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불선, 염불절 수행을 하는 불자들이 적지 않고, 얼마 전부터는 염불위빠사나가 국내에 소개됐다. 염불은 부처님 당시의 수행법으로, 다른 수행법보다 접근하기 쉬워 불교의 대표적인 수행법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 여기에 조사선ㆍ절수행ㆍ위빠사나가 접목된 것이 바로 염불선이고 염불절이고 염불위빠사나다.
하지만 염불을 응용한 이런 수행법들이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수행자의 근기와 수행효과를 근거로 내세우며 장점이 많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수행에 혼란을 초래하고 유사불교수행법을 양산하는 등 문제가 적지 않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염불 응용 수행이 가지고 있는 장점과 문제점을 전문가들의 견해를 통해 종합해본다.
▨장점 있지만 신중해야
염불 응용 수행법들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가진 전문가들은 시대에 맞게 발전이 되고, 또 이들 수행으로 효과를 본다면 나름대로 의미는 있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수행 목적이나 형태와 과정 등 면밀하게 검토해야 할 부분이 많은 만큼 매우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종합하면 동전의 양면처럼 긍정적인 측면과 검토, 또는 보완해야 할 부분이 공존하고 있다는 얘기다.
염불선을 지도하고 있는 청원 혜은사 주지 덕산 스님과 염불위빠사나를 지도하고 있는 김열권 법사, 그리고 동국대 선학과 교수 종호 스님과 중앙승가대 교수 미산 스님은 선과 염불과 절이 대표적인 불교의 수행법이고 위빠사나 역시 남방불교의 수행법인 만큼 이들이 혼합된 형태의 수행 형태가 문제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또 이들 수행법이 근기에 맞는 수행을 목적으로 생겨났고, 실제로 수행효과를 보는 사람들이 있다면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산 스님과 종호 스님은 “여러 가지 다양한 수행법이 시대와 환경에 의해 나왔고, 그 시대의 삶과 정신세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수행법에 대한 논의는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들은 응용 수행법에 대해서는 반드시 따져봐야 할 원칙 같은 것이 있으며, 소수에 의해 일시적으로 유행한다고 해서 정통수행법과 같은 수행법으로 인식해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또 염불 응용 수행의 경우 기복에 흐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공통적이었다.
미산 스님은“정견과 연기적 가르침에 입각한 이론에 바탕을 두지 않는 응용 수행법은 경계해야 하며, 기복화되고 있는 염불수행이나 불교의 정견을 반영하지 않은 불교유사수행법에 대해서는 충분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고, 덕산 스님도 “염불선의 경우 기복으로 흐르는 사례를 많이 보았다”며 수행목적과 과정이 일치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종호 스님은 “응용 수행법의 경우 ‘도달해야 할 목표’(깨달음인지, 안심인지, 조복인지 등의 궁극적 지향점)가 어디인지를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한다면 매우 위험할 수 있으며, 이것은 하루아침에 어느 한 두 사람에 의해 정립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과 숙고가 필요한 문제”라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무분별한 수행법 혼용은 위험
수행법 혼용에 반대하는 전문가들은 일부 긍정적인 측면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은 소수에 국한된 것이며, 전체적으로 보면 수행법의 혼용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제주 원명선원 선원장 대효 스님과 양산 정토원 원장 정목 스님은 선이나 염불이나 절이나 정통수행법이기는 하지만 이들 수행법을 혼합한 형태의 응용수행은 이론이 명확히 정립돼 있지 않아 오류를 범하기 쉽고, 수행과정에서 혼란을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들 염불 응용 수행법들이 일부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염불수행의 장점과 선수행ㆍ절수행ㆍ위빠사나 수행의 장점들이 합쳐진 형태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실제로는 어느 한쪽에 집중하지 못하는 단점이 더 크게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두 스님은 이와 함께 수행현장에서 불자들을 지도한 경험을 예로 들며 “염불선 등 응용수행을 하다가 중심을 잃고 헤매는 불자들을 적지 않게 보았다”며 응용 수행의 부작용을 겪고 있는 사례가 많다고 소개했다.
대효 스님은 “참선을 지도하는 사람들 가운데 화두를 입으로 반복하는 ‘송화두’나 화두를 생각 속에서 계속해 외는 ‘염화두’ 수행을 참선과정에서 넣은 사람이 있는데 이것은 생각이 일어나기 이전에 화두를 의심하는 화두선 수행의 근본을 크게 훼손하는 것”이라며 “이것이 염불 수행의 응용형태라고는 할 수 없지만 염불수행이 상대적으로 쉽다고 해서 무분별하게 다른 수행법과 혼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목 스님은 “간화선에 한계를 느낀 사람들이 주로 염불선을 찾지만 염불의 근본사상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염불절과 염불위빠사나에 대해서도 “수단(수행형태)만 중요시한 채 근본(수행목적)을 무시하는 수행이 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정통수행법 재조명 해야
이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수행법 자체 보다는 수행자의 근기를 살피면서 그 근기에 맞게 이끄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정통수행법들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밝혔다.
이를 위해 종호 스님은 “종단이나 수행연구집단이 실험집단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실험을 하면서 얻어진 결과를 정리해 수행법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고, 미산 스님은 “스님과 불교학자들이 정보를 공유하면서 여러 가지 수행법을 연구할 수 있는 풍토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효 스님은 “간화선을 어렵게 여기는 분위기가 결국에는 응용 수행으로 연결되는 만큼 간화선을 쉽게 지도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