물론이고 신심이 깊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순례 전에 해당 사찰 관련 자료를 파악하고, 가는 사찰마다 108배도 했다. 절을 제대로 하기 위해 순례 전에 절 수행으로 이름난 청견 스님에게 절하는 법도 배웠다.
정신이 산란할 때면 지갑 속에 보관하고 있는 작게 만든 108사찰 도표를 꺼내들고 절 이름을 외며 순례 당시의 발심을 되새긴다.

대구 관오사 108사찰 순례단원들은 평일과 일요일에 떠나는 사찰순례 때 절에서 나누어 준 ‘순례 노트’를 꼭 챙긴다. 자신이 순례한 절에서 그 절 이름이 새겨진 도장을 받기 위해서다. 순례단원들은 도장이 하나 둘 늘면서 도장의 의미를 새기며 신심을 다진다.
도장이 늘면서 순례 노트에는 순례 사찰에 대한 자료도 수북이 쌓인다. 순례 전에 개인이 파악한 사찰 자료와 관오사에서 지급한 자료에는 그 절의 역사와 문화재 등이 상세히 설명돼 있다. 어떤 신도들은 그 노트로 아이들 교육에 활용하기도 한다.

전국교사불자연합회 울산지부 향운 거사는 인터넷 지부 카페에 지난 6월 둘러봤던 울산의 망해사ㆍ청송사ㆍ운흥사 순례기를 올려놓았다.
순례기에는 망해사의 창건설화를 보여주는 벽화와 청송사터 삼층석탑, 운흥사지 돌수조와 석축 등 37장의 사진과 함께 이에 대한 설명이 감상을 곁들여 설명돼 있다. 누가 보더라도 절의 역사와 문화재 등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사찰 순례 어떻게 준비하고 활용해야 할까
위 세 사례는 사찰순례 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고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좋은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가장 필수적인 것은 사전에 순례 사찰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인지하는 것이다. 다녀와서는 순례기를 작성하는 것이 좋다. 또 원칙을 정해놓고 이를 실천하겠다는 결심도 필요하다. 가족단위의 여행이 늘고 있는 요즘, 계획적인 사찰순례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사전 정보 인지
대구 관오사 108사찰순례단을 담당하고 있는 김경란씨는 “모르고 가는 것과 알고 가는 것과는 천지차이”라며 “신도들끼리 그 절의 문화나 역사적 인물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아무 것도 모른 채 사찰순례를 가는 것은 관광에 가깝다. 가기 전에 순례 사찰에 대한 정보를 인지하면 실제로 가서도 보고 듣는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공부가 된다. 그리고 이렇게 준비하면서 모아 둔 자료는 훌륭한 도반이 될 수 있다.

▶원칙을 정하자
‘이것만은 꼭 지키겠다’는 원칙을 정하는 것은 사찰순례를 자신을 다듬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꼭 필요하다.
예를 들면 순례 전 반드시 목욕을 한다거나, 사찰에 가서는 예불을 반드시 한다거나, 한 가지 잘못을 참회한다거나, 108배를 반드시 하겠다는 등의 원칙을 세워놓으면 사찰순례 자체가 곧 수행이 될 수 있다.

▶순례기를 작성하자
성지순례를 다녀와서 순례기를 작성하는 것은 신행은 물론이고 불교공부에도 큰 도움이 된다. 감상을 모아도 좋고, 문화나 역사나 사찰 특징 등 특정 주제를 정해 순례기를 작성해도 좋다. 많은 사찰이 적어도 1년에 5~6번은 성지순례를 하기 때문에 이렇게 몇 년 정리해 놓으면 훌륭한 자산이 될 것이다.
매달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사찰순례에서 신도 인솔을 맡고 있는 조계사 김선희 구도부장은 “관심 있는 테마에 대해 집중적으로 자료를 모아 정리하고, 이것을 신도들끼리 돌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계획은 철저히
요즘에는 가족끼리, 또는 부부끼리 사찰순례를 하는 경우도 많다. 이럴 때는 연간 계획을 세워 지역별ㆍ테마별ㆍ사찰 특성별로 진행하면 좋다. 분기별 또는 연도별로 지역(도 단위)을 나눠 순례하고 이를 정리하면 지역별 사찰 지도를 그릴 수 있게 되고, 그 지역의 특징과 불교문화도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다.
계절별로 꽃이 좋은 사찰, 숲이 아름다운 사찰, 유서깊은 문화재가 있는 사찰 등 테마별로, 또는 적멸보궁, 기도도량, 선수행처 등 사찰 특성별로 계획을 세워 순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부산 혜원정사 정수현심 보살은 “우리 절에서도 가족이나 부부, 또는 손자와 함께 사찰 순례를 하는 신도들이 많다”며 “사찰순례는 불교를 배울 뿐만 아니라 가족 구성원 간에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한명우 기자 | mwhan@buddhapia.com
2006-10-23 오후 2: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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