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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사는 부처님 자비와 같은 희생정신 가져야"
[일터가 도량]정영을 철도공사 구로승무사업소 불교법우회장
7월 18일 오전 7시 42분 한국철도공사 구로승무사업소로 출근한 정영을(48) 기관사는 수도권 전동열차 1호선 동인천역에서 구로역까지, 인천역에서 구로역까지 두 차례 운행하고 난 뒤 잠시 쉬었다가 병점에서 구로역까지 또다시 전동열차를 운행했다. 운행을 마친 시간은 저녁 7시 30분쯤. 점심시간과 휴식시간을 빼면 꼬박 10시간을 운행한 셈이다.

정영을 기관사는 운행을 하기전 옷매무새를 단정히 만진다. 승객에 대한 최상의 서비스는 복장에서부터 출발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루 10시간 근무는 웬만한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하는 정도. 하지만 기관사의 피로도는 일반 직장인의 몇 배다. 기관사의 사소한 부주의는 커다란 사고로 이어지면서 인명피해까지도 날 수 있기 때문에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요즘 부쩍 빈도가 높아진 전철에 뛰어들어 자살하는 경우라도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중압감으로 다가온다.

더욱이 이날처럼 비가 오고 승객이 많이 몰리는 날이면 피로는 더욱 가중된다. 전동열차도 미끄럽고, 승하차하는 홈도 미끄러워 사고가능성이 보통 때보다 높기 때문이다. 경력 27년의 베테랑이지만 긴장하기는 초보기관사와 다를 바 없다.

“자신과의 싸움이죠, 열차를 운행한다는 것이. 그래서 힘들기도 하지만 보람도 크죠.”

정영을 기관사는 열차를 운행하면서 늘 혼자서 하는 다짐이 있다. ‘기관사 자리는 부처님 자리다. 내가 부처님이고 내가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진다’라고.

승객에게 최상의 안전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기관사의 책무이고, 이 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부처님 자비와 같은 희생정신이 있어야 한다고 정 기관사는 믿고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전동차 운행이 지연될 때 승객들이 기관실문을 두드리며 항의하는 일이 잦습니다. 처음에는 화도 내고 했지만 도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죠. 승객들에게 화를 내는 것은 나 자신에게 화를 내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니 제가 흥분해서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정 기관사가 구로승무사업소 불교법우회 회장을 맡은 것은 올해 초. 2000년 철도공사 불교단체협의회 창립당시 재무부장을 맡은 이후 총무부장과 기획부장을 연이어 맡으면서 동분서주했던 정 기관사는 회장을 맡으면서 고민이 더 늘었다. 회원들 간의 이해관계를 조절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정 기관사는 “우리 모두가 부처님입니다”라고 외치며 대화를 이끈다.

교회 집사에서 신심깊은 불자가 된 정 기관사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잘 한 것을 두 가지 꼽는다. 하나는 부처님을 만난 것이고, 하나는 기관사가 된 것이다.그래서 정 기관사는 늘 현실에 만족하려고 노력한다.

“모자를 만드는 사람은 수많은 모자를 만들지만 정작 자신이 쓸 수 있는 것은 하나밖에 없다는 어느 스님의 법문을 늘 가슴에 새기고 있습니다. 저도 매일 전동열차를 운행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으니 얼마나 귀한 자리에 있습니까. 열차는 항상 움직입니다. 저도 승객들을 위해 항상 움직이는 게 행복합니다.”

한명우 기자 | mwhan@buddhapia.com
2006-07-24 오후 4: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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