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연습장소조차 섭외하지 못해 어려운 세월을 겪었지만 정단장이 동의대에 출강하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동의대 한 구석에 연습실을 마련할 수 있었다. 청공 멤버들은 이렇게 마련한 연습실 불을 매주 밝히고 밤늦게까지 연습에 몰두한다.
| ||||
청공은 2004년 1월 창단한 젊은 남성불자 솔리스트만으로 이루어진 불교중창단이다. ‘부처님 품안에서 노래 소리가 널리 퍼져나가기를 기원’하는 뜻에서 ‘청공(晴空)’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젊은 불자들답게 패기가 넘친다. 공연에서는 찬불가와 오페라 뿐 아니라 ‘빈대떡 신사’ ‘마징가Z’ 등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선곡으로 객석을 압도한다.
리더인 정성민 단장을 비롯해 테너 박윤규, 바리톤 조창준, 바리톤 추현철, 테너 강은태 등 5명으로 이뤄진 멤버들은 모두 성악 전공 석사 이상 학력보유자들이고, 한마음선원, 원불교 경남교구, 홍법사, 장유사 등의 합창단 지휘를 맡는 등 탄탄한 실력을 자랑한다. 정 단장은 동의대와 부산여대를 출강하고, 멤버인 조창준씨 등은 시립합창단원으로 있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그 와중에도 사찰 산사음악회 등에 두루 초청공연을 나가며 활발한 포교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국 사찰 개산대제가 줄지어 열리는 10월 한 달 동안에는 벌써 매주의 스케줄이 꽉 찼다.
이들은 ‘음악을 전공한다고 해서 자신의 종교성향을 밝히는 일이 왜 부끄러운가’라는 고민 끝에 단체를 결성하게 됐다. 그러나 불자 음악인으로 활동하고 나서도 어려움은 계속됐다.
그나마 있는 불자 음악인들조차 생계를 잇기 힘들어 개종하는 사례를 보면서 정 단장은 ‘불자 전문음악인을 위한 단체’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불교예술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불교계가 예술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벗고 지원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교회에서는 솔리스트가 지휘하며 돈을 벌 수 있습니다. 불교계에서도 불자 예술가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가 필요합니다. 또 타종교는 좋은 음향시설을 갖춘 교회나 성당이 많지만 불교계에는 몇 년씩 산사음악회를 진행하는 사찰조차도 아직까지 음향설비를 제대로 갖추고 있는 경우가 없어 안타깝습니다.”
청공 또한 공식적인 창단을 하고도 2년 6개월이 지난 올해 6월에 이르러서야 창단연주회를 가졌다. 그동안 자비를 털어가며 공연준비를 하는 어려움도 겪었지만 다행히 올해는 부산 금산사가 후원사찰로 나섰다.
현재 청공은 내년 초에 찬불가CD를 제작완료할 계획을 세우고 ‘소리울림이 좋은 사찰’을 찾아다니는 중이다. 공명이 잘 되는 전통 사찰 안에서 부처님의 말씀을 담은 찬불가를 녹음하고 싶다는 포부를 갖고 있는 것이다. 또 청공 멤버들의 목소리를 완벽하게 잡아 줄 불자 지휘자와 작곡자도 찾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완료한 CD는 전국 불자단체와 사찰에 무료로 배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