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타 스님!
미국을 떠나 한국에 온 지도 어느 덧 보름이 지났습니다. 그간 스님과 정혜사 가족 여러분들은 모두 편안하신지요?
사실, 전 오래 전 인도 등 여러 나라의 성지 순례 중 만났던 한국의 사찰들과 스님들, 유럽 등지에서 접했던 우리불교의 흔적들에서 자부심을 느낄 때만 하더라도 해외에서 포교하는 스님들에게 그다지 큰 공감을 느끼지 못했다는 게 솔직한 고백입니다. 그저 뭐 ‘먼 곳까지 와서 불사하며 한국불교를 전파하느라 고생하는 구나’ 정도로만 느끼고 왔을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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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혜사를 다녀온 뒤로는 ‘도대체 내가 자랑스럽게 떠들어 대며 포교한답시고 다니는 것’이 얼마나 부끄럽고 어리석은 것이었는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스님은 제쳐 두고서라도 정혜사 법우들이 어찌나 열심인지 지금도 부끄러움에 계면쩍고 얼굴이 화끈거려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전쟁보다 더 큰 격전(?)을 치르고 있다’는 스님의 표현대로 사방이 이교도에 포위되어 철벽같은 수성만도 버거운데 한걸음 더 나아가 포교의 기치를 높이 내 걸고 어린 꼬맹이로부터 연로하신 노보살들까지 거두고 챙기고 보살피는 스님의 원력과 정성에 감탄을 거듭하게 됩니다. 또 “수행자는 배고픔을 면할 정도면 된다”며 가녀린 체구로 정혜사를 진두지휘하는 스님은 진정 만주벌판에서 기상을 떨치는 독립군 대장과도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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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 두 딸과 함께 어린이·청소년 법회를 도맡아 하시느라 정작 절에 와서도 주지스님 얼굴조차 제대로 볼 겨를이 없다는 법성화 보살님, 우리가 죽더라도 “아-들이 커가꼬 우리 절을 지키야 된데이”라는 노보살님들의 원력에 눈시울이 새삼 붉어졌더랬습니다. 가게나 학원을 운영하시는 법우들께 협박 반, 회유 반 심지어는 원생까지 빼내가며 개종을 강요하는 억압(?)속에서도 꿋꿋이 정혜사를 지키는 모든 분들이 너무나도 존경스러웠습니다.
‘국내 포교도 중요한데 해외는 무슨…’이라는 편협된 저의 근시안적 사고는 비로소 참된 스승을 만나 깨닫게 되었으니 참으로 감사할 따릅니다. 왜 해외포교가 ‘선택’이 아닌 ‘필수’인 까닭을 현지에서 확인할 수 있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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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외포교의 중요성을 현장에서 깨닫게 되니, 준비해야 할 것들이 손에 꼽히게 됐습니다. 먼저 20~40대 ‘허리’가 끊긴 교포불자 층을 복원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10대 새싹불자를 키워내야 합니다. 다음 세대를 위한 ‘한글교육’이 시급한 이유인 거죠. 바로 이런 이유로 스님은 ‘한글학교’를 어렵게 운영하고 있잖습니까. ‘한글경전’도 널리 보급하고, 피아노에 편중된 찬불가 악보도 관현악 중심으로 바꿔야 합니다. 그뿐인가요? 한국불교계의 성원도 중요합니다. ‘해외포교에 고군분투하는 스님들과 불자들에게 격려의 글을 보내주면 어떨까’ 하는 바람도 갖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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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해외포교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합니다. ‘교포포교’에서 벗어나 ‘현지포교’로 포교의 방향도 전환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미국 주류사회 속으로 한국불교가 스며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혜사 어린이 법회의 의미는 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현묵 김광호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