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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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점검표 작성 "내가 변했어요"
동화사 ‘미리 닦는 집중수행’ 현장
생전예수재하면 대부분의 불자들은 살아있을 때 미리 공덕을 닦는 재 의식 정도로 생각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찰들도 여기에 초점을 맞춰 법회나 행사를 연다. 하지만 공덕을 닦는 길이 ‘수행’에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전국의 사찰들이 윤 7월을 맞아 생전예수재 법회를 개최한 가운데 대구 동화사는 재가 아닌 ‘미리 닦는 집중수행’으로 9월1일부터 7일까지 예수재를 봉행해 눈길을 끌었다.
동화사 집중수행에 참여한 불자들이 참회기도를 하고 있다

●생전예수재를 집중수행으로 전환
9월 4일 오전 동화사 통일대불전. 500여 명의 불자들이 예불을 마치고 일제히 참법정진에 들어갔다. 108 참회정진을 하고 있는 불자들 옆에는 노트보다 조금 긴 크기의 옅은 황토색 팸플릿이 나란히 놓여져 있다. 참법발원문이 봉독되고, 주지 허운 스님의 법문이 이어졌다.
법회가 진행되는 도중 몇몇 불자들이 뒤늦게 법회에 참석하기 전에 통일대불전으로 들어왔다. 그 중 한 보살이 반으로 접힌 팸플릿을 편다. 오른쪽에 ‘수행점검표’라는 제목 아래 표가 그려져 있다. 그 보살의 시선이 표 안에 적혀있는 ‘참법정진 예수재에 참여하도록 권한다’는 글귀에 머문다.
동화사는 생전예수재를 수행기간으로 정하고 일주일동안 불자들이 수행에 몰두하면서 스스로 수행을 점검할 수 있도록 점검표를 만들어 배포했다. 법회에 참석하는 불자들은 7일간 이 표를 지니고 다녀야 한다.
법회를 마친 불자들 중 적지 않은 수가 점심공양을 한 뒤 다시 통일대불전에서 자리를 틀었다. 일부는 부처님 명호를 외거나 다라니를 독송했고, 일부는 좌선에 들었다. 또 한 무리는 경전을 읽고 있고, 다른 한 무리는 절을 하고 있다. 4일 통일대불전의 오후는 그렇게 수행을 하는 불자들의 열기로 채워졌다.

●수행점검표에는 어떤 내용이…
수행점검표 왼쪽 위에서 아래까지는 14개의 항목이 나열돼 있고, 점검표 위쪽에는 1일부터 7일까지 날짜가 적혀 있다. 14개의 항목을 7일 동안 매일 어떻게 실천했는지를 스스로 체크하도록 해 놓은 것이다.
14개의 항목은 △참법정진기도수행 △한 권의 경전독송 △참회의 108배 △다라니독송 △불보살 명호 천 번 염송 △한 사람의 착한 일을 칭찬하기 △한사람이 나쁜 일을 못하도록 저지하기 △한사람의 배고픈 것을 구제하기 △남을 제도하도록 권하는 글을 나눠 주기 △의롭지 못한 재물을 취하지 않기 △육식을 하는 사람이 하루 동안 육식 않고 재계하기 △한 생명을 구해서 살려주기 △귀에 거슬리는 말을 듣고도 화내지 않기 △낙태를 못하게 하기 등이다.
법회 참가자들은 일주일간의 집중수행 기간동안에는 동화사에서의 법회시간은 물론이고 집으로 돌아가서도 위 14개 항목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 회향날인 7일에는 이 점검표를 부처님 전에 공양하면서 무엇이 부족했는지를 반성한다.

●집중수행 해보았더니
이날 법회에 늦었던 신성자(58ㆍ동구 지묘동) 보살은 오후에 따라 참법정진을 했다. 신 보살은 수행점검표 ‘남을 제도하도록 권하는 글을 나눠 주기’ 항목에 ‘참법정진 예수재에 참여하도록 권한다’는 글을 써넣었던 주인공.
“여기까지 오는 동안 차 안에서 다라니를 독송하고 부처님 명호를 부르며 왔는데, 생활의 모든 순간이 수행의 연속임을 깨달은 것이 이번 법회에서 얻은 가장 큰 소득입니다.”
집안일을 할 때도 수행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저절로 마음이 경건해졌다는 신 보살은 예수재의 진정한 의미가 수행에 있음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공무원으로 퇴임한지 몇 달 되지 않았다는 대천(65) 거사는 “집중수행기간 동안 수행점검표에 있는 항목들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그동안 내 자신이 얼마나 불교의 가르침에 어긋나게 살았는지를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대천 거사는 또 “며칠 되지 않았지만 수행점검표 항목대로 생활하려고 노력하면서 내 자신이 변하기 시작했다”며 뿌듯해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한 보살은 “생전예수재 집중수행을 하면서 내 생각과 말과 행동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길을 가다 예쁜 호박이 있어 무심코 땄던 일이 떠올라 참회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최순옥(58ㆍ대구 동구 신서동)보살은 모든 가족이름으로 집중수행 등록을 하고 가족들에게 점검표와 자비수참 책을 가져다주면서 수행에 동참할 것을 권했다.
“시간이 없어 모든 가족이 매일 법회에 참석하지는 못하지만 직장에 다니는 남편과 학교 다니는 3남매가 각자 점검표에 동그라미를 치며 스스로의 생활을 살피고 있다”면서 “가족과 함께 수행을 할 수 있어 발심이 더 깊어지는 것을 느낀다”며 웃는다. 동화사=배지선 기자


[인터뷰]집중수행예수재 봉행한 동화사 주지 허운 스님
동화사 주지 허운스님
“보살은 원인을 두려워하나 결과를 생각지 않고, 중생은 원인은 생각지 않고 결과만 집착하며, 이것이 보살과 중생의 차이”라는 허운 스님은 “인과를 깨닫고 두려워할 줄 아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끊임없이 수행을 해야 한다”며 생전예수재를 집중수행으로 봉행한 의미를 설명했다.
허운 스님은 또 “과거에 지은 죄를 뉘우치고 다시는 같은 죄를 짓지 않겠다는 발원을 하는 것이 참법기도의 목적이며, 불자들이 쉽게 참회수행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수행점검표를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명우 기자 | mwhan@buddhapia.com
2006-09-12 오후 3: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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