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을 한다고는 하는데 별 진전은 없는 것 같고, 그렇다고 무엇이 문제인지 가르침을 받을만한 기회도 별로 없고…. 수행을 하는 불자들이라면 누구나 하게 되는 고민. 수행지도자들은 이럴 때 집중수행을 해보라고 권한다. 단기간이지만 모든 것을 끊고 수행에만 집중하게 되면 평상시 수행에서는 느끼지 못한 집중력과 환희심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시간을 들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들인다’는 집중수행. 집중수행은 어떤 효과가 있으며, 어느 곳에서 어떤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 집중수행 해 보니…
제주 화북 1동에 사는 김한삼(31)씨. 7월 31일부터 제주 원명선원에서 시작된 일주일간의 집중수련회에 참가하고 있는 김씨는 어느 누구보다도 집중수련의 ‘참 맛’을 잘 알고 있다.
정신분열증을 앓아온 지 10년이 지나도록 병세에 차도가 없었지만 우연히 지난해 여름 집중수련에 참가한 뒤로 병세가 호전되는 것을 느꼈다. 그 뒤로 스스로 일정을 정해 집중수련을 했는데, 지금은 10년 동안 먹어오던 약도 끊었을 정도로 나아졌다.
김씨는 “집중수행을 하면서 마음이 홀가분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일정기간을 정해놓고 용맹정진하는 집중수행과 일상수행을 반복하고 있는데, 집중수행이 일상수행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공부에 진척이 있다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서울 청담고 박주란(37) 교사는 위빠사나 수행처인 서울 보리수선원에서 1년간 집중수행을 포함해 여러 차례 집중수행을 했다.
박 교사는 “공간이 제한되고 시간에 제약을 받고 묵언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마음이 가라앉기 쉽고, 자기 자신을 너무 속속들이 보게 되면서 실망도 크다. 하지만 나 자신을 정확히 보면서 여러 가지 제약을 이겨나가다 보면 집중력과 힘이 생긴다. 그리고 그 힘이 일상수행으로 이어지면서 탄력을 받게 된다”며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 집중수행 하는 곳
참선 집중수행을 하는 곳으로는 서울 안국선원ㆍ금강선원·길상사·보림선원·현정선원, 대구 여래선원, 제주 원명선원 등이 있다.
금강선원(02-445-8484)은 봄·가을 학기로 두 차례 진행되는 4개월의 기초참선 과정에서 이 과정이 끝나는 마지막 1주일동안 집중수행을 하며, 보림선원(02-914-6187)은 동계와 하계 두 차례 1주일 철야정진으로 집중수행을 한다. 또 현정선원(02-582-9371)도 7월 30일 집중수행에 들어가 8월 6일까지 진행한다. 대구 여래선원(053-744-9009)은 좌선과 경행 수련을 하는 7월 집중수행을 시작했다.
길상사는 평상시에는 자유롭게 선방을 운영하지만 매달 넷째 주 주말마다 ‘주말 선수련회’를 통해 집중수행을 한다. 그리고 동계와 하계로 나눠 ‘특별 선 수련회’를 초등부·중고등부·일반부로 나눠 3박4일간 진행한다. 제주 원명선원(064-755-3322)도 매년 상하반기로 나눠 7일간의 집중수행 프로그램을 3~4차례씩 운영한다.
안국선원(02-732-0772)은 3개월의 안거기간 동안에는 평상시보다 정진시간을 2시간 늘려 집중수행을 하며, 인천 용화선원(032-872-6061)과 통도사 부산포교원(051-816-2241)은 산철에는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도록 하지만, 안거 때는 보다 엄격하게 하면서 수행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수행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위빠사나 집중수행을 하는 곳은 서울 보리수선원·연방죽선원, 천안 호두마을, 김해 반냐라마가 있다.
보리수선원(02-517-2841)은 매월 한 차례씩 8일간 집중수행을 한다. 평상시에는 별다른 제약없이 수행이 가능하지만 집중수행 때에는 새벽 3시부터 저녁 10시까지 묵언을 하며 정해진 일정에 따라 수행을 해야 한다.
반냐라마(055-331-2841)는 상반기 하반기로 나눠 중고생·청소년·대학생·일반인 등 계층별로 5일간 일정으로 집중수행을 하며, 주말마다 ‘주말집중수행’도 한다.
호두마을(041-567-2841)도 월 1회 6일간의 집중수행과 연 2회 특별집중수행을 하며, 연방죽선원(02-3463-3480) 역시 여름과 겨울철에 10일간 일정으로 집중수행을 한다.
▶ 주의할 점
제주 원명선원 선원장 대효 스님은 수행이 몸에 배기 위해서는 집중수행만큼 효과적인 것도 없다고 말한다.
대효 스님은 “1주일 정도의 단기간을 하더라도 정해진 시간 안에 집중적으로 하면서 수시로 점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수행 효과가 높고 생활로 돌아가더라도 수행이 이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보리수선원 선원장 붓다락키타 스님은 “자기변화 과정을 또렷하게 확인할 수 있고, 생활과 분리된 상태에서 수행한다는 긴장감이 수행욕구를 더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집중수행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안국선원 홍법운영팀장 은암거사는 “집중수행을 직접 해보기도 하고, 신도들의 반응을 들어보기도 했는데 성취감이 높아지면서 수행에 자신감이 붙는 것이 큰 장점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은 아무런 준비없이 하는 집중수행이라면 기대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할 수도 있다고 조언한다. 집중수행에 임하면서 뚜렷한 목표치를 정하고 거기에 도달하겠다는 치열한 구도정신이 있어야 하며, 순간순간의 고비를 이겨낼 수 있는 마음가짐도 필요하다. 또 집중수행은 말 그대로 평상시의 수행을 일정기간 집중해서 반복하는 것이기 때문에 평상시의 수행도 소홀히 여겨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