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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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끝에 몸·마음을 하나로
‘불화 그리기’ 강좌에서 만난 사불수행자들

▷사불수행하는 사람들
굳이 수행이라고 말할 필요도 없다. 선(線)을 긋는 그 자체가 일념이요 선(禪)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죽은 선이 된다. 그것은 선(線)이 아니다. 그러니 선(禪)도 아니다.
서울 조계사의 불화그리기 강좌에서 만난 30여 불자들. 호기심에서 해보고 싶었다는 한 젊은 여성, 자신의 손으로 부처님을 그리는 것이 소원이었다는 50대 보살, 새로운 삶을 찾고 싶었다는 70대 거사…. 부처님을 그리게 된 이유는 달랐지만 가는 길은 같다.
부처님을 그대로 그리는 사불(寫佛). 그것은 붓과 몸과 마음을 일치시키는 수행이다. 하루에도 몇 시간씩 붓을 잡고 부처님을 그리는 사람들. 그들은 왜 붓을 놓지 못하는 것일까.

-잡념이 없어지고 인내심이 생긴다. 왜 사불수행 사불수행 하는지 알 것 같다. 사불을 하기 전에 좌선을 하는데, 전에 보지 못했던 나를 느끼고 있다.(문성희ㆍ50ㆍ안산 중앙동)
-하루 5시간씩 하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는데, 지금은 욕심이 생겼다. 내가 그리는 부처님을 통해 나를 만나고 싶다. (최영순ㆍ50ㆍ용인 수지구)
-호흡이 깊어지면서 급한 성격이 바뀌고 있다. 신기하다. 내가 편안해지면서 생활이 편안해졌다. 이런 것이 수행이구나 하는 성취감을 느낀다. (윤자명ㆍ43ㆍ서울)
-매일 저녁마다 사불을 한다. 사불 전에는 반드시 경전을 읽는다.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조태화ㆍ45ㆍ서울 보문동)
-하루 종일 11장을 그렸다. 1장 그리는데 1시간30분쯤 걸린다. 하면 할수록 심취하게 된다. 선을 그리는 동안은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노후를 어떻게 보낼지 고민이 많았는데 답을 찾았다. 지금 새 인생을 살고 있다. (양득환ㆍ70ㆍ인천 부평구)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꼭 해보고 싶었다. 아직은 잘 모르지만 깊은 매력이 느껴진다. (이소정ㆍ28ㆍ서울 중랑구)
-기도하지 않고는 붓을 잡지 않는다. 수행을 목적으로 시작했고, 이건 정말 수행이다. 할 때마다 삼배하고 기도한다. 나를 보고 주변을 볼 수 있게 됐다. (강미형ㆍ42ㆍ포천)
-조용히 하고 있다. 내가 배운 것은 이것이다. (문예자ㆍ60대 중반)

▷사불, 왜 수행인가?
조계사 불화그리기 강좌를 지도하고 있는 이철승(42) 화백은 “붓을 이겨야 제대로 선을 그릴 수 있다. 붓을 이기려면 자신을 이겨야 한다. 자신을 이기고 몸과 마음이 합일이 될 때 비로소 살아있는 선을 그릴 수 있다”고 말한다.
사불 자체가 수행인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하나의 선을 올바로 긋기 위해서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호흡을 멈춘 채 붓끝에 온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이런 과정의 수없는 반복을 통해 비로소 ‘선(線)’을 배운다. 선(線) 하나에 몸과 마음이 모아진 상태, 그러니 바로 선(禪)인 것이다.
사불수행도량 공덕사 주지 법인 스님(사불수행연구회 연구원장)은 “사불은 형상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그리는 것”이라며 “사불은 고려시대에 사경과 함께 발달했던 수행의 한 방법이었다”고 설명했다.

▷사불수행의 단계
불화는 초를 뜨거나 습화(習畵ㆍ먹선으로 형태를 그리는 것)를 거쳐 채색으로 완성된다. ‘초를 뜬다’는 것은 부처님이 그려진 초본(初本) 위에 한지 등 밑그림이 비치는 종이를 대고 그대로 베끼는 작업이며, ‘습화’는 초본을 옆에 놓고 눈으로 보며 베끼는 것이다.
사불은 채색 전 단계인 초를 뜨거나 습화하는 과정을 말한다.
사불 첫 단계는 보통 시왕초로 시작한다. 그 뒤 보살초(관음초, 문수초, 보현초), 신중 또는 사천왕초로 단계가 올라가며 이 과정이 익숙해지는 데에는 평균 1~2년 정도가 걸린다.
시왕초를 그리는 단계는 붓끝과 교감하는 과정으로, 먹을 찍는 순간 먹이 많은지 적은지, 선을 강하게 그려야 하는지 약하게 그려야 하는지를 본능적으로 익히게 된다. 이때부터 호흡법도 본격적으로 배운다. 보살초를 그리는 단계에서는 손의 유연성과 자세를 갖추면서 긴 선을 그리는 연습을 한다.
초 뜨는 단계를 지나면 습화 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이 단계는 그리는 대상의 균형미와 표정 등을 잘 살려야 하기 때문에 2~3년 정도가 지나야 익숙해진다.
사불 수행은 바로 초 뜨기와 습화 단계를 반복하면서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의 불성을 찾는 일이다.


▷사불 배울 수 있는 곳
사불수행을 전문적으로 지도하는 곳으로는 서울 공덕사(02-2066-8061)가 있으며, 조계사(02-732-2183) 길상사(02-3672-5945) 아미타사(02-745-3352) 만해불교대학(02-738-3385) 동산불교대학(02-732-1206) 통도사박물관(055-382-1001) 태고종 대구종무원(011-814-0648) 등의 ‘불화’ 강좌에서 사불을 배울 수 있다. 강좌는 일주일에 한 두 차례 열린다.
글·사진=한명우 기자 |
2006-09-30 오전 3: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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