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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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잘 살기' 평생의 화두
[큰스님편안하십니까]김제 금산사 회주 월주 스님
너른 호남평야를 어머니가 양팔 벌려 감싸안은 듯한 모악산(母岳山). 만물의 탯자리쯤에 해당하는 김제 금산사(金山寺)에도 여름이 찾아왔다.

고희를 넘긴 태공 월주(太空 月珠) 스님이 주석하는 만월당(滿月堂)에 들어서자 산들바람을 벗삼아 책장을 넘기던 스님이 반갑게 객을 맞는다.

“얼마 전, 어느 스님이 <학명집(鶴鳴集)>을 보내왔어요. 학명 스님은 일제 때 주로 호남에 주석하며 ‘반선반농(半禪半農)’운동을 주창하신 선승이자 사회운동의 선구자이십니다. 당시는 불교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많은 제약이 따르던 때였는데 스님의 수행과 실천행은 저에게 큰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학명 스님(1867~1929)은 내장사에 주석하면서 사찰 주변의 황무지를 개간하고 “스님도 일하며 정진해야 한다”며 실천행을 강조했다. 아울러 참선곡, 선원곡(농사지으며 참선하자) 등의 찬불가를 발표해 불교 대중화에도 앞장섰다.

월주 스님이 걸어왔던 길도 수행과 포교, 복지사업으로 점철된다.

스님이 출가한 때는 6·25 전쟁이 끝난 이듬해로 모든 것이 부족하고 어려웠다. 어느 사찰에 머물든 자급자족하며 가람수호와 복구에 주력해야 했다.

스님은 두 번에 걸쳐 조계종 총무원장을 역임하면서 ‘법당에 들면 참선하고, 일어서면 자비행을 펴는 반좌반행(半坐半行)’으로 종단 자주화와 깨달음의 사회화를 이끌었다.

“참선이든 경전강독이든 수행으로 깨달음을 추구하고, 깨달았으면 사회에 회향해야 합니다. 깨달음을 추구하는 것이 귀일심원 (歸一心源)이며, 사회화하는 것이 요익중생(饒益衆生)으로, 이는 곧 대승불교 사상의 요체입니다.”

월주 스님의 은사는 한국불교 정화운동을 주도했던 금오 스님이다. 참으로 엄했던 분이었다. 곁에 있으면 칭찬보다 ‘틀렸다’ ‘잘해라’는 질책이 끊이지 않았다.

하루는 은사스님에게 합장 반배로 인사를 하는데 인사를 받지 않고 ‘더 숙여라’는 것이었다. 허리를 90도로 숙이는데도 스님은 계속 ‘더 숙여라’고 말할 뿐이었다. 지나고 보니 그것은 ‘자만하지 말고 아만심을 버리라’는 커다란 가르침이었다.

은사스님이 고구정녕 말씀하신 것은 ‘참선하라, 계율을 잘 지켜라, 보살행을 행하라’는 세 가지였다. 궁극에는 견성성불해야 하는데 계행을 지키지 않고, 보살행을 하지 않으면 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월주 스님은 1994년 개혁종단 총무원장 시절 ‘깨달음의 사회화’를 주창했다. 사회복지법인을 만들어 그동안 불교계가 소홀했던 대사회복지에 적극 나섰다. 사회 참여에도 관심을 갖고 ‘우리민족서로돕기 운동’을 10년째 이끌면서 인도적 지원을 위해 북한에도 10여 차례 다녀왔다.

오늘날 조계종단에서 펼쳐지는 포교와 복지사업은 월주 스님이 종무행정에 몸담으면서 토대를 닦은 성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랜 종무행정과 불교의 대사회 참여를 위해 일하다보니 월주 스님을 찾는 이도 많고, 가야할 곳도 많다. 평생 소식(小食)과 독서, 산책으로 다스려온 건강이 큰 힘이다. 그러나 힘들 때마다 수행자의 길을 올곧게 걷게 한 것은 철저하게 지켜온 계행이다.

2년 전, 월주 스님은 세속 나이로 고희를 맞았다. 그 해 스님은 수행의 후반기를 맞아 또하나의 ‘출가’를 단행했다. 불자들을 중심으로 ‘지구촌공생회’를 설립한 것이다. ‘세상은 하나의 꽃’이라는 세계일화(世界一花) 정신에 따라 빈곤과 질병 무지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는 지구촌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위해 발심한 것이다.

지구촌공생회는 십시일반 모은 성금의 20%를 국내 중증장애인과 독거노인, 결손가정을 돕고, 20%는 북한 주민과 중국 조선족 연해주 고려인을 지원하고 있다. 나머지 60%는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 몽골 등 제3세계 어려운사람들을 돕는다.

글=이준엽 기자·사진=고영배 기자


월주 스님은

1935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났다. 54년 법주사에서 금오 스님을 은사로 출가, 56년 화엄사에서 수선 이래 10하안거를 성만했다.
금산사 개운사 영화사 주지 역임. 80년 조계종 제17대 총무원장을 맡았으나 신군부에 의해 10·27 법난이 일어나 7개월만에 물러났다.

94년 조계종 개혁때 제 28대 총무원장을 역임하며 ‘깨달음의 사회화’를 주창했다.

현재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공동대표 겸 이사장, 나눔의 집 이사장, 지구촌공생회 대표이사 등을 맡아 대사회 활동에 힘쓰고 있다.

2000년 국민훈장 모란장과 2005년 조계종 포교대상을 수상했으며 저서로 <보살사상> <인도성지순례기>가 있다.


각자 분야에서 전법행 펼치세요
-월주 스님의 가르침

불자들이 즐겨 독송하는 <금강경>에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수보리야, 만일 어떤 선남자 선여인이 항하 모래알만큼의 신명을 다하여 보시하더라도, 만일 어떤 사람이 이 경 가운데에서 사구게(四句偈) 만이라도 수지해서 다른 사람을 위해 설한다면 그 복이 더욱 많으리라.”

이는 아무리 많은 재(財)보시라 할지라도 그 공덕이 법(法)보시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으로, 포교가 보살행 실천의 으뜸임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한국불교의 장자종단인 조계종은 소의경전을 <금강경>과 전등법어에 두고 있습니다. 이는 참선을 수행의 중심에 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불자들이 널리 택하고 있는 염불과 간경, 주력 등의 수행방법 또한 배제하지 않으며 폭넓게 수용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참선이 해탈에 이르는 지름길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 역시 일찍이 은사 금오 스님으로부터 ‘이뭣고’ 화두를 받아 참구하며, 불자들에게 참선수행을 지도해 왔습니다. 그러나 불자님들을 만나보면 참선만을 최고수행법으로 생각하고 참선법에 집착하는 것을 봅니다.

근기가 수승한 사람은 참선수행을 통해 진리를 깨닫기 쉽지만, 업력(業力)이 두터운 사람은 참선을 통해 깨달음에 이르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에 비해 염불 간경 주력은 깨달음에 이르는데 더디 걸립니다. 그렇지만 점차적으로 업장을 소멸하고 정신 통일을 이루기가 한층 수월합니다. 이러한 수행으로도 각자의 소망을 성취하면서, 지혜(보리심)를 얻고 해탈의 길에 이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신 근기에 맞는 방법을 택해 참구하고 정진해야 합니다.

한국불교는 교리나 수행방법, 의식과 의례면에 있어서도 어느 하나만을 고집하지 않고 두루 취하고 포용해 왔습니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포교에 있어서도 열린 자세를 지향하며, 전법과 사회사업을 실천해야 하겠습니다.

한말, 개항 이후에 서구문화와 함께 유입된 서구의 종교는 도심과 대중 속으로 활발한 선교와 사회 구제사업을 하면서 급속히 사회저변으로 파고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산중에만 머물러 있던 불교는 세속과 괴리된 채 전법도생의 본분사를 제대로 이루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해방 이후 물밀듯 들어오는 서구문물의 범람으로 전통적인 가족제도가 해체되고 전통문화가 쇠퇴하는 등 사회전반이 정체성의 위기를 겪게 되었습니다. 또, 급속한 경제개발의 과정에서 오는 양극화와 인간소외로 시대고(時代苦), 사회고(社會苦)와 부딪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때문에 불교는 현대사회의 소외된 중생들이 겪는 질병 빈곤 무지 인권 탄압 등의 사회고와 남북분단과 환경파괴 등의 시대고에 따른 고통을 발고여락(拔苦與樂)의 자비정신으로 덜어주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배고프고 질병으로 시달리는 사람에게 “본래 생사가 없으니 마음을 닦아서 진리를 깨달으라”는 심오하고 고차원적인 설법은 귓전에 스쳐 지나가는 말이 되기 쉽습니다. 그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고 몸과 마음으로 느끼는 고통을 덜어주고 인권이 유린되는 질곡의 현실에서 벗어나게끔 돕는 것이 전법도생의 일환입니다.

무릇 우리 불자들은 수행하면서 무명중생을 진리로 이끌기 위해 각자의 능력에 따라 사회 각 분야에서 전법행을 펼쳐야 합니다. 불자들이 사회 전반에 걸쳐 복지에 기여하고, 그 영역의 확대를 통해 불교야말로 세계 어느 종교보다도 자비와 이타의 종교임을 확실히 보여주어야 합니다.

불자들은 <보현행원> 10대원의 하나인 ‘광수공양(廣修供養)’의 정신을 새기고 실천해야 합니다. 광수공양을 실천하는 방법으로 불자들은 수행과 전법을 게을리 하지 않으면서 병든 사람은 질병의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못 배운 사람에게는 배움의 길을 열어주고, 가난한 사람은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며, 생태계의 파괴와 오염을 막는 일에도 앞장서야 합니다. 또한 인권탄압을 받는 사람들은 그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줘야 하며, 노약자와 장애인을 위하여 복지사업도 해야 합니다.

국가간, 민족간에 전쟁을 일으키거나 사상 종교적 이념의 충돌 때문에 귀한 생명이 죽어가는 것을 예방하고 살리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 모두 광수공양에 속합니다.

포교를 통한 중생구제만이 불자들이 부처님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임을 부디 마음에 새겨주시기 바랍니다.

정리=이준엽 기자·사진=고영배 기자

김제 금산사/글=이준엽 기자 사진=고영배 기자 |
2006-07-01 오전 11:31:00
 
한마디
유명하고 높은 감투를 썼다고 큰스님은 아닐텐데...월주? 이건아니잖아!
(2006-08-17 오후 5:55:30)
87
아무에게나 큰스님 소리를 하는것은 그분에게 실례가 될 듯하다.월주스님이야 행정의 달인이요,승려중 사회운동에 남다른 탁월함을 보였을 뿐이지 그분에게서 어떤 수행의 맛을 볼 수 있습니까. 포교와 실천이 수행이 아니다 말함이 아니고 이판과 사판의 경계는 있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진관스님도 조만간 큰 스님이라 칭할 겁니까. 과례는 결례입니다.
(2006-07-06 오전 7:00:04)
96
이 기사를 보니 다시 떠오른다. 지긋지긋했고 창피스러워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었던 사건, 승려들간에 종권 싸움이 벌어져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그야말로 니전투구, 그 당시 연일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심지어 cnn 뉴스를 타고 전세계 알려던 추잡한 조계종 역사 , 정부가 개입하여 강권동원으로 불을 끄었으니... ,그 당시 총무원장이었으니 어찌되었던간에 책임도 어마어마했는데 세월이 무심한지라 잊어지고 있고 있구나,,,,,,, 이제 더이상 이런 일이 없기를 불전에 기원한다. 제행무상, 종권무상이로다.
(2006-07-04 오전 9:42:50)
84
1998년 3선을 하기 위해 강행하려다 사상 초유의 종단사태를 야기하던 그 때가... 승려들의 싸움이란 중세 유럽의 전쟁들 만큼이나 치열하고 저열하고 역겹던 그 때가...
(2006-07-03 오후 5:16:25)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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