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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열고 하심 반복합니다"
[일터가 도량]정후시 성북구청 법륜회 회장
후배직원에게 상담을 해주고 있는 정후시 거사(사진 왼쪽)
‘인사는 만사’라는 말이 있다. 한 조직에서 인사는 그 조직의 현재와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일이다. 물론 그만큼 어렵고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1380명의 인사와 후생복지를 맡고 있는 서울 성북구청 정후시 인사팀장. 그는 늘 구청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인사 담당자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때로는 온갖 불만을 들어야 하고, 때로는 다툼도 벌인다. 최근에도 구청 인사로 여기저기서 많은 말을 들었다. 4년 경력의 한 부하직원은 자신이 원하는 자리로 발령이 나지 않자 심한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인사팀장으로 근무한지 2년이 다 돼 가지만 이런 일을 겪을 때면 마음이 편치 않다.

“할 짓이 못돼요. 인사를 담당한다는 것이…. 다 만족스럽게 해주고 싶지만 자리는 한정돼 있으니 100% 만족시켜줄 수는 없어요. 하지만 사람들이 어디 그런가요. 내키지 않는 자리로 발령이 나면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게 인지상정이죠.”

정후시 팀장은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늘 노력한다. 그게 선배로서의 도리이자 불자로서의 도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1993년 성북구청에 들어온 이후 2년 만에 1995년 구청 불자회인 법륜회 회장을 맡아 10년이 넘도록 구청 불자들을 이끌어 온 정 팀장. 정작 자신에 대한 평가는 냉정하지만 정 팀장을 이해하는 사람들은 “그만한 적임자도 없다”고 말한다.

이런 평가를 받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정 팀장은 원하지 않는 자리로 발령이 난 직원들에게 “미안하다”는 위로의 말을 반드시 건넨다. 물론 당사자는 이 말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기가 일쑤다. 그러면 정 팀장은 또 다시 이메일을 보내 위로의 말을 전한다. 이렇게 하면 그 직원도 어느 정도 마음을 푼다. 어떤 직원은 “이해해줘서 고맙다”는 답장을 보내오기도 한다.

“직장생활은 일보다는 인간관계가 더 힘들죠. 특히 직무상 부딪히게 될 때는 문제를 풀 특별한 방법이 없어요. 이럴 때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나를 낮추는 일 뿐이라고 생각하죠.”

정 팀장은 짜증나고 화가 날 때마다 스스로 ‘하심’이라는 말을 반복한다. 부하 직원들에게는 “내 탓이오”라는 말을 배우라고 권한다. 이것이 습관이 되면 직장생활이 더없이 편하다는 것이 정 팀장의 지론이다.

“성북구청에 기독신우회가 있는데, 처음에는 법륜회에 대해 배타적이었습니다. 직장 내에서 종교끼리 부딪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죠. 그래서 먼저 다가갔습니다. 그 사람들이 예배 때 참석했죠. 불교를 비하하면 서로 존중하고 대화하자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달라지더군요. 지금은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정 팀장의 직장생활 방식은 간단하다. 하심하면서 늘 마음을 열어놓는 것이다. 오해가 있으면 풀고, 그게 쉽지 않으면 끝까지 설득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것이 업무상에서 겪는 갈등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에는 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한 부하직원의 일처리 방식에 대해 꾸짖은 적이 있다. 물론 꾸짖는다고 해봐야 “똑바로 좀 하지” 정도다. 그러자 그 직원은 “다른 곳으로 보내 달라”며 이내 불평을 했다. 정 팀장은 딱 한마디 던졌다.

“그 자리가 내 자리다 이렇게 생각하게.” 심을 버리고 자신을 바로 보라는 성철 스님의 법어를 인용한 것이다.
“직장이 수행처라는 거창한 수식어는 달고 싶지 않다”는 정 팀장. 그는 그저 순간순간 스님에게서 들은 법문이, 경전에서 본 내용이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기쁨으로 느껴진다고 말한다.

“글쎄요, 저도 다른 자리로 가면 불평을 하게 될까요? 아마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고 생각해요. 직장 동료도 마찬가지죠. 저는 그 사람들이 필요하고, 그 사람들은 제가 필요하고요. 지금 이 자리가 제 자리고, 또 다른 곳으로 가면 그 자리가 제 자리가 되겠죠.”

업무가 바빠서 법륜회 활동을 소홀히 했다는 정 팀장은 “이번 달에는 스님을 모셔서 좋은 말씀을 들어야겠다”며 빙그레 웃는다.

한명우 기자 | mwhan@buddhapia.com
2006-07-14 오후 2: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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