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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구 독산 3동 한경헌 동장이 출근하는 시간은 한 시간 이른 아침 8시. 출근하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조계종 홈페이지를 보며 불교계 동향을 체크한다. 그리고는 불교관련 사이트를 보면서 법문이나 불교계 단체들의 활동을 눈여겨본다.
2003년부터 금천구청 불심회 회장을 맡고 있는 한경헌 동장은 구청 내에서도 신심깊은 불자로 소문나 있다. 불심회 정기법회는 물론이고 틈나는 대로 성지순례를 하며 불심을 다진다.
공무원 생활 35년. 이쯤이면 ‘무게’잡고 ‘대접’받고 싶을 법도 하지만 한 동장은 언제나 자신을 낮춘다. 그래서 부하직원들은 한 동장처럼 편안한 상사도 없다고 말한다. 한 동장에게 상하간의 갈등은 ‘남’의 얘기다.
금천구청에서 근무하다 독산3동장으로 온 것은 1년 전. 구청업무와는 달리 대민접촉이 많을 수밖에 없고, 1개 동을 책임져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신경이 더 쓰이는 것이 사실이다.
국민들의 권리의식이 높아진 요즘, 각종 민원과 요구사항이 많아져 동장직을 수행하기란 예전처럼 쉽지만은 않다. 저소득층 주민들이 찾아와 무조건 “먹을 것을 내놓으라”고 떼를 쓴다든지, 법률상이나 규정상 할 수 없는 일을 해달라고 요구한다든지, 생업과 관련해 사정을 봐달라고 애원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럴 때마다 동직원들이 나서서 설득을 하지만 민원인들이 쉽게 돌아서는 일은 별로 없다. 결국 한 동장이 나서고 그제야 민원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선다. 직급이 높은 사람이 나서서 그런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자신들을 대하고 있는 한 동장의 태도에 설득을 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무원은 최대한의 서비스를 주민들에게 제공할 의무가 있습니다. 주민들 위에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라 주민들의 심부름꾼이지요.”
당연히 할 도리를 하고 있다며 겸손해 하는 한 동장. 하지만 한 동장이 많은 문제들을 원만하게 풀어나갈 수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심으로 주민들을 대해야 한다는 자세로 생활했습니다. 사람들을 부처님 대하듯이 하니까 편안하고 좋더군요. 어려운 것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
주민등록 등초본을 담당하고 있는 이한아(28)씨는 “우리 동장님은 정말 직원들이나 주민들에게 많은 배려를 해주세요. 언제나 자신보다는 남을 먼저죠.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강요하시는 법도 없으시고요.”
한 동장은 직원들에게 불교에 대해 말하는 법이 없다. 그런데 동 직원들은 한 동장이 구청 불심회 회원인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본받을만한 종교인이라고 생각한다.
하루 평균 20~30명의 주민들을 만나고, 매일같이 독산 3동을 구석구석 돌아보며 주민들의 어려움을 어루만지는 한경헌 동장. 독산 3동 사람들에게 한 동장은 분명 ‘훌륭한 공무원’임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