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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여행사 이상원 사장은 “5~6년 전에 비하면 직장불자들의 해외성지순례는 100% 가까이 증가한 수치”라고 전한다.
사실 직장신행단체들의 해외성지순례 초기만 하더라도 성지순례보다는 여행이 주 목적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지금같이 여행이 일반화되지 않았고, 성지 자체가 하나의 관광코스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했기 때문이다.
7월 30일~8월 5일 중국 보타산과 황산, 구타산 등지로 다섯 번째 해외성지순례를 떠나는 한국공무원불자연합회(회장 성윤갑, 이하 공불련) 박현남 간사는 직장불자들의 의식이 많이 변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박 간사는 “직장불자단체들의 경우 조직이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일과 신행을 병행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회원들이 먼저 내실 있는 성지순례 프로그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신행단체들도 해외성지순례에 눈을 돌리고 있다. 대한불교청년회(회장 김익석)는 8월초 베트남과 캄보디아의 불교문화유적을 돌아볼 예정이며,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회장 신보라)는 이에 앞선 6월 30일~7월 5일 태국과 캄보디아의 성지를 찾을 계획이다.
소중한 시간과 돈을 들여 진행하는 직장신행단체들의 해외성지순례.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아는 만큼 보인다!
건설교통부 불자회에서 활동하는 이형 과장. 이 과장은 공불련이 개최하는 해외성지순례에 매년 빠지지 않고 참가하고 있다.
이형 과장은 처음에는 주위 도반들과 함께 떠난다는 기쁨에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순례 노트’를 만들어 성지에 대한 기록을 만들고 있다.
이 과장은 “공무원 불자들은 여러 차례 성지순례를 같이 하면서 이에 대한 노하우를 많이 쌓았다”며 “특히 노트를 통해 성지에 대한 지식을 미리 습득하고 또 순례가 끝난 뒤에 보충을 하면서 성과를 얻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말한다.
이 과장은 또 방문지의 풍습이나 역사, 문화 등에 대해서도 미리 숙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선지식이나 지도법사와 함께 하자!
조계종 교육원 박희승 불학연구팀장은 해외성지순례는 선지식이나 지도법사와 함께 가야한다고 말한다. 5년 전 동료들과 함께 미얀마와 캄보디아의 성지를 찾았던 박 팀장은 관광외의 실질적 ‘소득’은 챙기지 못했다고 한다. 현지에 대한 설명이나 수행법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박 팀장은 “직장신행단체들은 보통 스님이나 재가자를 지도 법사로 모시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해외성지순례에서도 지도 법사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지난해 9월 전국선원장 스님들과 함께한 중국성지순례는 중국 조사(祖師)들의 숨결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회고했다.
올해 1월 정토회가 실시한 ‘법륜 스님과 함께 하는 인도성지순례’ 프로그램에 직장동료들과 함께 참가했던 우정현(26․경기도 안양시 석수동)씨도 “법륜 스님의 상세한 설명 덕분에 부처님의 삶을 직접 체험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자신의 수행법을 심화시킬 수 있는 곳으로 가자!
서울 보리수선원에 다니고 있는 이승란씨는 지난해 2~4월 3개월간 미얀마로 가서 위빠사나 체험을 하고 왔다. 동작구 실버타운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이씨는 “3개월간 수행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회고한다. 이씨는 “현실적으로 직장불자들이 몇 개월씩 시간을 내서 성지순례와 체험을 할 수는 없지만 하루나 일주일단위의 프로그램은 충분히 경험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추천한다. 그래서 올 여름에는 몇몇 동료들과 함께 단기 프로그램을 체험할 계획이다.
조계종 포교원 신도국장 원철 스님도 “성지순례에서 수행이라는 알맹이가 빠져서는 곤란하다”며 “특히 남방이든 북방이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순례를 떠나면 금상첨화 일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성지순례의 회향은 신행으로!
내년 1월 보름 일정으로 인도성지순례를 준비하고 있는 전국교사불자연합회 신연섭 회장은 벌써 성지순례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성지순례가 신행의 종점이 아닌 또다른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교사불자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교리공부나 간화선 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신 회장은 “해외성지를 돌아보며 다시 발심(發心)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며 “도반들과 함께 더 열심히 신행활동을 해야 성지순례의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