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행이 심리적 질병을 치료할 수 있을까. 최근 <선수행과 심리치료>(민족사 刊)를 펴낸 김말환 군법사는 “선 자체가 그대로 심리치료”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김 법사의 이같은 주장은 임상치료를 통해 얻은 결과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선 수행이 현대적 상담기법으로서 심리치료에 접목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얼마 전에는 “위빠사나 수행이 정신치료에 유용하다”는 논문이 임상치료 자료와 함께 공개돼 주목을 끌기도 했다. 선 수행이 정신적ㆍ심리적 질병을 치료하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이미 이와 관련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김말환 법사와의 일문일답을 통해 선수행이 심리치료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또 어떤 효과를 얻고 있는지 등의 궁금증을 풀어본다.
▶선심리치료의 핵심을 요약한다면?
심리치료는 인간 내면에 비정상적으로 자리잡은 노이로제나 정신적인 병리현상으로 인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심리적 질병상태에서 고통 받고 있는 비정상인을 정상인으로 회복시키는 것이다.
선(禪)심리치료는 선수행을 치료에 적용해 심리적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다. 즉, 선수행을 통해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에 물들어 있던 ‘나’에서 벗어나 티 없이 맑고 청정한 본래 본 마음을 바로 보고 찾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선수행과 심리치료의 공통점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선수행은 ‘본래 자기’를 찾는 것이고, 심리치료는 ‘잃어버린 자기’를 찾는 것이다. 두 가지 모두 ‘자기’를 찾고 자아를 실현한다는 점에서는 똑같다. 물론 이런 견해에 대해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심리치료는 말 그대로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고, 수행은 깨달음을 향해 가는 것인데 어떻게 같을 수 있겠느냐는 의견도 있지만 낮은 단계의 수행 측면으로 보면 모든 중생에게 불성이 있다는 점에서 크게 다를 것은 없다.
물론 선수행과 심리치료는 목적과 차원이 다르다. 선수행은 궁극적으로는 깨달음을 향해 가는 일이다. 중생의 마음을 벗고 부처님 마음으로 가는 것이 선수행이다. 그러나 심리치료는 불안과 초조로부터 벗어나 잃어버렸던 자신의 모습을 찾는 일이다. 다시 말해 선수행은 본래 자기모습을 깨달아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미래지향적인 행위이고, 심리치료는 질환에서 벗어나 잃어버린 ‘현재’를 되찾는 행위다. 현재의 고요와 평화를 찾는 것과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어떤 과정을 통해 선수행으로 심리치료를 하는가?
선수행으로 심리치료를 하는 과정은 네 단계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1단계인 ‘안심 훈련’에서는 내담자를 편안하게 해주면서 마음상태를 점검하고, 그 다음에 자신의 내면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좌선이나 들숨날숨 챙기기 등의 호흡법을 적용한다.
2단계‘방하착 훈련’에서는 요가를 통해 몸을 편안하게 풀어주고 괴로움이 어떻게 발생하고 멸하는가를 ‘고집멸도’의 사성제 원리를 통해 살펴보게 한다. 그리고는 부처님께서도 고(苦)가 있다고 가르치셨듯이 내담자에게도 고를 객관화시켜 바라보고 회피하지 않도록 하면서 내담자가 괴로워하고 있는 핵심감정을 드러내도록 한다. 이런 과정에서 호흡을 관찰하는 위빠사나 수행법을 적용한다.
그러면서 3단계에서는 지나간 일이나 아직 닥치지 않은 미래에 대해 매달리지 말고 현실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함을 일깨워주면서 좌선과 호흡 수행을 병행한다. 그리고는 마지막 4단계에서는 다른 사람을 인정해주고 칭찬하게 하면서 주변과 함께 하고,보시행을 통해 자기를 뛰어넘도록 한다. 이 때에는 매일 규칙적으로 좌선과 행선을 하도록 한다.
▶조사들의 선문답이 심리상담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했는데 어떤 측면에서 그런가?
선문답은 언어를 뛰어넘는 것이다. 모순된 이야기나 부정을 하거나 에둘러 말하면서 스스로 깨닫게 해주는 것이 선문답이다. 심리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스스로 깨닫도록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담자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는 방식이 아니라 선문답같이 예상치 않은 질문이나 역설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내담자 스스로가 문제를 인식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다보면 내담자는 지금까지 자신이 갖고 있던 생각을 놓아버리고 전혀 다른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된다. 자연히 기존의 관념을 놓아버리게 되고 새로운 것을 보게 되면서 현재의 상황을 스스로 깨닫게 된다.
▶선수행 심리치료와 일반 심리치료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일반적인 심리치료는 상담자가 내담자의 핵심감정(문제가 있는 부분)에 직접 개입하지만 선수행치료는 그 핵심감정을 들추는데 까지만 개입하고 나머지는 내담자가 해결하도록 한다. 다시 말해 선수행 치료는 내담자가 스스로 문제점을 인식하고 치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선수행 심리치료 과정에서는 이같은 방식이 계속해 반복되는데, 문제를 스스로 깨닫는 만큼 치료효과도 높고 재발하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선수행이 심리치료에 뛰어난 효과를 보이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선수행을 통한 심리치료의 성공사례를 소개해달라.
성공사례는 무수히 많다. 국군대전병원 정신과 병동에 있던 한 병사는 최근 병원을 퇴원하면서 선수행 치료가 크게 도움이 됐다며 퇴원을 해서도 수행을 계속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 특히 이 병사는 불교의 ‘인연법’에 대해 깊이 이해하게 되면서 차분한 마음을 유지하게 됐다고 했다.
입대한지 10개월이 지나도록 동료와 어울리지 못하고 세상을 부정적으로만 보며 언제 자해행위를 할지 모르는 요주의 사병의 경우는 군부대 법당에서 한 달간 함께 생활하면서 선수행을 통해 치료를 했다. 감정이 격한 상태에 있는 과대망상증을 보인 병사의 경우에는 호흡법을 통해 정신건강을 되찾아주었고, 대인공포증을 앓던 한 직장인은 선수행을 통해 자기를 바라보고 자신감을 얻으면서 건강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김말환 법사는?
1978년 육군 군종법사로 임관한 후 행정학교 군종과장 겸 상담학 교관과 군종학 처장을 거쳐 제1군사령부 군종실장을 지냈다. 현재 육군 교육사 군종실장 겸 장병기본권 전문상담관으로 복무 중이다.
명상상담연구소의 명상상담전문가 과정을 이수했으며, <관무량수경에 나타난 위기극복 과정과 위기 상담> <선문답을 통한 상담심리고찰> <보조수심결의 수행방법에 의한 참 마음 찾기> 등 상담 및 심리치료 연구와 관련한 논문을 발표하는 등 수행을 심리치료에 접목시킨 ‘선심리치료’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군 대전병원 정신과 병동에서 매주 정기적인 상담을 통해 선수행 심리치료를 하고 있으며, 군대 부적응장병 치료도 병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