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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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같은 마음으로 사세요"
[큰스님]원법 스님(대전 보은정사 회주)
石師念願 深助自得(석사염원 심조자득)
行者靜坐 畵仙心醉(행자정좌 화선심취)
寫生囊括 江船風流(사생낭괄 강선풍류)
浩然之氣 報恩三寶(호연지기 보은삼보)

성취를 염원하여 정진 또 정진 스스로 터득하련다.
정좌한 노행자 망상에 들고 심취된 화백 고상한 자태여.
난중에 실경과 의백일뿐 강선풍류는 아예 말하지 말라.
마음을 넓고 크게 깨달아 보은삼보 하련다.

태고종 원로회의 부의장 원법(元法) 스님(대전 보은정사 회주)의 방에 걸려 있는 한시의 일 부분이다. 스님이 임꺽정의 활동 무대였던 포천 고석정을 방문해 지은 시라고 한다.
스님은 시(詩), 서(書), 화(畵)에다가 차(茶)와 음악(音樂, 거문고)까지 조예가 아주 깊다.
스님이 8월 21일 서울 법륜사에서 열린 한국전통문화전승관 상량식에 상량문을 쓴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가 간곡히 친견을 부탁드렸다. 스님은 아주 난감해 하면서 어렵게 허락했다.
글씨는 인격이라는 믿음으로 서도삼매를 즐기는 원법 스님의 필체는 거침없고 시원스럽다.

시봉을 들던 송강 스님(장수 도성암 주지)은 “원래 스님이 매사에 겸손하고 하심을 생활화하시기 때문에 그러시는 것”이라며 “스님은 아주 소탈하시다”고 말했다.
상좌들이나 불자들에게도 ‘가난함속에서도 바른 삶을 중히 여긴다’는 ‘우도불우빈(憂道不憂貧)’을 가슴에 새기라고 가르친다. 살림살이가 어렵더라도 잘사는것에 욕심이 나서 도를 벗어나지 않고, 곤궁함으로 인해 가볍게 스스로의 품격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스님은 늘 ‘거친음식과 반찬없는 음식으로 평생을 보내는 삶속에서도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검소함은 화장실겸 세면실 옆에 붙어있는 1.5평 남짓한 스님의 방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스님의 방은 작은 옷장과 이불과 책 몇권이 전부였다.
송강 스님은 “스님은 좋아하는 차도 중작이상은 절대 마시지 않으신다”고 귀띔한다.
다도 시간에 진행되는 교리공부

다음날 새벽 툭! 탁! 소리에 잠을 깼다. 스님이 요가를 하는 소리다. 스님은 40여년전부터 새벽에 일어나기전 30분동안 요가를 한다고 한다. 예불을 모신 뒤 동이 트자 산행에 나섰다.
산행은 스님의 하루일과 가운데 가장 소중한 시간이다. 산행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것은 조건부 허락에 들어있던 약조이기도 했다. 스님은 한시간이 지나서 절에 돌아왔다. 그리고는 한참동안 절 주위를 청소했다.
아침공양을 한 다음 스님은 붓을 들었다. 개업한 불자를 위해 회사명을 써주기로 했다고 한다. 서예실의 책상위에는 헐거워지고 닳을대로 닳은 한한사전 몇권이 놓여 있었다.
글을 한자 한자 사전에서 찾은 뒤 습자지에 한 획 한획 이서했다. 그런다음 한글을 붙인 뒤, 옆의 송강 스님에게 다시 확인하게 한 뒤에야 화선지를 펴게했다.
한한사전을 살짝 펴보니 거의 모든 글자에 연필자국이 덧칠되어 있다. 다른 장도 마찬가지. 대부분의 글자를 한번씩은 사용했다는 얘기다. 스님의 꼼꼼함과 완벽함이 엿보였다.
붓으로 쓴 글자는 모두 수천번 써본 당연히 아는 글자지만 한일(一)자도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글자를 쓸때는 거침없이 시원스럽게 획을 그었다. 마지막 낙관도 자로 제고 연필로 표시를 하면서 조심스럽게 찍었다. 스님의 모습은 도장을 찍을 때도 정성을 들인다는 ‘심신관인(審愼官印)’의 모습이었다.
이는 스님이 서예를 처음 배울때 기초만 11년을 했다는 신도들 사이에 희자되는 얘기와 상통한다.
글을 쓰는 도중에 서예와 다도를 배우기 위해 11명의 신도들이 찾아왔다. 서예실에 들어오는 즉시 스님께 집에서 써온 글을 내보인다.
불자들이 써 온 글씨를 점검하는 원법 스님

신도들은 오랫동안 배워서인지 모두들 훌륭한 필체였다. 하지만 스님은 빨간 싸인펜으로 잘못된 부분을 여지없이 찾아내 지적해준다.
보은정사는 신도들과 지역주민들을 위해 30년 전부터 서예와 다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글씨 잘쓰는 것을 쳐주지 않는다. 그래서 문하생들에게 서예전에 출품도 못하게 한다. 인격이 글씨를 따라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가르침이다.
서예지도에 이어 신도들이 교리공부 시간이라고 칭하는 ‘탁마’를 했다. 신도들은 일주일에 한번있는 탁마시간에 선시도 읽고, 불교경전의 한부분을 강독했다. 이날 탁마시간에는 <부모은중경>에 대한 법문(25면 법문 참조)을 했다.
이렇게 점심공양 시간까지 3시간동안 한시도 쉬지 않고 서예와 다도시간을 진행했다.

오후 일과는 종단에서 찾아온 스님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으며 틈이 나면 붓을 손에 들었다.
스님은 현재 용봉당 이재복 스님이 평생 지은 시 300여편 중에서 108수를 엄선하여 서체로 내년 봄쯤 용봉당 이재복 스님 열반 16주기 유고시 서화전을 열기 위해 준비중이다.
글=김원우 기자·사진=고영배 기자

원법 스님의 가르침
허공같은 마음으로 사세요


마음이 불안하고 어리석은 사람은 열심히 사는 듯이 보여도 실질적으로는 현실에 충실하지 못합니다. 그러다보니 문제 해결을 위하여 현명한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망상을 부리거나 휩싸여 괴로움을 달게 받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니 항상 말보다 실천하는 삶을 살도록 하세요.
왜냐하면 일상생활 그 자체가 진리를 깨치는 도이고 깨달음이기 때문입니다.
불교 공부란 바르게 배우고 바르게 알아서 바르게 실천하기 위한 것입니다. 공부하지 않는다면 무엇이 바른 실천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바른 실천방법에는 육바라밀 팔정도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먼저 국토의 은혜, 부모의 은혜, 스승의 은혜, 사회(이웃)의 은혜등 사은혜(四恩慧)를 알고 보답하는 것 중요합니다.

네가지 은혜 중에서도 부모님의 은혜에 대해 얘기하고자 합니다.
효를 강조한 부처님은 아버지인 정반왕이 세상을 하직하자 손수 그 상여를 맸다고 합니다. 부처님은 부모의 은혜에 대해 ‘자식은 왼쪽 어깨에 아버지를, 오른쪽 어깨에 어머니를 업고 그 큰 수미산(須彌山)을 백번, 천 번 돌더라도 다 갚을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이렇듯 부모의 자식에 대한 자애는 한이 없습니다. 이 자애에 대하여 마땅히 따르는 것이 보은(報恩)입니다.
고사(古史)에 보면 어머니의 자식 생각을 원숭이에 비유합니다.
진나라 환온의 한 머슴이 상협을 지나다 강가에서 원숭이 새끼 한 마리를 잡았습니다. 그러자 어미 원숭이가 슬피 울면서 강을 따라 백리나 되는 길을 따라왔습니다. 어미 원숭이가 마침내 아기 원숭이가 실려있는 배 위로 뛰어오르다가 그만 기절해서 죽고 말았습니다. 사람들이 죽은 어미 원숭이의 배를 가르고 보니 창자가 마디마디 끊어져 있었다고 합니다.
이렇듯 부모는 항상 언제 어디서나 어떤 상황이 되어도 자식을 생각합니다.
부모의 열가지 큰 은혜는 첫째, 뱃속에서 열달동안 길러 주신 은혜입니다. 둘째, 해산할 때에 괴로움을 받는 은혜입니다. 셋째, 출산시 3말 8되의 피를 쏟아 아기를 낳는 고통을 겪고서도 오히려 기뻐하는 은혜입니다. 넷째, 좋은 것을 골라 먹여주는 은혜를 말합니다. 다섯째, 기르실때 밤낮으로 젖은 자리를 가려 눕히는 은혜입니다.
여섯째, 8섬 4말의 젖을 먹이어 양육하신 은혜입니다. 일곱째, 옷을 세탁하여 길러준 은혜입니다. 여덟째, 자식이 먼 길을 떠나면 항상 근심하는 은혜입니다. 아홉째, 자식을 위하여는 악한 죄도 지을 정도로 깊고 자상한 은혜입니다. 열 번째, 죽을 때까지 베풀고 연민의 정을 가지는 은혜입니다.
불자라면 모름지기 부모님에 대한 참다운 보은이 무엇인가를 깨달아야 합니다.
부모로 인하여 세상에 내가 태어날 수 있었고, 키워졌음을 안다면 부모를 받들고 모시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세상의 은혜를 알고 다음으로 할 일은 청정 자성을 깨닫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千尺絲綸直下垂(천척사륜직하수)
一波 動萬波隨(일파재동만파수)
夜靜水寒魚不食(야정수한어불식)
滿船空載月明歸(만선공재월명귀)

천척의 낚싯줄을 아래로 드리우니
한 물결이 일어나자 만 물결이 뒤따른다.
고요한 밤 물 차가와 고기 물지 않으니
배에 가득 허공 싣고 달빛에 돌아오다.

<금강경 야부송(金剛經 冶父頌)>에 나오는 중국 송나라 때의 고승이었던 야부 도천(冶父 道川) 스님의 시입니다. 30년전 글을 써서 보은정사 법당 주련으로 달았던 참 좋은 내용이지요.
천적의 낚싯줄은 바로 인간의 욕심을 말합니다. 낚싯바늘은 형상 있는 모든 것은 본래 마음을 빼앗아 간다는 것을 상징합니다.
경계에 마음 한번 빼앗기면 천만 번뇌가 뒤따르는 것입니다. 아예 처음부터 속지도 말고 마음을 빼앗기지도 말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천지 만물 어느 것 하나 내 마음 속에 없는 것 없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제 아무리 욕심을 부려도 물고기가 미끼를 물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마음이 고요하여 번뇌가 잠자버리면 천만 경계에도 끌려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음가짐은 대단합니다. 물고기 대신 밝은 달을 싣고 왔기 때문입니다.
불자들이 이런 허공같은 마음으로 이 세상을 살았으면 합니다.

원법 스님은
해인사에서 혜성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해인강원을 졸업한 스님은 부처님 정법을 얻겠다는 각오로 아침저녁으로는 참선을, 낮에는 염불 정진을 했다. 스님은 1960년대 여수 향일암에서 이미 어린이법회를 개최했다. 이런 인연으로 1970년대 석주 스님, 안병호, 운문스님 등 몇몇 지도자들과 대한불교청소년교화연합회 운영에도 참여했다.
스님은 또 대전지역에서 교도소법회나 소년원법회를 계속해왔으며, 1993년 국제적 행사였던 대전 EXPO(엑스포) 당시 불교관을 운영하고, 다도시연회를 열며 불교를 알렸다.

정리=김원우 기자·사진=고영배 기자
대전 보은정사/글=김원우 기자·사진=고영배 기자 |
2006-09-05 오전 10: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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