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오랜만이에요, 언니! 어서 이쪽으로 오세요.”
9월 11일 오후 8시. 숙명여자대학교 학생회관 402호 문은 늦게까지도 계속해서 열렸다. 반가운 얼굴들이 들어올 때마다 이미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학생들은 열렬히 환영했다. 숙명여대 불교학생회(지도법사 일주ㆍ이하 숙불회) 동아리실에서 월요일마다 벌어지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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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불회는 올해로 41년의 긴 역사를 갖고 있다. 1963년 당시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태동을 이끌어낸 주축 대학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나 80~90년대 대학가 풍속이 바뀌면서, 회원수가 급격히 감소해 한 때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여 년 간 신입생을 상대로 활발한 포교활동을 펼친 결과, 현재는 튼튼한 학생회를 자랑하고 있다. 이는 ‘기수’를 따지는 등의 경직된 동아리문화에서 탈피, 모두에게 열려있는 숙불회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결과다. 前 회장 최정민(가족자원경영학과 04)양은 회원을 늘리기 위해 일반 학생들에게 포교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아 연중상시 문이 열린 개방적인 분위기로 숙불회를 탈바꿈시켰다. 때문에 숙불회에는 새내기 뿐 아니라 뒤늦게 가입한 2~3학년들도 많다.
지난해부터 독특한 전통도 생겼다. 신입생이 들어오기 전에 회장 및 임원단이 함께 사찰을 찾아 ‘신입법우 유치 발원’ 기도를 올리는 것이 그것이다. 최양은 “양적인 결과에 치중하기보다 진심을 다해 법우들에게 부처님 법이 전해지기를 기도하면 포교는 저절로 된다”며 원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올해 회장인 김보라(경영학과 05)양도 “지난해 회장으로 선출된 뒤 선배님(前회장)과 함께 해인사를 찾아 기도한 공력으로 올해 회원들이 이렇게 많이 가입한 것 같다”며 “매주 일요일마다 서울 전등사를 찾아 기도하는 등의 수행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의 활동은 젊은 여성불자 특유의 ‘원력’과 ‘신심’으로 요약할 수 있다. 흔히 동아리 활동을 통해 이성친구들과 만남을 갖거나 유흥으로 결속을 다지는 대학생들이 많지만, 숙불회는 ‘법회’와 ‘기도’를 통한 화합을 이끌어낸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사실은 매주 월요일 40여분에 이르는 절수행과 기도법회를 봉행하고 있는 점에서도 잘 드러난다.
올해에는 내부적 결속 뿐 아니라 대외활동을 늘려 적극적인 포교에 앞장서겠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이미 (사)풍경소리와 협약을 맺고 캠퍼스 곳곳에 풍경소리 게시판을 부착했다. 또 10월 중에는 숙불회 회원뿐 아니라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열린법회’를 봉행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김 회장은 “적극적 홍보를 통해 앞으로 숙명여대 학생들 중에 ‘숙불회’의 존재를 모르고 졸업하는 이가 한 명도 없도록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9월 30일 오후 4시 숙명여대 젬마홀에서 열릴 ‘제41회 숙불회 창립재’를 앞두고 막바지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이들은 “창립재를 통해 일반 학우들은 물론, 연락이 끊긴 숙불회 동문선배들과 연결될 수 있는 고리를 만들고 싶다”며 “문은 언제든지 열려 있으니까 402호를 찾아달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