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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를 도량삼아 수행하고 정진하는 불자를 찾기 위해 전화를 했을 때 동국대 일산불교한방병원 구병수 교수는 다소 거친 경상도 말투로 “열심히 신행하고 있는 선배들이 많은데 저를 만나신다고 하니 상당히 부담스럽다”며 겸연쩍어했다.
그러나 지난 5월 26일 찾은 구 교수의 진료실은 “도량이 따로 없으며 바로 이곳이 수행처”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다. 가지런히 정돈된 책상에 올려진 <금강경>만으로도 구 교수의 평소 신행생활이 어떠할지 능히 짐작이 될 정도.
부산 범어사 사하촌에서 나고 자라면서 절의 스님들이 바로 이웃사촌이자 친구였던 구 교수는 “같이 큰 동자 스님들이 이제는 범어사 말사 주지 소임을 맡고 있다”며 불교와의 인연을 소개한다.
이후 대학 입시를 준비하기 위해 단양 구인사에서 몇 개월을 보내고 또 동국대 한의대에 입학하면서 불교는 바로 생활의 일부가 됐다. 대학 졸업 후 동국한방병원과 강남한방병원 근무에 이어 일산불교한방병원이 문을 열면서 불자 한의사로서의 생활은 계속되고 있다.
평촌에 살고 있는 부인ㆍ아이들과 떨어져 지내고 있는 구 교수는 “그나마 혼자서의 생활이 가능한 이유가 바로 불교에 있다”고 한다. 진료 시작 전 매일 금강경을 독송하면서 마음을 다잡고 또 심신이 지칠 때면 인근에 있는 여래사를 찾아 새벽예불을 올린다. 구 교수는 “하루라도 <금강경>을 읽지 않으면 마음이 편치 않아 환자들을 대하기가 힘들다”며 “매일 식사를 해야 사람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한다.
“내가 행복해야 환자들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불면증이나 두통, 화병, 우울증 등을 겪는 환자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할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낍니다.”
평소에 이렇게 신행활동을 한다는 ‘소문’이 병원 내에 퍼지면서 구 교수는 자연스럽게 ‘연우회’ 부회장을 맡게 됐다. 연우회는 올해 1월 단일병원으로는 최대 규모인 400여명의 직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창립된 불자회다. 구 교수는 이와 함께 전국병원불자연합회 사무국장일도 함께 보고 있다. 병원 내에서는 교육부장으로 후배 한의사들을 지도하고 또 3주에 한번씩 동국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시간은 금방 흘러간다.
“연우회가 창립된 지 얼마 안 돼 매월 첫째 월요일 새벽법회와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에 진행하는 정기법회외에 아직 눈에 띄는 활동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6월 4일 강화도 전등사에서 진행하는 첫 사찰순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펼칠 것입니다.”
매일 10건 이상의 일정이 적혀있는 다이어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구 교수는 오늘도 진료가 없는 시간을 이용해 연우회원들을 만나기 위한 발걸음을 옮긴다.