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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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봉녕사 청년회 멋진 창립, 비결이 뭐야?
다른 사찰 벤치마킹, 경험자 조언 듣기 중요
청년회 창립. 어렵고 막막하다. 그러나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면 그리 먼 이야기도 아니다. 봉녕사 청년회는 6개월 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창립됐다.

사찰 청년회가 하나 둘씩 사라지는 상황에서, 성공적인 청년회 창립을 이끌어낸 사찰이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수원 봉녕사(주지 묘엄)가 그곳이다.
9월 9일 열린 창립법회는 수원 지역에 거주하는 젊은불자 20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봉행됐다. 청년회 창립법회에 10명은커녕 3~5명만 참석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는 것을 감안하면, 첫 출발부터 순조로운 셈이다.
물론 쉽게 ‘창립’의 문턱을 넘어 선 것은 아니다. 지도법사 정인 스님(봉녕사 포교국장)은 “창립을 하고 싶지만 준비과정에 참고할 만한 가이드라인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봉녕사 청년회가 창립법회를 봉행하기까지 어떤 노력이 있었을까.

1. 목표 설정
봉녕사가 청년회를 창립할 계획을 세운것은 지금부터 6개월전. 승가대학(강원)과 율원을 운영, 사찰의 특성상 아이들이 떠들고 뛰어놀 공간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기 어려워서 젊은 불자 대상으로 포교를 펼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신도회로 이어지는 든든한 버팀목을 만들고, 젊은 불심을 잡아 사찰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이렇게 목표를 설정하고 사찰 특성에 맞게 계획을 세우는 일은 사소해 보여도 ‘기초공사’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 정인 스님은 “사찰의 모든 대중이 청년법회에 대한 필요성을 공감해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스님과 대중들의 원력이 없으면 인재불사는 이뤄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2. 수원포교당서 노하우 전수받기
봉녕사가 매끄럽게 창립할 수 있었던 비법은 정인 스님이 한 달 간 받은 ‘특별과외’ 덕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님은 ‘잘 되는 청년회의 운영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한 달 동안 꼬박 인근 사찰 청년회 법회를 참석했다.
스님이 ‘벤치마킹’ 한 사찰은 바로 수원포교당 청년회다. 수원포교당 청년회는 19년간 지역 청년불자들의 포교 구심점이 돼왔고, 현재까지도 매주 30여명이 넘는 청년불자가 참석하는 등 성황리에 운영되고 있기 때문.
수원포교당 청년회 역시 정인 스님의 취지를 듣고 흔쾌히 협조에 나섰다. 그간 수원포교당 청년회가 벌였던 행사의 진행과정, 회계출납 등이 상세하게 적힌 사업계획서를 열람할 수 있도록 협조하는가 하면, 청년회 운영방안을 함께 논의하고 임원단을 파견해 창립법회 진행을 도왔다.
수원포교당 청년회 홍보팀의 컨설턴트(?)를 받은 정인 스님은 두달 간 봉녕사에서 열리는 일반법회와 신도모임마다 참석해 창립법회 공지를 빼놓지 않았다.
온라인 홍보에도 신경썼다. 홈페이지에는 7월 1일부터 행사를 알리는 게시물을 올렸고, 마지막 2주 동안은 팝업 공지창을 띄웠다.

3. 신도회·거사림을 ‘멘토’로
정인 스님은 신도회와 거사림회를 청년회의 ‘멘토’로 설정했다. 청년회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설 후원단체를 설정한 것이다.
‘멘토’가 된 거사림회 임원진은 직접 창립법회에 참석해 청년불자들의 새출발을 축하하고, 더불어 축의금도 전달했다. 또 신도회 불자들은 이날 후원에서 과일을 내오고 다과를 준비했다. 처음 법회에 참석하는 청년불자들이 서로 서먹서먹해지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다.
수원포교당 청년회 회장 이하 임원 5명도 창립법회에 참석해 부드러운 분위기를 이끌었다. 이들은 정인 스님과 함께 만든 <봉녕사 청년의식집>을 입구에서 나눠주고 법회에서는 목탁을 치고 피아노 반주를 맡는 등 의식집전을 담당했다.

4. “다시 나오고 싶게”
9일 창립법회가 끝난 뒤 가진 다과시간. 20여명의 불자들이 둥글게 둘러 앉아 어떻게 청년회에 가입하게 됐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한 청년이 “잘 부탁드립니다. 고3입니다”라고 말하자 여기저기서 “헉!” “그렇게 안 봤는데!”하는 소리가 터져 나온다. 당사자가 웃음을 참으며 “봉녕사에 학생회가 없어 청년회라도 가입하고 싶다”고 말하자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다.
다른 불자도 “그간 거사림회에 끼어 있었으나 이제 동년배의 법우들과 함께 불법을 공부할 수 있어 기쁘다”며 “봉녕사에도 청년회가 생기길 기다리고 있었다”고 밝혔다.
다들 자리를 털고 일어나길 아쉬워하자 정인 스님이 먼저 “오늘 스님이 화끈하게 쏩니다. 시내 찻집으로 갑시다”라고 외쳤다.
수원포교당 문미선 부회장은 “처음 법회에 참석하는 젊은이들은 대부분 부모님의 권유로 나온 상황이기 때문에 낯설고 서먹해 한다”며 “본인이 친밀함을 느끼지 못하면 일회성 참석으로 끝날 여지가 있기 때문에 관계 맺기를 통해 신뢰감을 주는 것이 관건이다”고 강조했다.

5. 회원 확보 방안 모색
공간만 만들어놓고 할 일은 다했다는 듯 ‘이제 알아서들 해나가라’라는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금물이다.
특히 빠른 시일내에 집행부를 선출하고, 책임지고 연락할 연락책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출된 회장단과 각 부 임원진은 매주 법회 시작 전 회원들에게 일일이 연락을 취해, 끈끈하고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수립해 나간다.
또 전회원이 참석한 가운데 회칙을 정하는 것도 중요한 일. 향후 큰 단체로 발전할 경우를 생각해 기틀을 다진다는 생각으로 회칙을 정해야 한다.
청년회를 운영하기 시작하면 새로운 불자들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방안도 강구돼야 한다. 대다수의 조계종 사찰의 경우, 새로운 불자들을 대상으로 신도기초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 때 기초교육 수료자들의 신청서를 확인해보면 연령대가 파악되므로, 기초교육을 수료한 젊은 불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청년회를 홍보, 가입을 유도하도록 한다.
청년회 창립을 생각하고 있지만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만한 곳을 찾기 쉽지 않고, 여건이 어려워 고민 중인 사찰이 있다면 대한불교청년회(02-738-3386)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글·사진=이은비 기자 | renvy@buddhapia.com
2006-09-19 오전 9: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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