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28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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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후배 불자 돌보며 '이모작 신행'
경찰불교회 서상태 법사, 서울철도차량관리단 이승철씨
‘고령화’. 우리 사회의 특징을 반영하는 말 중의 하나다. 최근 들어 ‘저출산’과 함께 자주 등장하는 용어이기도 하다.
고령화는 불교계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종교인구분포 현황을 봐도 그렇고 현재 드러나고 있는 불교인구의 특성을 보더라도 ‘불자들의 고령화’는 이미 상당히 진행됐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현직에서 은퇴했지만, 후배들의 신행생활을 돕고 있는 ‘고령’불자들이 있어 화제다.
이들은 일터불심을 일으키는 야전사령관의 역할은 물론이고 후배들이 미처 챙기지 못하는 부분까지 보듬는 후원자의 역할까지 해내며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고령’불자의 후배 챙기기, 그 아름다운 모습을 들여다본다.


#후배들의 ''지팡이'' 되련다!

서상태 법사(왼쪽에서 두번째)는 퇴근한 후배들을 기다려 신행상담을 한다.
경찰불교회의 백전노장 서상태(69) 법사는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퇴직과 함께 불교대학과 불교대학원에서 5년간 불교교리와 불교의식을 공부하고 후배 경찰불자들과 만나고 있다.
37년간 서울과 경기도, 강원도 지역에서 ‘민중의 지팡이’ 역할을 수행해오다 1998년 퇴직한 후 이제는 ‘후배들의 지팡이’를 자임하고 있는 것이다.

매월 한 차례씩 서울 강북경찰서(구 북부경찰서)와 중랑경찰서를 찾아 법문을 하는 서 법사는 전국 방방곡곡 후배들이 부르는 곳이라면 ‘산을 넘고 물을 건너는 것’도 마다 않는다.
경찰불교회의 산증인인 김진홍(69) 법사와는 둘도 없는 도반으로 같이 경찰 임용시험을 봤었고 함께 퇴직한 사이.

서 법사는 “퇴직을 앞둔 후배들이 경찰 포교에 동참하고 싶다는 말을 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며 “고희(古稀)를 맞는 내년에는 김 법사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도반들이 함께 활동하면 좋겠다”고 바람을 내비친다.


#신행상담은 내 몫!

안홍부(사진 가운데)씨는 감사원 불자들의 어머니 노릇을 마다하지 않는다.
감사원에 30여년간 재직하다 지난해 3월 퇴직한 안홍부(61)씨는 후배들에게 ‘어머니’ 같은 존재다. 한국공무원불자연합회(이하 공불련)와 감사원 불자회 창립을 주도하면서 공무원 불자들의 살아있는 ‘신화’로 불리는 안씨는 후배들의 직장 내 고민은 물론이고 신행활동의 방향을 정확히 짚어주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특히 ‘중국통’으로 꼽히는 안씨는 공불련과 감사원 불자회가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중국성지순례를 위해 중국의 불교성지를 수차례 답사하기도 했다.

6월 27일 후배불자들을 만난 안씨는 “지방 출장이 많은 감사원의 업무 특성상 함께 모이는 것에 우선 신경을 써야 한다”며 “여름휴가 직전이 법회를 하기에 좋은 시간”이라고 후배들에게 충고했다. 안씨는 또 “여름에는 건강관리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며 후배들의 건강을 챙기기도 했다.
감사원 불자회 장병원 총무는 “안 선배의 경험은 후배들에게 더 없이 소중한 밑거름”이라며 “선배의 퇴직이 아직까지도 아쉬울 뿐”이라고 토로한다.


#법회 준비 도맡은 ''법당 보살''

용산에 있는 서울철도차량관리단에서 법당을 관리하며 후배불자들의 신행을 돕고 있는 이일승(63)씨. 이씨는 다소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현직에 있을 때부터 ‘법당 보살’을 자임하며 매일 새벽 6시면 어김없이 법당에 나와 청소와 정리를 도맡았던 이씨는 2001년 6월 퇴직 이후에도 법당 관리를 계속했다. 이런 이씨의 모습에 부처님도 감동했는지 차량관리단은 이씨를 다시 계약직 직원으로 채용했고, 이씨는 하루하루 부처님 품에서 일과 신행을 계속하고 있다.

불자회 후배들의 초하루ㆍ보름 법회 준비와 마무리를 도맡아 하고 있는 이씨는 “불자회원들이 줄어들고 있어 안타깝지만, 그래도 후배들이 편안하게 법회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나의 임무”라고 말한다.


#기다려라, 후배들이여!

상업은행 불자회에서 활동하다 98년에 퇴직한 황정석(62)씨는 ‘아름다운 회향’을 준비하고 있다. 퇴직 이후 국내외 성지를 돌아보며 심신을 충전한 황씨는 최근 조계종 중앙신도회가 진행하고 있는 ‘간화선 수행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고우 스님의 <육조단경> 강의를 듣고 있다. 평소 선(禪) 공부에 관심이 많았지만, 마땅한 기회가 없었던 차에 황씨는 “제대로 배워보자”는 생각에 각종 자료들을 찾아보면서 공부에 열심이다.

황씨가 이렇게 선(禪) 공부를 열심히 하는 이유는 바로 후배들에게 자신이 공부했던 것을 전해주기 위해서다.
황씨는 “그래도 한국 전통 수행법은 ‘간화선’이 아니냐?”며 “나중에는 간화선 지도사 자격증을 따서 금융단 불자회 후배들과 만나고 싶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는다.

유철주 기자 | ycj@buddhapia.com
2006-07-04 오후 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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